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이명박 정부 심판 39차 촛불문화제에서 한 여고생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익살스런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권우성
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소식에 대해서 4월 말쯤에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퍼뜨리고 다녔습니다. 그 때가 시험기간이라 친구들이 제 말에 별로 귀 귀울여 주지는 않았지만요. 시험이 끝나고 5월 3일부터 시간이 되는 날마다 촛불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6월 10일까지 10번을 채우고 지금은 다시 시험 때문에 공부하고 있습니다.
집회에 처음 참여했던 날 '솔직히 인터넷에서만 모이자는 애기가 퍼졌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까'라는 생각에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현장에 모인 1만여명의 사람들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을 보고 '역시 모두 다 걱정하고 있었구나'라고 느끼며 더 열심히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집회에 참여해보는 게 처음이라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집회장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문화제를 즐기듯이 진행돼서 저조차도 '친구들이 걱정하는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으니까요.
초창기에는 학생들이 주도했다는 사실 때문에 교복을 입고 가면 여러 기자들이나 사람들한테 많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일부러 사복을 입고 갔습니다. 혹시라도 교복 입은 모습이 찍혀서 인터넷에 돌았다가 학교에 걸리면 징계를 받는다는 애들도 있었거든요. 제가 언제 한번 학교 끝나고 바로 가야 해서 교복을 입고 간적이 있었는데 그 날 하루 동안 KBS, <국민일보> 등과 인터뷰만 3~4번 했고 <오마이뉴스> 기자와도 그 날 만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한동안 사복만 입고 참여했습니다.
5월 6일에는 시간이 되는 친구가 없어서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같이 가게 됐었는데요, 서로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더 잘 통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15일에는 발언대에 올라갔습니다. 큰 맘 먹고 올라가서 할 말하고 내려오니까 기분도 좋았고 뭔가 큰 일을 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촛불집회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만 가고...그 후에 있었던 17일 집회 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죠. 사람들이 많이 모인 만큼 열기도 더 뜨거웠습니다. 집회가 끝 난 후에도 사람들은 바로 해산하지 않고 남은 열기를 쏟아냈습니다. 저는 다른 때처럼 집회 현장에 남은 피켓·양초들을 치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게나 자주 집회가 있었는데 그 거리가 깨끗한 걸 보면 신기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