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여중생 살인사건은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나

[인터뷰] 박신웅 <경기북부일보> 대표... "기사 잘 쓰는 놈이 기자다"

등록 2008.06.14 15:12수정 2008.06.1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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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어렵다고 한다. 특히 인터넷 지역신문은 더 어렵다. 설 자리도 좁고 인정해 주는 이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필요하다고 한다. 혹자는 지방자치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지역신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역신문이 왜 필요하고 얼마나 어려운지 또, 무엇이 필요한지 릴레이 인터뷰 형식을 빌어 들어본다. 기자는 지난 6월 12일 박신웅 <경기북부일보> 대표를 만났다. <기자 주>

 박신웅 대표기자(가운데 앉아있다) 이형오 편집장 (왼쪽) 송영오 기획실장(가운데) 이승호 사회부 부장(오른쪽)
박신웅 대표기자(가운데 앉아있다) 이형오 편집장 (왼쪽) 송영오 기획실장(가운데) 이승호 사회부 부장(오른쪽)이민선

"기자는 기사 쓰는 사람입니다. 글 쓰는 놈이 기자란 얘기입니다. 글 안 쓰는 놈은 기자가 아닙니다."

박신웅 <경기북부일보> 대표기자는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그가 세운 칼날은 기자답지 않은 기자 일명 '사이비 기자'들에게 겨누어져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기자는 간단했다. '기사 잘 쓰는 놈이 기자'라는 것.

"각 지자체 브리핑룸이 비리의 온상입니다. 브리핑룸에 상주하는 지방지 기자들 중에 관청, 지역토호들과 유착관계에 있으면서 기사를 돈으로 흥정하는 부류들이 너무 많습니다. 약점을 하나 잡아놓고 터뜨리지 않을 테니 돈 달라고 하는 식이죠.

그들은 지역에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도 '돈'이 되지 않으면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기자가 아닙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건강한 기사를 쓰는 분들과는 기사교류도 하고 기자 간 협력체계도 갖추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박 기자 자신도 지방지 기자 생활을 수년간 해오고 있으며 지금도 <신화일보> 기자 명함을 가지고 있다. 박 기자는 지방 일간지 <경기 도민일보>, <중부일보>, <기호일보>, <경기신문>에서 기자로 일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자기 얼굴에 침을 뱉을까?

강한 신문 되려면 매체 영향력 키워야


 경기북부일보
경기북부일보이민선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지방 일간지에 입사했습니다. 개혁해 보자는 취지였지요. 쉽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실상만 파악하고 나온 셈이죠. 한 가지 배운 것도 있습니다. 옳은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강한 쪽이 이긴다는 것이죠. 그래서 <경기북부일보>는 강해지기로 했습니다. 강해진다는 것은 매체 영향력을 키운다는 것이죠. 기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잘 쓰는 것은 매체 영향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기본이고요……."


박 기자는 매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한 가지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매체가 서로 연대하는 것이다. 현재 <경기북부일보>는 <여의도 통신>, <한국인터넷언론사협회>와 기사를 교류하고 있다. 또 <시사IN>과 기사 교류를 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화장지 배달, 쌀장사 등으로 생활고 해결하며 기자생활

박 기자는 지방 일간지 경력만큼이나 지역신문 '짬밥'도 많다. 지난 93년도에 <내일신문>에서 사진기자로 출발, 98년도에 종이신문 <동두천 시민신문>을 창간했다. 그 후, 2000년도에 취재구역을 넓히면서 <경기 북부저널>이라 개명한다. 하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2002년 12월에 폐간하고 만다. 이때가 기자 생활 중 가장 힘들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부채를 정리 중입니다. 벌어놓은 돈도 없었지만 내 처지에 굉장히 많은 돈을 날렸습니다. 사실 기자 생활을 포기하고 돈 벌기 위해 사업에 뛰어든 적도 있었습니다. 사업 때문에 전라도 광주까지 가서 살았던 적도 있지요. 지방지 기자를 하면서도 먹고살기 위해 조그만 사업을 계속 했습니다. 돈을 벌지 않고 지방지 기자생활 하다가는 아차 하는 사이에 '사이비 기자'가 되겠더라고요. 배고픈데 장사 없잖아요? 화장지 배달, 쌀장사, 국 배달… 별의별 것 다 해봤어요."

박 기자는 '천상 기자'였다. 자신을 빚쟁이로 만들어놓은 것이 기자라는 직업이었지만, 다시 기자로 살 수밖에 없었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기자'라는 직업에 가 있었다.

"저는 반골기질입니다. 성격상 불합리한 것이나 불의를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자가 내 적성에 딱 맞습니다. 그 반골기질을 글로 발산하는 것입니다. 저는 글 쓸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그래서 기자 생활 자체가 저에게는 곧 보람이고 기쁨입니다."

고 강수현양 어머니 보도 잘 해달라며 '유품' 맡기기도
 고 강 아무개양 유품
고 강 아무개양 유품이민선


<경기북부일보>는 지난 2007년 12월에 창간했다. 창간한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동안 굵직굵직한 사건을 많이 다뤘다. 박 기자는 그 중 필리핀인 불법체류자가 중학교 2학년 강 아무개양을 난도질해서 살해한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한다.

"이 사건, 아차 하면 그냥 묻힐 뻔했습니다. 메이저 언론에서 무관심했죠. 그 당시 전국적으로 큰 사건이 많았습니다. 안양 혜진, 예슬양 사건 등. (고 강양 사건은) 우리만 취재해서 기사화 시켰습니다. 기사 뜨자마자 네티즌 댓글이 1200개 이상 달렸습니다. 그제서야 메이저 언론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 했습니다. 현장 검증할 때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메이저 신문사도 브리핑룸에 있는 기자도."

당시 사건을 보도하면서 <경기북부일보>는 유명해졌다. 단독 보도한 덕분이다. 기사 조회 수가 14만회나 올라갔고 댓글만 1200개 이상 달렸다. 갓 창간된 지역신문으로서는 놀랄만한 수준의 관심을 받은 것이다.

"강양 어머니가 저희에게 유품도 맡겼어요. 일기장, 책 등. 상세하게 취재해서 딸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려 달라는 부탁이었어요. 당시, 사건발생 20일이 지났는데 아무도 보도해 주지 않았어요. 오로지 북부일보만 카메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현재 강양 어머니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 중입니다. 불법 체류자 문제 방치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 매듭지어질 때까지 계속 보도할 계획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3월 7일이고, 범인은 필리핀인 불법 체류자 '빌리 가스 준 패럴'이다. 강양 집 근처(양주시 회암동)에 살고 있던 패럴은 평소 눈여겨 보았던 강양을 강간하려다 실패하자 식칼로 목, 가슴, 배 등을 무려 13차례나 찔러서 살해했다. 의정부 지방법원은 지난 4월 18일 오전 10시 '패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어린이집에서 원장이 남자 어린이 성추행 사건도 기억에 남습니다. 원장(42·여성)이 다섯 살짜리 꼬마를 성추행한 것이지요. 이 사건도 묻힐 뻔했습니다. 당시 의정부 성폭력 상담실에서도 사건 종결하며 '엄마가 돈 뜯어내려고 사건 만든 것이다'란 결론을 냈습니다. 아마 가해자만 조사한 듯합니다."

당시 이 사건을 취재새서 기사화 하자마자 모 지방 일간지 기자로부터 기사 덮으라는 전하가 걸려왔다고 전한다.

"70이 넘은 고령이죠. 모 일간지 기자 명함 들고 다니는 분입니다. 왜 그런 전화를 했을까 궁금해서 조사해 봤더니 어린이집 광고가 두 번이나 실려 있었어요. 그제서야 이해가 됐죠. 아마 제보를 받고 취재한 다음 기사와 광고를 교환했을 겁니다. 기사 싣지 않는 조건으로 광고를 받은 것이죠."

이 사람이 카메라를 메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경기북부일보>에는 박신웅 대표 기자 말고도 신문에 미친(?) 사람이 3명이나 있다. 그 중 이형오 편집장은 지난 98년 박 기자가 <동두천신문> 할 때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다. 이승호 사회부 부장은 386 대학 운동권 출신으로 그동안 시민단체 활동 하다가 이번에 <경기 북부일보>에 합류했다. 송영오 기획실장은 신문사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재정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경기북부일보>는 재정 문제를 갖가지 사업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현재 화장실 세정제 판매 사업과 인쇄·출판사업을 하고 있고, 교육 컨텐츠 사업을 준비 중이다.

박신웅 대표 기자는 그가 밝힌 대로 '반골'이었다. 이 사람이 카메라를 메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 보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있을 듯하다.

지난 6월 10일, 50만개 촛불이 밝혀져 있는 현장에서 박 기자를 만났다. 그의 열정에 놀랐다. 새벽이 되어 기자들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갈 때, 박 기자는 "더 볼 것이 있다"며 카메라를 들고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 열정을 보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천상기자' 박신웅 기자에게서 지역 언론 희망을 엿본다. 인터뷰는 6월 12일 오후 4시에 <경기북부일보> 본사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뉴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뉴스
#경기북부일보 #박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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