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인기가수들의 콘서트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소년, 소녀 팬클럽들. 좋아하는 것을 향한 이들의 열정이 가끔은 부러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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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팬클럽 동생들이여, 그냥 즐겨라 친구는 "그냥 행사직원들에게 나눠준 공짜 티셔츠"라며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팬클럽 여동생들의 요구는 절실했다. 친구가 계속 난색을 표하자 돈을 더 달라는 것으로 알아들은 그들은 갑자기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 무려 20만원이라는 거금을 내겠다고 까지 한 것이다. 순간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나도 살짝 뒤통수를 맞은 듯 가벼운 충격을 느꼈다.
그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은 일당의 몇 배나 되는 큰 돈이었다. 그러나 당황스러움이 최고조에 달한 친구는 끝내 티셔츠 파는 것을 거부했고 어쩔 수 없이 팬클럽 여동생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인기가수들을 향한 소녀 팬클럽들의 열정이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로 내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물론 친구에게는 큰 의미가 없던 티셔츠였으니 그냥 선물로 줄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엔 너무 당황해서 경황이 없었고 또 당장 갈아입을 옷도 없었기에 그렇게 못했다고 한다.
우리가 "야, 정말 아깝다! 그냥 팔지 그랬냐. 20만원이 어디 동네 애 이름이냐?"라며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자 정작 그 친구는 우리를 점잖게 꾸짖듯 말했다.
"임마, 20만원이 동네 애 이름이 아니니깐 안 판거야. 무모한 생각인지 뻔히 아는데 차마 어린 애들한테 팔 수가 없더라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깝기는 해. 그냥 팔 걸 그랬나? 하하!"
나 역시 그 얘기를 들으니 티셔츠를 팔지 않은 것이 아깝기는 했지만, 만약 20만원을 받고 팔았다고 해도 마음은 무척 불편했을 것이다. 그 팬클럽 여동생들의 부모님께서 꼭 필요한데 쓰라고 주신 소중한 용돈이 아니었겠는가.
그렇게 해서 친구의 평범한 공짜 티셔츠는 순식간에 20만 원 짜리 명품 티셔츠로 '격상'되었다. 이 자리를 통해 그 팬클럽 여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20만원을 주고 티셔츠를 사지 않아도 그 가수를 좋아할 수 있다고, 즐겁게 음악을 듣고, 공연장에 직접 찾아가 박수쳐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내가 말해놓고도 너무 고리타분한 말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는 것을 보니, 이제 어린 아이는 아닌가보다.
이 말을 들은 어린 팬클럽 동생들이 "그게 바로 세대 차이라는 거예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하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아르바이트, 그 달콤 쌉싸래한 기억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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