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3) 목록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355] ‘한몸 되다-하나되다’와 ‘일체화’

등록 2008.06.29 11:57수정 2008.06.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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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일체화되다

 

.. 일본에게 있어서는 감각적인 자연세계의 이 아름다움 자체를 존중하고 거기서 절대적인 세계의 출현을 보고, 거기 일체화됨으로 스스로의 사는 방식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  《內村鑑三(우찌무라 간조)》(세종문화사,1978) 36쪽

 

 “일본에게 있어서는”은 “일본에서는”이나 “일본은”으로 다듬습니다. “감각적(感覺的)인 자연세계의 이 아름다움 자체(自體)를”은 “감각을 건드리는 자연세계 이 아름다움을 그대로”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자연세계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로 풀어냅니다. ‘존중(尊重)하고’는 ‘높이 여기고’나 ‘사랑하고’로 다듬어 주며, “절대적(絶對的)인 세계(世界)의 출현(出現)을”은 “거룩함이 나타난다고 보고”나 “거룩함을 느끼고”로 다듬습니다. “스스로의 사는 방식(方式)을 구(求)하려고”는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으려고”나 “자기 나름대로 살아갈 길을 찾으려고”로 손질하며, “하는 것이다”는 “한다”로 손질합니다.

 

 ┌ 일체화(一體化) : 떨어지지 아니하는 한 몸이나 한 덩어리로 됨

 │   - 생활양식의 일체화 / 일체화를 이루다

 │

 ├ 거기 일체화됨으로

 │→ 거기에 하나가 되면서

 │→ 거기에 한몸이 되면서

 │→ 거기에 한마음이 되면서

 └ …

 

 “한(一) 몸이(體) 되다(化)”를 한문으로 적으니 ‘一體化’입니다. 한문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일체화’로 적을 수 있을 테지요. 우리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몸이 되다’나 ‘한몸되다’처럼 적을 수 있고요.

 

 ┌ 생활양식의 일체화 → 살아가는 길을 하나로 묶다

 └ 일체화를 이루다 → 한몸을 이루다 / 한덩어리를 이루다

 

 몸이 하나가 되는 ‘한몸’이 된다고 하면, 마음도 하나가 되곤 합니다. ‘한마음’입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이니 ‘한덩이’ 또는 ‘한덩어리’가 됩니다. 뒷말을 덜어서 ‘하나’가 되었다고 해도 어울립니다.

 

 보기글을 통째로 손질해서 다시 써 봅니다. “일본사람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자연세계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여기에서 거룩함을 보며, 자연과 하나가 되면서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으려고 한다.”

 

 

ㄴ. 목록화하다

 

.. 나는 순서없이 뒤섞인 이 카드를 작가별, 장르별로 분류하여 목록화하는 한편 원고지에 베껴놓은 작품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  (염무웅) / 《출판과 교육에 바친 열정》(우촌이종익추모문집간행위원회,1992) 28쪽

 

 “작가별(作家別), 장르별(genre別)로 분류(分類)하여”는 “글쓴이와 갈래대로 나누어”나 “지은이와 갈래에 따라 나누어”로 손질합니다. ‘순서(順序)없이’는 ‘아무렇게나’나 ‘뒤죽박죽으로’로 손보고, “읽어나가기 시작(始作)했다”는 “읽어나갔다”로 손봅니다.

 

 ┌ 목록화 : x

 ├ 목록(目錄)

 │  (1) 어떤 물품의 이름이나 책 제목 따위를 일정한 순서로 적은 것

 │   - 참고 문헌 목록 / 도서 목록 / 통신 판매용 상품 목록 / 목록을 작성하다

 │  (2) [컴] = 디렉터리

 │

 ├ 목록화하는 한편

 │→ 목록으로 만드는 한편

 │→ 목록을 만드는 한편

 │→ 보기표를 쓰는 한편

 │→ 차곡차곡 갈무리하는 한편

 └ …

 

 ‘목록화’는 국어사전에 안 실리지만, ‘-化’는 어느 말 뒤에나 마음껏 달라붙으면서 새말이 되기도 하고 새 쓰임을 펼쳐 보이기도 합니다.

 

 국어사전에서 ‘목록’을 찾아봅니다. 국어사전 풀이에는 다른 말이 안 적혀 있는데, ‘목록’은 일본 한자말이라 걸러내야 하고, 같은 한자말이라 해도 한국 한자말인 ‘차례’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예부터 들어 왔습니다.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면, 토박이말 ‘벼리’를 쓸 수 있습니다. 책을 엮으면서 ‘자리매김’이라는 낱말을 쓰는 분도 있습니다.

 

 ┌ 참고 문헌 목록 → 살핀 책 이름모둠

 ├ 도서 목록 → 책이름 모둠 / 책 정보 모둠

 ├ 상품 목록 → 상품 모둠책 상품보기표

 └ 목록을 작성하다 → 보기표를 쓰다

 

 책에 실린 글을 죽 늘어놓으면서 앞에 붙이는 말로는 ‘차례’나 ‘벼리’나 ‘자리매김’이 한결 나으며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그렇지만 ‘도서 목록’이나 ‘상품 목록’ 같은 말은, 워낙 이 말투대로 굳었기 때문에 걸러낸다거나 고쳐쓰기가 어렵다고 느껴요.

 

 비록 우리 말 문화와 삶에 알맞지 않을 뿐더러, 얄궂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낱말이라고 하더라도, 몇 군데에는 그대로 남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또는, 아쉬워도 우리 말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다만, 이렇게 두면서도 한결 나은 낱말이나 말씨는 없을까, 하면서 새말과 새길은 꾸준히 찾아보아야 합니다. ‘이름표’나 ‘보기표’나 ‘이름보기표’처럼 적어 볼 수 있고, ‘이름적이’나 ‘이름모둠’처럼 적어도 썩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아주 마음에 들 만한 낱말이나 말씨를 찾기 어렵다면, 모자라거나 어설프나마 하나하나 뜻과 쓰임새에 맞추어서 추슬러 줍니다.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쓰는 가운데, 시나브로 가장 알맞으며 훌륭하고 반가운 말 하나로 엮어낼 날을 맞이하리라 믿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29 11:5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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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우리말 #우리 말 #화化 #외마디 한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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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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