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실거리는 촛불의 바다, 생명을 살릴 것입니다

[포토에세이] 작은 비이슬 바다가 되듯

등록 2008.07.05 16:59수정 2008.07.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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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거미줄에 맺힌 비이슬 비오는 날이면 작은 비이슬이 내 사진의 소재가 된다.

거미줄에 맺힌 비이슬 비오는 날이면 작은 비이슬이 내 사진의 소재가 된다. ⓒ 김민수

▲ 거미줄에 맺힌 비이슬 비오는 날이면 작은 비이슬이 내 사진의 소재가 된다. ⓒ 김민수
 
비가 오신다.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풀잎, 꽃잎 제 빛 드러나게 하는 비가 오신다. 거미줄에 앉은 비이슬, 그 작은 비이슬 안에 스며든 꽃의 빛깔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이 작은 비이슬이 땅에 스며 실개천을 이루고, 실개천 모여 도랑을 이루고, 도랑이 모여 개천이 되고, 개천이 모여 강이 되고, 강이 흐르고 흘러 바다가 되는 것이리라.
 
'처음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경구는 인간의 욕심을 채워주기 위한 경구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비이슬과도 같은 자연에게 주는 경구이리라.
 
a 비이슬 맑은 비이슬에 맺힌 꽃의 빛깔

비이슬 맑은 비이슬에 맺힌 꽃의 빛깔 ⓒ 김민수

▲ 비이슬 맑은 비이슬에 맺힌 꽃의 빛깔 ⓒ 김민수
 
실개천이 바다에 이르기까지는 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막히면 돌아가고, 골이 깊으면 물이 찰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고, 끊임없이 더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향하다 세상에서 가장 넓고 깊은 바다에 이르는 것이다. 구불구불, 느릿느릿한 걸음걸이가 이어져 바다, 강, 개천, 도랑, 실개천, 비이슬 모두모두 손맞잡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구비구비 이어진 것을 끊는다는 것은 생명을 끊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거미줄에 맺힌 비이슬을 보며 나는 바다를 생각했다. 바다를 생각하며 촛불의 바다를 떠올렸다. 작은 촛불들이 하나 둘 모여 이룬 촛불의 바다는 바다가 생명의 어머니듯 민주주의의 어머니다.
 
a 비이슬 알알이 맺힌 둥근 물방울 보석

비이슬 알알이 맺힌 둥근 물방울 보석 ⓒ 김민수

▲ 비이슬 알알이 맺힌 둥근 물방울 보석 ⓒ 김민수
 
성난 바다를 본 적이 있는가? 그 앞에 서 본적이 있는가?
 
두려움과 경외감, 그러나 온 바다가 뒤집어짐으로 인해 생명 넘치는 바다가 되고, 저 심연 깊은 곳에서 바다의 생명을 갉아먹으려던 썩은 찌끼들이 정화되어 다시 생명의 일부가 된다. 그것이 성난 바다의 신비다. 성난 바다는 바다이기를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바다로 만들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촛불의 바다, 잔잔하면서도 때론 격동적인 촛불의 바다 앞에 우리는 서있다. 그들의 몸부림은 그들을 음해하는 이들의 말대로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바로 세우며,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바로 잡으려는 몸부림이다. 더 나아가 온 생명을 살리려는 몸부림이다.
 
a 비이슬 동글동글 맺혀있는 비이슬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를 닮았다.

비이슬 동글동글 맺혀있는 비이슬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를 닮았다. ⓒ 김민수

▲ 비이슬 동글동글 맺혀있는 비이슬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를 닮았다. ⓒ 김민수
 
비가 오신다.
 
오늘 같은 날은 잠시 쉬었다 와도 좋으련만 비가 오신다. 하늘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본래 인간도 우주를 닮아 비이슬처럼 동글동글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모난 부분이 생기게 된 것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길은 모난 부분을 갈아 다시 본 모습을 회복하는 것, 그 본모습 잃어버릴까봐 아침이슬만으로는 모자라 비이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가 촛불 하나 밝히는 것도, 연약한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모난 것들을 다듬는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넘실거리는 촛불의 바다, 바다가 그랬듯이 이내 생명을 살릴 것이다. 그 생명의 행진, 그것을 왜곡하는 이들이여! 막는 이들이여! 아무도 이 걸음걸이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7.05 16:59ⓒ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이슬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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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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