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쪽 등 끄니 1년 동안 800여만원 절약"

고유가 시대 전남도청이 말하는 에너지 실천 비법

등록 2008.07.03 15:44수정 2008.07.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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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늘밤 기름값 오릅니다'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한 주유소가 육교 위에 기름값 인상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고유가로 오늘 밤 가격인상을 할 예정이다"며 "단골고객들을 위해 현수막을 걸었다"고 밝혔다.

'오늘밤 기름값 오릅니다'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한 주유소가 육교 위에 기름값 인상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고유가로 오늘 밤 가격인상을 할 예정이다"며 "단골고객들을 위해 현수막을 걸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한상균


석유공사의 통계에 의하면 1970년 두바이유는 배럴당 1.21달러였다. 2008년 7월 2일 현재 같은 두바이유가 136.73달러이니 정확히 113배가 오른 셈이다. 보름 전인 6월 17일 128.72달러였으니 한 달도 안된 사이에 5달러가 올랐다. 정말 무지막지한 상승세다.

다른 물가 상승률을 통해 기름값 상승 정도를 살펴보자. 한국물가정보가 2005년 펴낸 '종합물가총람'에 따르면 1970년에서 2005년 사이 35년 동안 라면은 20원에서 540원으로 27배, 자장면은 100원에서 3200원으로 32배, 돼지고기(500g)는 208원에서 6250원으로 30배, 쌀(40kg)은 288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6.4배 올랐다.

기름값보다 많이 오른 품목은 담배(1갑)가 유일할 듯하다. 10원(새마을담배)에서 2500원(에쎄)으로 250배 올랐다.

이러니 서민들의 삶이 고단할 수밖에 없다. 전라도 출신 혹자는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한 40여 년 전에는 등잔에 사용할 석유를 됫병으로 샀었다.

"아가, 세구지름(석유기름) 쪼까 사온나."

어머니 말씀이 떨어지면 석유 기름통으로 쓰던 빈 됫병을 손에 들고 '점방'에 갔다. 점방은 요즘 식으로 동네 구멍가게인 셈인데 거기에 석유를 담아 파는 큰 통이 있고 통에서 병으로 석유를 덜어내는 펌프가 물려 있다. 종이를 뭉그러뜨려 마개로 썼던 됫병을 조심스럽게 들고 돌아와 통유리로 바람을 막은 '호야등'에 붓고 불을 올린다. 호야등은 멍석을 깔고 저녁을 먹던 식구들의 얼굴이 발갛게 보이도록 환했다.

그러나 기름을 아껴야 할 때는 한 가족이 모여 식사할 때도 '초꼬지(호롱불)'라 부르던 작은 등잔에 불을 밝혔다. 그리고 그을음이 까맣게 묻어나는 그 초꼬지 아래서 공부를 했었다. 추억이 실타래처럼 풀린다. 창호지문 사이로 접해 있던 이웃이 떠오르고, 골목길에서 했던 구슬치기와 헌 책가방, 찢어진 운동화가 생각난다. 그러나 아무리 조여청사모성설(朝如靑絲暮成雪 아침에 푸른색이었던 머리카락이 저녁에 흰눈처럼 백발이 되었다는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구)이라 하여도 기름값은 정말 너무 올랐다.


고유가 시대... 10층까지 걸어다녀라

 전라남도청 전경

전라남도청 전경 ⓒ 고성혁


기름값 폭등은 장사꾼과 소비증가가 이루어 낸 합작품이라고는 하지만 한편으로 과열되어 뜨거워진 지구가 인류생존을 위해 보내는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지구는 인류의 것만이 아닌 모든 생물의 것이다. 따라서 인류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자원만 사용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구를 달궈 우리의 종말을 부를 수 있는 화석원료의 사용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이제 에너지 절약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중심축으로서 오히려 미래산업의 핵심이 되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전남도청(도지사 박준영)이다. 여기서 고유가 시대에 맞춰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6월 10일 광주와 전남 지역 신문들은 이례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도민들이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전남 지사의 호소문을 실었다. 이에 앞서 전남도는 지난 2월 25일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실천전략을 만들어 배포한 바 있고, 3월 6일에는 에너지 절약 강화계획을 마련했다. 6월 4일에는 공직자 '10대 에너지절약' 실천강령을 만드는 등 계속 강도를 높였다.

공직자 에너지 절약 10대 실천 강령은 다음과 같다.

▲출퇴근시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30분 이내 가까운 거리는 걷기 ▲여름엔 간소복에 노타이 차림으로 일하고 실내 건강온도 28도 이상 유지(간소복에 노타이 차림으로 일할 경우 2도 낮춘 효과) ▲저층은 엘리베이터 사용 자제하고 계단 이용(저층은 10층 이하) ▲사용하지 않는 조명등 끄기(주간 근무시 창측 커텐 올리고 조명등과 복도조명등 소등, 야간 근무시 직원들 없을 때 실내 조명등 소등) ▲불필요한 사무기기 대기전력 차단('에너지절약' 마크 표시된 제품 구입, 중식시간 사무기기 전원 끄고 퇴근시 멀티탭 전원 끄기) ▲치아 닦을 때 컵 사용, 세면시 비누칠 할 때 수도꼭지 잠그기) ▲퇴근시간 1시간 전 냉·난방 공급 중단 ▲동절기 내복을 입어 실내 건강온도 20도 이하 유지 ▲청사 안에서 개인별 전열기 사용 자제.

 도청 짝수층 전용 엘리베이터.

도청 짝수층 전용 엘리베이터. ⓒ 고성혁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중에서 백미는 단연 10층까지 걸어 다닐 것을 권유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 2월 4일 부임한 박재영 행정부지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의 사무실인 10층까지 계단으로 출퇴근하고 있으며 강령 발표 이후 직원들도 많은 수가 이에 동참하여 19층까지 걷고 있다.

처음 전남도의 실천전략이 만들어졌을 때 점심시간 컴퓨터 끄기, 계단 이용하기, 양치와 세면시 수도꼭지 잠그기 등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지침에 대해 다소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유가급등 소식을 피부로 접하는 데다 매일 청내 방송을 들으면서 직원들은 조금씩 바뀌어갔다. 이제는 거의 정착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자동차의 경우 5부제를 하면서 청사 내 진입을 강력하게 통제했다. 처음에는 주변주차라는 편법을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 역시 상부에서 실천을 하고, 꾸준히 홍보를 한 게 효과를 봤다고 본다.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것이 2005년 10월에 광주에서 무안으로 청사를 옮겼기 때문에 아직 광주에서 집을 옮기지 못한 직원들이 일부 있다. 물론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과 임산부, 유아 동승차량은 부제에서 제외된다.

자전거 출퇴근자도 꽤 되는 편이다. 현재 자전거 출퇴근자는 약 50명. 그 수를 더욱 늘리기 위해 2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자전거 구입시 보조 등 각종 혜택을 구상하고 있다.

 창측 회로 분리.

창측 회로 분리. ⓒ 고성혁


청사 내 실내온도는 항사 28℃ 이상을 유지한다. 중앙공급 방식으로 냉난방을 통제하고 있어 온도관리는 아주 잘 이루어진다. 창측과 안쪽 간 실내온도차가 2-3도 정도 돼, 창측에 앉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지만, 아예 불평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불평을 한다고 해서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행사 때다. 강당 및 대회의실을 사용하는 민간행사의 경우 민간인들이 아직 익숙지 않은 탓인지 높은 온도에 따른 행사진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청사 내에는 모두 2만1156개의 등이 설치돼 있다. 현재 창측 등을 떼내고, 격등을 하고 있는데, 절전 효과를 말하면 모두 놀란다. 낮시간 창측 862개의 전등을 켜지 않으면 연간 827만5천원, 사무실과 복도 1300개 등을 격등하면 연간 1689만6천원을 절약할 수 있다.

 화장실 인체 감지 센서.

화장실 인체 감지 센서. ⓒ 고성혁


화장실 인체감지 시설 설치도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용자가 나간 후 다음 이용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자동 소등되는 이 시설 설치를 통해 절전한 전기는 연간 867㎾. 돈으로 따지면 930만원이나 된다. 옥외주차장엔 150㎾급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해 50여 가구가 사용가능한 전기를 연 189Mw 만들어내고 있다. 절약 효과는 1800만원이다.

전남도청 정동환 담당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정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에너지 절약이 직원들의 몸에 밸 때까지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복도 격등.

복도 격등. ⓒ 고성혁


전남 화순에는 드러누운 부처인 와불의 운주사가 있다. 하룻밤 1000개의 탑을 쌓으면 모두가 함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대동세상을 열 수 있다는 설화가 깃든 곳이다. 그 설화가 말하는 것은 '참여'다. 지금이 그 설화는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민중의 염원과 함께 그 방법으로서 ‘참여’를 얘기하고 있다. 지금처럼 민초들의 삶이 힘든 시기도 드물었을 터인즉 촛불을 들었던 마음으로 모든 국민이 에너지 절약에 대동단결의 뜻을 모았으면 좋겠다.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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