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딱 걸린 중앙, 생각해보니 상습범

[지역언론 별곡 237] 잇따른 <중앙일보> 사진 조작·연출이 주는 함의

등록 2008.07.16 10:33수정 2008.07.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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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앙일보> 2월 14일자 1면. '꽁꽁 언 중국' 사진...그러나 '오보'의 시작.

<중앙일보> 2월 14일자 1면. '꽁꽁 언 중국' 사진...그러나 '오보'의 시작. ⓒ 중앙일보


매스미디어의 활동이 반사회적 행위를 유발하거나 조장한다면 이는 심각한 윤리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매스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과 사회적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는 요즘, 매스미

디어의 활동은 언론의 도덕성과 윤리 형성·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 첫째는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이 저지른 반사회적 행위의 윤리성에 관한 문제이고, 둘째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의 내용이 반사회적이라는 데서 야기되는 윤리문제이다.

언론인들이 뉴스 취재과정에서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고 그것을 '직업상 어쩔 수 없는 문제'로 간주하여 윤리적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도 반사회적 행위를 유발하거나 조장하는 사례를 자주 발생케 했다면 이는 심각한 언론윤리 훼손 차원을 떠나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특히 마감시간을 지키기 위해 주관적 판단에 의해 기사를 작성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혹은 마감 때문에 사진을 연출하거나 조작하여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포장하여 보도함으로써 독자를 기만하거나 혼란에 빠지게 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 사진연출·조작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일보> 7월 8일자 2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중앙일보> 7월 8일자 2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 중앙일보PDF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문제가 온 나라를 뒤흔들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비등한 시점이다. 이런 와중에 수입산 쇠고기가 국내산 돼지고기 생삼겹살보다 싸다며 맛있게 구워먹는 사진이 신문사 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출돼 보도됐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곧바로 들통이 났기에 망정이지 연출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가정해 보자. 언론의 비윤리적 행위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뻔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입산 쇠고기의 맛이 뛰어날 뿐 아니라 값도 싸다는 메시지가 담긴 사진을 내보낸 저의가 과연 뭘까.

객관성을 잃고 독자의 눈을 끌기 위한 사진 한 컷은 독자들의 비판적 사고와 이성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이는 언론윤리를 저버리는 행위이자 반사회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내부 윤리성에 관한 문제로 치부하며 사과로 얼버무릴 성격이 아니다.


<조선일보>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중앙일보>의 잇따른 사진연출·조작사건은 여러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일단 따가운 눈총을 피할길이 없게 됐다. 미국산 쇠고기를 띄우기 위해 사진을 조작했다가 누리꾼들에게 덜미를 잡힌 것은 저널리즘의 윤리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만 하다.

<중앙일보>는 일반 음식점에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판매된 다음 날인 지난 7월 5일 9면에 한 장의 사진을 실었다.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과 함께 <중앙>은 이 사진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달았다.

"미국산 쇠고기가 정육점에 이어 일반 음식점에서도 4일 판매가 시작됐다.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구이용 쇠고기를 굽고 있다.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미국산 쇠고기 값은 1인분(130g)에 생갈비살 6500원, 양지살 1700원이다. 국내산 돼지고기 생삼겹살의 시중가격은 1인분(200g)에 약 8000원이다"

한 눈에 <중앙일보>가 이 사진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마감시간 때문에 일단 연출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그동안 <중앙>은 <조선> <동아>와 함께 줄기차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정책으로 증폭된 촛불 문화제에 이념적 색채를 덧씌우며 '딴지'를 걸어왔다. 보수신문들은 쇠고기 수입에 대해 말 바꾸기를 일삼았고, 자발적으로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에 대해 '불법'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연출된 사진에 대해 누리꾼들은 끈질기게 의혹을 제기했다. 누리꾼들은 "신입기자들 고생한다"는 식의 댓글을 통해 <중앙일보>를 힐난하며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그러자 침묵으로 일관하던 <중앙일보>가 사진연출을 시인한 건 8일이다.

<중앙>은 8일자 2면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정정보도를 통해 "본지 7월 5일자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사진은 연출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중앙>은 사진에 나온 두 여성에 대해 "사진 설명은 손님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고 돼 있으나 사진 속 인물 중 오른쪽 옆모습은 현장 취재를 나간 경제부문 기자이며 왼쪽은 동행했던 본지 대학생 인턴기자"라고 밝혔다.

사진을 연출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4일 오후 5시쯤 서울 양재동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없었다"며 "마감시간 때문에 일단 연출 사진을 찍어 전송했고, 6시가 넘으면서 세 테이블이 차자 기자가 다가가 사진 취재를 요청했으나 당사자들이 모두 사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앙일보>는 "손님들이 모두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했기 때문에 음식점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진실을 왜곡시킨 비윤리적 저널리즘, 비난받아 마땅

a <중앙일보> 7월 10일자 2면. "사진 검증시스템을 강화하겠습니다."

<중앙일보> 7월 10일자 2면. "사진 검증시스템을 강화하겠습니다." ⓒ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그 뒤 10일 2면에 "연출사진, 취재윤리 불감증이 부른 중대 실책"이라는 부제를 단 "사진·기사 검증시스템 강화하겠습니다"라는 글에서도 사진이 연출된 경위를 길게 밝혔다.

<중앙>은 "경제부 기자와 사진 기자가 각각 인턴을 한 명씩 대동하고 오후 5시쯤 식당에 도착했고 당시엔 현장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면서 "사진기자는 시험판 신문의 마감시간 전에 사진을 전송하기 위해 사진부문 내근기자에게 '일단 우리 일행이 식사하는 사진을 찍어 보낸 뒤 일반 손님 사진으로 교체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식당에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손님들은 사진을 찍거나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취재를 거부했고 그 사이에 연출 사진이 전송돼 사진부로 들어왔다, 사진부 내근기자는 이 사진에 아는 얼굴이 없어 손님들이 들어온 뒤 찍어보낸 사진으로 잘못 알고 출고했다, 현장 사진기자는 추가 보고 없이 퇴근했다"고 했다.

<중앙>은 또 "편집국에는 많은 야근자가 있었지만 역시 사진의 문제점을 잡아내지 못했다. 경제부문 기자는 뒷모습만 노출돼 동료기자들도 누군지 알 수 없었고, 인턴은 근무한 지 이틀밖에 안 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이 신문은 "사진이 신문에 실린 후 인터넷 일각에서 사진설명이 논란이 됐다. 인터넷 논란 과정에 '혹시 설정된 사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며 "이같은 내용을 파악한 본사는 바로 경위 조사에 나섰다, 이 무렵 한 인터넷 언론사가 취재해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진 연출이 사실로 확인되자 누리꾼들은 "이럴 줄 알았다" "<중앙>이 또 한 건 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비윤리적 취재보도 행태에 비난의 화살 세례를 퍼부었다.

진실을 왜곡시킨 비윤리적 저널리즘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기자 본인이 카메라 앞에 나섬으로써 이야기는 한층 복잡해졌다. 더구나 최대 이슈인 쇠고기 문제에 대한 해당매체의 논조까지 맞물리면서 논란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난을 면할 수 없는 과오라는 점에 대해 반론의 여지는 찾기 힘들다.

네티즌 눈, 더 이상 속일 수 없다

a <중앙일보> 2월 15일자 2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중앙일보> 2월 15일자 2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이번 연출사진 논란 외에도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의 2년 전 사진을 최근 중국의 강추위 사진으로 1면에 실어 조작된 포토저널리즘의 진면모를 보여주었다.

<중앙>은 2008년 2월 14일자 1면에 '꽁꽁 언 중국' 사진 기사를 내보냈지만, 결국 오보로 밝혀졌다.

<중앙>은 얼음으로 둘러싸인 길거리 차량 모습을 담은 문제의 사진을 싣고 '꽁꽁 언 중국'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가 바로 다음날인 2월 15일자 2면에 '정정·사과보도'를 냈다.

포털사이트에 떠도는 사진을 저작권자의 동의는 물론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가 누리꾼들에 의해 들통이 난 사건이었다. 오보로 이어진 사건을 통해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그 때도 거셌다.

당시 <중앙>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에서 "2월 14일자 1면에 보도된 '꽁꽁 언 중국' 사진은 이번 폭설로 피해를 본 중국의 모습이 아니기에 바로잡는다"며 "2005년 초 스위스 레만호 주변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진은 12일 밤 중국의 취재원이 중국 폭설 장면이라며 보내왔고 중국의 대형 포털 사이트 Baidu.com에 올라와 있던 사진이다, 조작이나 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진을 확대해 검사했지만 촬영된 곳이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중앙>은 또 사과의 글에서 "끝까지 출처를 확인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중앙>은 최초 보도에서 "사진은 후난 지역에 내린 폭설이 얼어붙은 모습"이라며 "길가에 주차된 차량들은 얼음조각이 됐고 나뭇가지에는 호수에서 날린 물기가 얼어붙어 칼날같은 얼음잎을 달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는 '중국 baidu.com'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보도한 사진은 2년 전에도 이미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됐던 사진이다. 결국 당시에도 '중국의 후난 지역'이 아니라 '스위스 제네바의 레만호수'라는 네티즌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때도 누리꾼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당시 네티즌들이 근거로 제시한 해외 사이트(http://www.skyandsummit.com/Glacegeneve/index.html)에는 "스위스에 큰 추위가 왔다"며 2005년에 촬영한 풍경사진 32장이 게재됐다. 이 가운데는 <중앙일보>가 '꽁꽁 언 중국'이라고 보도한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저작권자도 <중앙>이 소개한 사이트와는 전혀 다른 'Pierre-Alain'이라는 사람이었다.

결국, <중앙일보>는 사과문을 내보냈지만 "중국의 취재원이 중국 폭설 장면이라며 보내 왔다"고만 설명했을 뿐, 자세한 수집 경위나 취재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뿐만 아니라 기사의 신뢰도와 언론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바로 매스미디어의 비윤리적 행위에 해당된다.

연이은 <중앙일보>의 사과... <가디언> 만우절기사까지 인용

a <중앙일보> 4월 3일자 17면. "만우절 오보, 사과드립니다."

<중앙일보> 4월 3일자 17면. "만우절 오보, 사과드립니다." ⓒ 중앙일보


국내에 활동 중인 외국언론 종사자들이 이를 보고 어떻게 평가했을까. 아마 '오만과 게으름, 편견에 찌든 대한민국 신문'이라고 평했을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중앙>은 사진 외에도 기사에서 오보소동으로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4월 영국 <가디언>의 만우절 기사를 사실로 받아써 망신스러운 해프닝을 연출했다.

<중앙>은 4월 3일 전날 영국 <가디언>의 '만우절 장난기사'를 사실로 잘못 알고 보도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 신문은 2일 17면에 "브루니, 영국인 좀 세련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 "세계적인 모델 출신인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 정부의 위촉을 받아 영국 사람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대사로 나선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은 바로 다음날 '만우절 오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를 통해 "본지 4월 2일자 17면에 보도한 '브루니, 영국인 좀 세련되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는 오보였다"며 "이 기사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 인터넷판이 1일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다"며 오보를 낸 경위를 해명했다.

<중앙>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최근 남편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영국을 국빈 방문한 카를라 브루니 여사를 영국인의 패션 자문역으로 추대한다'는 요지의 기사였다"며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가디언이 권위지인 데다 최근 급격히 가까워진 영국-프랑스 관계, 브루니 여사가 영국에선 지인이 많은 유명인사라는 점 등을 감안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보도하게 됐다"고 전했다.

저널리즘의 본령은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는데 있다. 그래서 팩트는 매우 중요하다.

인력난, 기사마감 허덕이는 신문들 연출·조작 위험 '노출'

특히 포토저널리즘은 사각형의 프레임으로 현실을 반영해야 하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 극적인 단면만을 선택하여 부각시키기 때문에 팩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사진기자들이 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마감시간만 되면 신문사 편집국에서 가장 분주한 곳이 바로 사진부서다. 때론 사진부 기자들과 편집부 기자들이 사진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곤 하는데, 그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사진 한 컷으로도 독자들은 감동과 충격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사소통도구로서의 포토저널리즘은 보도에서 내용의 일부가 되며 문자와 함께 보도 매체의 사회적 가치와 동일한 준거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기능적인 면에서 볼 때 사진은 기사보다도 더 실감나고 강력한 호소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통해 어떤 주제가 쉽게 구체화되고 영상으로 전달받기에 무엇보다도 독자가 쉽게 내용을 이해한다. 특히 현장을 증언하는 생생하고 거짓 없는 기록으로 대중에게 더 강한 현실감을 던져준다. 사진은 이성에 의해 자극 받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진의 연출과 조작 파문은 끊임없이 발생하곤 한다.

지금과 같이 많은 누리꾼들의 감시 그물망이 없었던 과거에는 어땠을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간혹 인력난에 허덕이는 일부 지역신문들 중에는 마감에 쫓겨 사진을 연출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러한 위험성은 늘 상존해 있다.

경칩을 앞두고 겨울잠에 취해있는 개구리들을 잡아 모아, 막 깨어난 것처럼 연출하는가 하면, 산중에 핀 개나리꽃들을 꺾어다 도심 아파트 주변에 걸어놓고 '도심에도 봄이 찾아왔다'는 사진 기사들을 많이 보아왔다. 급한 마감시간 때문이라는 게 주된 핑계지만, 사각형 프레임에 갇힌 포토저널리즘의 함정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방송들도 '거짓 이미지' 팩트로 대체하다 창피 당하기도

비단 신문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의 거짓 조작방송도 자주 문제가 되고 있다. 방송사가 실제 사례를 토대로 한 방송을 연출해 문제가 된 것은 그동안 적지 않게 밝혀져 충격을 줬다.

1999년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에 출연한 한 여성 출연자는 학력을 속인 것이 시청자들에 의해 들통 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한 2002년 1월 26일 MBC 오락 프로그램 <느낌표>의 '다큐멘터리 이경규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제작진은 너구리 포획장면을 놓치자 그물망에 걸린 너구리 1마리를 풀어놓고 잡는 장면을 다시 촬영한 후 방송해 방송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1998년 KBS 1TV 자연 다큐멘터리 <일요스페셜- 수달> 편에서도 자연산 수달이 아닌 보호 상태의 수달을 촬영한 것이 탄로나 물의를 빚었다.

이처럼 거짓·조작을 한 데에는 제작진의 안이한 제작관행과 일부 출연자의 도덕불감증 그리고 방송사의 허술한 검증 시스템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이 이처럼 거짓 이미지를 팩트로 대체함에 따라 정작 중요한 팩트는 날이 갈수록 뭔가 촌스럽고 기만적인 것이 돼가고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은 "정보폭발이 가속화 될수록 의사사건(pseudo-event)이라는 개념의 가차기 돋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연한 것이 아닌 계획적인 사건을 말한다.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언론의 연출·조작은 일종의 '의사사건'이자 언론의 '자기 합리화'로 볼 수 있다.

부어스틴은 이러한 형태를 빗대어 '철학적 페니실린'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국내 언론계의 잦은 조작·연출 사건은 의사사건, 즉 철학적 페니실린의 과다사용으로 볼 수 있다. 처방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지 사고'의 범람은 수용자들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자칫 수용자를 거짓 이미지에 의한 의사사건 중독증에 걸리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사진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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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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