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이 여론 형성? 세상이 변했습니다

[2008세계시민기자포럼] 세션2 - 촛불과 의제설정자로서의 커뮤니티

등록 2008.06.27 14:29수정 2008.06.30 18:25
0
원고료로 응원
a

1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이명박 정부 심판 39차 촛불문화제에서 한 여고생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익살스런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소식에 대해서 4월 말쯤에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퍼뜨리고 다녔습니다. 그 때가 시험기간이라 친구들이 제 말에 별로 귀 귀울여 주지는 않았지만요. 시험이 끝나고 5월 3일부터 시간이 되는 날마다 촛불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6월 10일까지 10번을 채우고 지금은 다시 시험 때문에 공부하고 있습니다.

집회에 처음 참여했던 날 '솔직히 인터넷에서만 모이자는 애기가 퍼졌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까'라는 생각에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현장에 모인 1만여명의 사람들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을 보고 '역시 모두 다 걱정하고 있었구나'라고 느끼며 더 열심히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집회에 참여해보는 게 처음이라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집회장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문화제를  즐기듯이 진행돼서 저조차도 '친구들이 걱정하는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으니까요.

초창기에는 학생들이 주도했다는 사실 때문에 교복을 입고 가면 여러 기자들이나 사람들한테 많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일부러 사복을 입고 갔습니다. 혹시라도 교복 입은 모습이 찍혀서 인터넷에 돌았다가 학교에 걸리면 징계를 받는다는 애들도 있었거든요. 제가 언제 한번 학교 끝나고 바로 가야 해서 교복을 입고 간적이 있었는데 그 날 하루 동안 KBS, <국민일보> 등과 인터뷰만 3~4번 했고 <오마이뉴스> 기자와도 그 날 만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한동안 사복만 입고 참여했습니다.

5월 6일에는 시간이 되는 친구가 없어서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같이 가게 됐었는데요, 서로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더 잘 통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15일에는 발언대에 올라갔습니다. 큰 맘 먹고 올라가서 할 말하고 내려오니까 기분도 좋았고 뭔가 큰 일을 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촛불집회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만 가고...

그 후에 있었던 17일 집회 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죠. 사람들이 많이 모인 만큼 열기도 더 뜨거웠습니다. 집회가 끝 난 후에도 사람들은 바로 해산하지 않고 남은 열기를 쏟아냈습니다. 저는 다른 때처럼 집회 현장에 남은 피켓·양초들을 치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게나 자주 집회가 있었는데 그 거리가 깨끗한 걸 보면 신기할 따름입니다.


촛불문화제에서 친구와 함께. ⓒ 이유진


24일부터 집회의 성격이 약간 변하게 됐는데 저는 그 날 학교 선생님과 같이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 날 거리 행진을 할 때 사람들이 함께 외치던 "이명박은 물러가라, 탄핵, 독재타도" 등의 거침없는 발언들을 들을 땐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경들이 시민을 둘러싸고 살수차까지 오는 걸 봤을 땐 '80년대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구나'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31일에도 현장에 있다가 밤 11시 쯤에 돌아왔는데, 31일에서 6월 1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었죠, 그 전에 현장에 있었던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전경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이 날이 갈수록 더해져 만 가고 있을 때 학교 친구가 말했습니다. 자기 사촌오빠가 전경인데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니까 미워하지 말라고요.

그리고 나서 '100만 촛불 집회'가 있었던 6월 10일이었습니다. 친구의 말도 생각나고  더 이상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같이 갔던 친구들과 함께 전경에게 핸드폰으로 대화를 시도 했었습니다. 닭장차는 창문도 다 닫아놓고 그 창문 안쪽에는 나무 판자까지 끼워놔서 말로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휴대폰을 사용했습니다. 휴대폰에 "시민들 그렇게 때리지 말고 또 싸우지 말아달라" "시민이든 전경이든 다치는 건 싫다" "전경들 미워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써놓고 창문에 비추니까 안에 있던 전경 분이 읽어주시더라구요.

손으로 '오케이' 라고 해주시는 분도 있었고, 직접 휴대폰으로 답장을 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다' '우리도 힘들어 죽겠다'고 하시면서요. 그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날에 학생의 입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는데,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정말 '뿌듯!' 했습니다.    

그 뒤로도 많은 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집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 촛불이 금방 꺼져버리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으로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지금까지 촛불을 지켜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 집회에 나가면서 너무나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집회에만 빠져있었던 그 한 달여 간의 시간들이 아깝지 않고 후회는 더더욱 하지 않습니다. 정말 값지게 느껴질 뿐입니다

촛불 주도한 여중고생의 '수다' 일시적 현상일까

이유진 성심여고 학생 등이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경험 등을 말하고 있다. ⓒ 남소연


이번 촛불집회는 여중고생들이 주도했다고 하는데 저도 학생으로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열정을 갖고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촛불 집회에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하는데 처음엔 쇠고기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요즘 들어서는 정부에 관련된 이야기, 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게 될지 등 대화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 집회에 직접 참가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관심까지 꺼버리진 말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촛불집회에서 인터넷의 역할이 정말 컸습니다.

초창기에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을 보면 IT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터넷이 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모두들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집회가 시작되던 5월 초에 시청에 모였던 국민들은 TV나 신문이 아닌 인터넷에서 소식을 접하고 오신 분들이셨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엔 '미친소닷넷'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고 집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더 이상 통제되고 왜곡된 전통적 언론에 기대려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고라 광장, 인터넷까페 등에서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며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집회를 하고 난 다음 날 아고라 광장에선 네티즌들의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죠.

국민들은 이렇게 온라인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진실을 밝혀내며 자신들만의 여론을 형성해 갔습니다. 물론 각종 사이트와 1인 미디어도 크게 일조했습니다.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직접 집회현장을 생중계하는 사람들을 봤을 때 '정말 세상이 변하긴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흐름상, 앞으로 온라인 미디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제 국민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성숙한 미디어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인터넷의 힘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앞으로도 정확한 정보와 표현의 자유를 제공하는, 21세기를 이끌어 갈 미디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세계시민기자포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