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더워 죽겠네

[뉴스 속 건강 48] '더위 먹은 것'과 열사병, 어떻게 구분하지?

등록 2008.07.10 12:07수정 2008.07.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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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북 경주에서 국내 한 제약회사가 주최한 '국토대장정' 행사에 참가한 여대생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날 경주시의 온도는 섭씨 36℃로 폭염주의보가 내린 상태였으며, 아스팔트의 온도는 40℃를 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열사병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140여 명은 4시간 넘게 걸었고, 이 중 대구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4학년 여학생(24)이 폭염에 쓰러져 경주 동국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병원은 '열사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 며칠 사이 전국적인 폭염탓에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전북 임실군에서는 정 아무개(57)씨가 돼지우리에서 일을 하다 폭염에 쓰러져 숨졌고, 경남 합천에서는 안 아무개(78)씨가 농작물을 관리하다 쓰러지는 등 전국에서 6명이 사망했습니다.

치료 않으면 100% 사망... 땀 흘리지 않으면 위험해요

a  여름철 강한 햇빛을 받으며 운동할 때에는 전해질이 함유된 수분을 자주, 그리고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여름철 강한 햇빛을 받으며 운동할 때에는 전해질이 함유된 수분을 자주, 그리고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렇게 심한 무더위는 탈수와 고열로 인해 신체의 여러 기능을 변화시켜 다양한 질환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온 변화에 따른 신체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어린이 그리고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일어날 위험이 높은 환자들은 주변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번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모두 열사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정권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될 때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심각한 체온조절 장애"라고 설명합니다.

열사병에 걸리면 뇌의 중추신경에 있는 체온을 조절하는 부위에 장애가 일어나 전신에 땀 분비가 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체온이 상승하게 되고 심한 경우 생명을 앗아갑니다.


주로 고온에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한 훈련을 하는 군인이나 신체 기능이 떨어져 있는 노인이나 환자에게 생길 수 있으나,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치료하지 않으면 100% 사망하게 될 정도로 응급을 요하는 심각한 질병입니다.

이정권 교수는 "주증상은 중추 신경장애며 현기증, 오심, 구토, 두통, 발한 정지에 의한 피부건조, 허탈, 혼수상태, 헛소리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인다"라면서 이런 증상이 보이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호송할 것을 당부합니다.

시원한 물로 옷 적시고 선풍기 트는 것이 응급처치법

a  야외에서 모자나 수건 등으로 한여름의 강한 햇살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야외에서 모자나 수건 등으로 한여름의 강한 햇살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폭염에서 장시간 활동을 하다가 어지럽고 쉽게 피로해지는 현상은 대부분 '심하게 더위를 먹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열피로'와 관련한 증상입니다.

박원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교수는 "열피로는 땀으로 나간 수분과 염분이 제때 보충이 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질병으로 치료하면 쉽게 회복된다"라고 말합니다.

열사병의 경우에도 열피로 증상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열피로 증상이 땀을 많이 흘리는데 반해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만약 폭염에 의식을 잃은 사람이 땀을 흘리지 않는다면 응급상황으로 생각하고 병원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열사병으로 쓰러진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체온을 빨리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를 서늘한 장소로 옮겨 열을 식히고, 시원한 물로 옷을 흠뻑 적시고 선풍기 등을 틀어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운동 중에 상의 벗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

여름철 폭염에 의한 열병 예방을 위해선 적당한 운동과 체력관리가 중요합니다.

박원하 교수는 "만일 고온 다습한 조건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면 적당한 순화가 필요하다"라면서 "악조건을 피해 운동을 하고, 되도록 아침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합니다.

여름 운동을 위한 실천사항


1. 운동 후에는 땀 흘린 만큼 수분을 보충하라.
2. 맨살로 운동하지 마라.
3.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대낮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4. 운동시간은 1시간 이내로 하라.
5. 땀 처리를 확실히 해 피 질환을 막는다.
6. 과도하게 햇빛을 쐬지 마라.

도움말 : 박원하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
운동할 때는 가벼운 옷을 헐겁게 입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 중 상의를 벗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열을 발산할 수는 있지만, 주변에서 열을 흡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운동 전에는 가급적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고 운동 중에도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은 필수입니다. 새벽이나 초저녁과 같이 뜨거운 햇살이 비치지 않는 시간대에 혹은 실내에서 가벼운 운동을 해서 폭염을 잘 이겨나가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열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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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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