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저학년 대상 도서판매 기승

교육청ㆍ학교, 피해 발생해도 특별한 대책 없어

등록 2008.06.28 11:15수정 2008.06.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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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부평 ㅅ초교 학생들에게 뿌려진 책 판매 홍보물. 저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안이나 주변에서 도서판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인천 부평 ㅅ초교 학생들에게 뿌려진 책 판매 홍보물. 저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안이나 주변에서 도서판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장호영
인천 부평 ㅅ초교 학생들에게 뿌려진 책 판매 홍보물. 저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안이나 주변에서 도서판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 장호영

인천 부평 ㅅ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자녀를 둔 이아무개씨의 집에 딸아이는 교사가 줬다며 도서판매 홍보물을 집에 가져왔다.

 

아이는 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아이가 가져온 홍보물의 내용을 보고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다.

 

판매하는 책은 EQ논술 세계문학(전 20권), 솔로몬학습 교육동화(전 20권)로 각각 정가는 19만 8000원이지만 학교단체 특별보급가로 8만 900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책 가격을 확인한 결과, 인터넷 판매가보다 훨씬 비쌌다.

 

홍보물 앞면에 ‘교육부 권장’ ‘초등 필독 도서’라는 내용이 있어 교육부에 문의한 결과, 교육부 차원의 권장도서나 초등 필독 도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뒷면에는 ‘이 기회를 빌려서 귀댁의 자녀에게 좋은 책을 마련해 주실 학부모님께서는 신청서를 기재하시어 등교 시 학생 편에 보내주시면 책은 가정으로 배달됩니다. 신청서는 다음날 하루만 받습니다’라고 적혀 있어, 마치 학교에서 책을 판매하는 것처럼 보였다.

 

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을 파는지, 다음날 하루만 신청을 받는지 의문이 갔다.

 

이씨는 며칠 후 홍보물에 게시된 문의 전화번호로 여러 번 통화를 시도해봤지만 통화가 안됐다.

 

방학을 앞두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이뤄지는 사기성 서적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평지역 초등학교와 교육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방학을 앞두고 장애인단체ㆍ보훈단체 등을 자칭하거나 외판원이 학교를 방문해 1~3학년을 대상으로 홍보물을 뿌리고 책을 판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교육청에는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학교 측도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ㅅ초교 관계자는 “지난 20일 독립유공자들의 단체인 A단체 인천경기도지부 실장이라고 밝힌 박아무개씨가 교감을 만나 1~3학년 학생들에게 책 판매 홍보물을 돌리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감은 이를 거부했지만, 박씨는 담임교사만 만나게 해달라고 약간은 강제적으로 요청했고, 이에 교감은 박씨의 강압적인 태도에 그렇게 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학교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학교를 방문했던 박씨는 <부평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교장의 허락 없이 어떻게 홍보물을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겠냐, 허락을 맡고 1~3학년 모두 뿌린 것이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단체 차원에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서적 판매를 진행하는 것이고, 교육부의 인증을 받은 책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필독도서나 교육부 권장이라는 표현은 학부모 등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라며 “가격이 비싼 것은 일반 서점에서 판매되는 책들과는 질이 다르기 때문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런 실정이지만 학교나 교육청은 이들을 막기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들의 행위를 막을 뚜렷한 근거도 없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들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해도 학교나 교육청이 고발까지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ㅅ초교 교장은 “오늘도 책을 판매하는 사람이 학교를 방문해 뿌린 홍보물을 전량 폐기처분하도록 했다”며 “장애인단체나 이런 단체들에서 오면 학교의 특성상 완강히 거절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더 강력하게 학교에서 이런 서적 판매가 생기지 않도록 더욱 신경쓰겠다”고 덧붙였다.

 

인천 북부교육청 유아교육팀 관계자도 “학교를 방문해 책을 파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데다가 그들을 제지하거나 처벌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어 현재는 학교 측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ㅅ초교 학부모 이씨는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기에 가까운 판매행위라 볼 수 있는데, 학교가 이를 못 막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며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교육청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2008.06.28 11:1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학교 책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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