그렇다면 법원이 '배임의 배후'란 말인가?

정연주 KBS 사장 배임 혐의 수사 논란

등록 2008.06.14 14:43수정 2008.06.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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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3일 저녁 여의도 KBS 앞에서 이명박 정권 공영방송 장악음모 저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시민들이 '퇴진 최시중, 사수 정연주'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13일 저녁 여의도 KBS 앞에서 이명박 정권 공영방송 장악음모 저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시민들이 '퇴진 최시중, 사수 정연주'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검찰이 배임 혐의로 정연주 KBS 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을 시사해 표적 수사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박은석)는 13일 KBS가 2003년 제기한 국세청과의 법인세 환급소송 과정에서 1심에서 승소했음에도 항소심에서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여 거액의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전직 KBS 간부 조아무개씨가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정연주 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이와 관련해 이미 법원의 영장을 받아 국세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으며, KBS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의 이런 수사는 그러나 이 소송이 국세청의 고지세액에 대한 KBS의 이의 제기에서 비롯된 소송으로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여 '조정'한 결과임에도, 이를 '배임' 등의 혐의로 조사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빗나간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검찰이 법원의 판결에 준하는 '조정결과'가 위법하다며 이를 수사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정치적인 의도로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KBS는 지난 2003년 서울지방국세청 등이 광고수익 등에 대해 부과한 법인세 2300억원을 취소 환급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2004년 서울행정법원에서 1990억원의 부과를 취소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았다.

국세청이 이에 불복해 항소심에서 KBS는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원의 세금을 돌려받기고 국세청과 합의해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대해 당시 세금 소송을 담당했던 조아무개씨는 KBS가 항소심에서도 승소할 수 있었음에도, 사측이 조정권고를 받아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서 지난 5월 14일 검찰에 정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조아무개씨는 정연주 사장이 당장 법인세 환급금으로 경영 적자를 메워 사장을 계속하려는 욕심 때문에 의도적으로 조정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KBS는 13일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조아무개씨의 주장이나 검찰의 배임 수사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KBS는 이날 검찰의 정연주 사장 소환 조사 방침에 대한 입장 표명에서 "당시 1심 판결의 취지는 국세청이나 KBS가 각각 주장한 세금 산출방법이 모두 타당하지 않지만, 정당한 세금산출방법에 대한 입증 책임은 일단 국세청에 있으므로 우선 국세청이 잘못된 방법으로 부과한 세금을 철회하라는 뜻에서 KBS 승소로 판결한 것"으로 "이는 향후 국세청이 타당한 세금산출방법을 찾아 정당한 세액을 다시 부과하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KBS는 "KBS가 승소하였다 하여 그 승소금액을 그대로 환급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국세청의 새로운 산출방법에 따른 부과처분을 다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국세청과의 소모적인 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해 법원의 조정권고를 통하여 합리적인 납세 기준을 설정해 일부 세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그 경과를 설명했다.

KBS는 특히 "법원의 조정권고는 KBS 내부 최고 심의·의결 기구인 경영회의를 통해 결정"됐다면서 "이미 수차례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KBS는 올들어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잇단 정연주 사장 퇴진 압박, 보수단체들의 국민감사청구를 받아들인 감사원의 특별감사, KBS 외주제작업체들에 대한 국세청의 이례적인 특별세무조사에 이어 검찰의 정연주 사장 소환 방침까지 나왔다면서 "국가 기관까지 동원한 이 같은 전 방위적 압박에 대해 사회 곳곳에서 KBS 흔들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 KBS 정연주 사장의 소환 방침에 대한 KBS 입장
오늘 검찰은 2005년 KBS 세무소송과 관련하여 정연주 KBS 사장을 배임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배임 의혹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문제가 제기된 세무 소송의 쟁점은 2005년 당시 세무당국을 상대로 진행된 법인세 등 부과취소 청구소송에서 KBS의 승소가 확실해 2,000여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법원이 권고한 조정을 수용하여 500여억원만을 돌려받아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1심 소송에서 KBS와 국세청은 정당한 세액 산출방법과 관련하여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양 기관의 세금산출방법이 모두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정당한 세금산출방법에 대한 입증책임은 국세청에 있으므로 우선 국세청이 잘못된 방법에 따라 부과한 세금을 철회하라는 뜻에서 KBS승소로 판결하였고, 이는 향후 국세청이 타당한 세금산출방법을 찾아 정당한 세액을 다시 부과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므로 KBS가 승소하였다 하여 그 승소금액을 그대로 환급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국세청의 새로운 산출방법에 따른 부과처분을 다시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국세청이 재처분할 경우에는 KBS가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도 있고, 또다시 새로운 세무소송을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KBS와 국세청은 이와 같은 소모적인 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하여 법원의 조정권고를 통하여 합리적인 납세기준을 설정하고, 국세청이 명백히 부당하게 부과한 일부 세금은 KBS가 돌려받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KBS가 2,000여억원을 승소하고도 일부 세금만을 환급받고 소송을 포기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과 크게 다릅니다.

또한 법원의 조정권고에 대한 수용은 KBS 내부의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경영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으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케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배임죄로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세무 소송과 관련하여서는 이미 수차례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된 사안으로 세무 소송의 사실관계와 진행 과정에 대해 국회에서 충분히 검토를 받은 바 있으며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일반 국민에게 자세하게 설명된 사안입니다.

올 들어 여당인 한나라당과 정부 관계자들은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정연주 사장의 거취를 공공연하게 문제 삼아 왔습니다. 현재 감사원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의 단체가 제기한 국민감사청구를 계기로 KBS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세청까지 나서 주로 KBS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외주제작사들에 대한 전례 없는 특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검찰은 정 사장 소환 방침을 밝혔습니다.

국가기관까지 동원한 이 같은 전 방위적 압박에 대해 사회 곳곳에서 KBS 흔들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KBS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KBS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요구와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앞으로도 변함없이 신뢰받는 방송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008년 6월13일
KBS 한국방송

#정연주 #KBS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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