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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저녁 서울 충무로의 한 식당, 가까운 친구인 듯한 50세 전후 남성 네 명이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친구를 기다리다 등 뒤에서 들리는 이들의 대화에 관심이 갔다. 쇠고기 문제가 이들의 화제였다.
“이제 어지간히 하고 촛불 끝내야 하는 것 아닌가? 엠비가 저렇게 까지 하는데 말이야. 협상도 좀 진전된 것 같고 말이야. 촛불 때문에 나라가 다 들썩거리니 참 불안해.”
“나라 사이의 협상인데 우리 욕심 다 차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미국 체면도 생각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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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의 민심 민심은 하늘의 뜻이라 하지 않는가. 밤 세워 '재협상'을 외치는 이들에게 이웃과 후손은 많이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 강상헌
▲ 광화문의 민심 민심은 하늘의 뜻이라 하지 않는가. 밤 세워 '재협상'을 외치는 이들에게 이웃과 후손은 많이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 강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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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미국은 체면 보다는 항상 실리를 챙기더라.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될게 없겠지. 자기 나라 위한 거고 잘 하는 거지 뭐. 그런데 미국 하자는 대로 하면 설렁탕 곰탕은 이제 먹을 생각도 말아야 한다면서? 그 에스알엠인가 하는 것이 문제라는 거야. 소고기보다 뼈, 곱창 같은 것에 훨씬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하던데 그것이 한국에 밀려들어오면 난리가 난다는 게지.”
“뉴질랜드 호주 소고기 장사만 살판 난 것 아니야?”
“그것도 대통령이 지금 협상단 보내서 안사겠다고 협상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게 더 위험한 것 같던데. 나는 김종훈이가 가서 그것도 논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네. 우리가 식민진가, 먹을 것 사오는데도 미국 허락을 받아야 해? 참 골치 아파, 말들이 어렵고. 그런데 뼈 곱창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되는 것 아니야?”
“그래, 소고기도 한우만 먹고, 비싸니까 횟수를 줄이면 되지 뭐. 솔직히 기분 찝찝해서 수입고기 먹겠어? 아 참,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미국과 달리 소에게 지 동족인 소고기는 안 먹인다면서? 호주 소고기 먹으면 되겠네. 아무리 그렇다고 소한테 소를 먹이는 것이 말이 되나. 유전자가 꼬여 광우병이 됐다고 하잖아?”
“미국이 빡쎄게 졸라 한국 차 시장 열어 놓으니 미국 차는 안 팔리고 독일 차, 일본 차만 왕창 팔리는 것하고 같은 짝 나겠네.”
“나야 당초 생각도 안하지만 돈 있으면 벤츠나 비엠더블류 사지 누가 폼도 안 나고 싸지도 않은 미국 차 사나? 기름도 더 많이 먹는대요. 정부는 독일 차 일본 차보다는 미국 차가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야. 호주나 뉴질랜드 소 장사들이 지금 표정관리 하느라 고민이겠더라.”
“미국이 한국 백성들한테 온갖 싫은 소리 다 듣고는 실속은 막상 딴 친구들이 챙기는 양상이구먼.”
“왜, 엠비가 문제지, 미국이 문제인가? 미국 정부는 제 할 일 하는 거라고. 자기 나라 이익 위해 얼마나 노력해? 우리도 그런 자세로 우리 이익 지켜야지. 그런데 미국한테 우리 이익 지키자고 하면 좌파고 빨갱이라며, 참 저속한 세상이구먼.”
“왜 어린 아이들 주부들까지 촛불 드는지 속 알겠네.”
“왜, 청와대에 있는 추부길 목산가 하는 사람은 국민을 사탄이라고 했다며?”
“요즘 교회마다 특별 예배로 시끄럽대요. 이명박 장로에게 힘을 주시어 좌빨의 음모를 깨뜨리게 하소서 이런다잖아?”
“에이 설마, 광우병 쇠고기 안 먹게 해달라고 촛불 든 사람들을 그렇게 몰아 부칠라고?”
“하여간 그렇대요. 교회 안에서도 그 것 때문에 말들이 많아요.”
“그런데 진짜 안 먹으면 되는 것 아니야? 30개월은 엠비가 지켜준다 했으니 우리같이 없는 사람 고기 먹고 싶으면 그 중 좀 비싸도 20개월 정도 된 것 먹으면 30개월 보다는 낫겠지. 돈 많으면 한우 먹고, 호주 것도 먹고. 싫으면 안 먹으면 되고.”
“그런데 문제는 육수라네, 이 사람아. 이건 안 먹을 수도 없고, 완전히 포위되는 거지.”
“육수가 왜?”
“우리 음식, 괜찮은 요리 중에 육수가 기본이 되지 않은 것 별로 없잖아? 이 육수 대개 뼈 고아서 만드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요즘 설렁탕집 완전히 파리 날리는 거라고. 지레 겁먹고 미리 안 먹는 거지. 실은 나도 설렁탕 집 갔다가 그 얘기 듣고 께름칙해서 다른 것 시켜 먹었어.”
“거참, 좀 심각하네. 차라리 30개월 이상 된 고기는 들여와 ‘30개월 이상’이라는 스티커 붙여서 팔면 되지만 뼈 내장과 같은 에스알엠은 진짜 안 되겠는걸. 선택의 여지가 없네.”
““우리가 식민진가, 내 사먹을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해?”
“큰 일 낼 소리, 고기를 선택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가능하겠어? ‘여기 24개월짜리 미국 고기 주세요’ 이런 주문이 어디 되겠느냐고? 요즘 고령화된다고 하니 광우병 10년 잠복기 생각해도 내가 죽을 날은 멀찍한데, 참 한심하게 됐군. 촛불 든 사람들 속 알겠네.”
“엠비 짠한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양보 못할 사안이구먼. 우리 사회 먹거리가 불신 투성이가 되는 것 아니야? 지금도 엉망인데. 누구도 못 믿을 사회라, 딴 건 몰라도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놈은 작살을 내랬는데, 허허허.”
“좀 있는 사람들은 ‘돈으로 웰빙하면 된다’는 속셈으로 이번 사태에도 은근히 엠비 응원하는 모양이던데, 육수가 망가진다는 이런 상황 다 알면 그쪽도 역시 심각하겠지? 이대로 가면 우리 음식 남은 것이 없겠네.”
이 대목에서 기다리던 필지의 친구들이 왔고, 우리 모임도 광우병 얘기로부터 시작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교회에 다니는 한 친구는 처음에는 이명박 정부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석 달 사이에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뒷자리의 그 일행은 그 후로도 높은 톤으로 쇠고기 문제에 관한 대화를 계속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민사회신문(www.ingo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식품안전부문을 취재해온 필자는 시민사회신문의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008.06.22 15:1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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