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북핵 상징물' 영변 냉각탑 폭파

27일 오후 5시 5분께 폭파... 아이디어냈던 한국은 현장에도 못가

등록 2008.06.27 18:12수정 2008.06.2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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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스채널 CNN은 27일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다는 소식을 첫 기사로 다뤘다. ⓒ CNN 사이트 화면

미국의 뉴스채널 CNN은 27일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다는 소식을 첫 기사로 다뤘다. ⓒ CNN 사이트 화면

27일 오후 5시 5분(한국 시각)께북한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이 폭파됐다고 미국의 위성방송 CNN이 보도했다.

 

냉각탑은 '쾅'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나면서 1~2초 안팎의 짧은 시간에 풀썩 무너졌다.

 

이 자리에는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참석해 폭파 장면을 지켜봤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 관계자는 초청받지 못했다.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정책 실장은 이날 오전 YTN FM에 출연해 "냉각탑 폭파는 지난해 여름 한국 정부가 낸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아이디어는 한국 정부가 내놓고 정작 실제 실행 현장에는 가지도 못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냉각탑 폭파 장면은 애초 CNN에 의해 생중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7일 오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영변 지역에 위성 송출 시설이 없어 생중계는 힘든 것으로 안다"며 "폭파 비용 전액은 미국 정부가 부담했다"고 전했다.

 

영변 냉각탑에는 냉각 장치와 증발장치가 있었지만 이미 몇 달 전 뜯겨져 탑 자체만 남은 상태였다. 따라서 이미 냉각탑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러나 높이 20여m의 냉각탑은 지난 20여년간 북핵 문제의 도드라진 상징물이었다.

 

1986년 말께 완공된 영변의 5㎿ 원자로는 지난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로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2002년 10월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이른바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이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하던 중유 50만t 제공을 중단하자,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을 추방하고 핵확산방지협약(NPT)에서 탈퇴한 뒤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영변 원자로가 재가동되면서 이 냉각탑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 장면을 찍은 미국의 위성 사진이 공개되면서 북핵 위기가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점이 다시 상기됐었다.

 

냉각탑은 핵분열 때 발생하는 원자로의 열을 식히는 장치다. 핵분열이 일어나면 원자로가 뜨거워지며 이 원자로를 식히는 과정에서 수증기가 발생한다.

 

냉각탑이 없으면 고열로 원자로가 녹아버릴 수 있다.

 

존 울프스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냉각탑은 원자로의 필수 시설"이라며 "이것이 없으면 원자로는 가동될 수 없고,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한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가 모두 고리·울진·영광 등 바닷가에 있어 냉각탑이 필요없다. 그러나 북한의 영변처럼 내륙 지방에서는 냉각탑은 원자로 가동을 위한 필수 시설이다.

 

이날 냉각탑이 파괴됨으로써 혹시 재건축하지않은 이상 영변 원자로 지역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핵 신고서에 핵무기 갯수 빠져"... 비난은 '딴죽'

 

냉각탑 폭파에 대해 보수 쪽과 진보 쪽은 바라보는 시각차가 크다. 보수 쪽은 '쇼'에 불과하다면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 쪽은 북핵 협상의 2단계가 완료된 것이며, 북한 당국이 협상에 임하는 진지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진보 쪽은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냉각탑 폭파 현장에 아예 초청받지도 못한 것은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난하고 있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된 실무 그룹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한국 정부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북한이 26일 중국에게 제출한 핵 신고서에 현존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일부에서 한계로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26일 "이번 신고에 핵무기의 본질적인 사항인 플루토늄 추출량 등을 신고했다 하더라도 북한이 핵무기 관련 상세 사항을 다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무지의 산물 또는 기억 상실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의도적인 딴죽에 불과하다.

 

지난 2007년 탄생한 2·13 합의문은 '북한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포기하도록 돼있는 사용 후 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루토늄을 포함, 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프로그램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한다'고 되어있다.

 

즉 북한의 핵프로그램만 언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2·13 합의 직후에 국내외 강경파들은 "북한의 현존 핵무기는 빠진 엉터리 협상"이라고 맹비난했었다.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10·3 합의문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13합의에 따라 모든 자국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2007년 12월31일까지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되어있다.

 

핵무기 문제는 핵 협상 3단계에서 논의될 것이며, 이 전에는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는 분리해서 논의한다는 것은 이미 6자회담 참가국 사이에 이미 합의된 사실이다.

2008.06.27 18:12 ⓒ 2008 OhmyNews
#북핵 #영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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