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이름', '엄마의 인생'을 찾아줍시다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31] TV 안방극장에 불어닥친 뿔난 엄마들

등록 2008.07.20 11:09수정 2008.07.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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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안방극장 어머니들이 단단하게 뿔났다. 한평생 자식 뒷바라지로 열심히 살았던 그들.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채 자식과 남편을 바라보며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던 사람들이 어머니들이다.

부유층의 톱클래스 사모님을 제외하고 중산층 가정의 어머니들은 대부분 그러할 것이다. 더욱이 여자들에게 갱년기가 찾아오면서 우울증이 겹치게 되고 자신의 인생이 헛헛하다고 느끼게 된다.

옛날 어머니들은 그저 꾹 참고, 자신의 인생은 남편과 자식에게 바치는 것을 도리로 생각했던 그들이지만 이젠 세상이 달라진 만큼 어머니들도 달라졌다. 자신의 인생에 자존감을 외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선두주자로 <엄마가 뿔났다>의 한자(김혜자)와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 어머니(김혜옥)이다. 물론 두 사람은 각기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자신들의 인생을 되찾고 싶어 하는 욕구만은 닮았다.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우리의 어머니들

a  가출을 감행했지만 갈 곳 하나 마땅치 않은 우리들의 어머니를 대변하는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 엄마

가출을 감행했지만 갈 곳 하나 마땅치 않은 우리들의 어머니를 대변하는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 엄마 ⓒ SBS


<달콤한 나의 도시> 경우는 칙릿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전면에 어머니의 인생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주인공 은수(최강희)의 인생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우리들에게 코끝을 찡하게 했다.

은수의 어머니는 가정적인 어머니로 자식들에게 모성애가 극진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는 엄마라는 의무 때문에 자신이 평생 꿈꾸던 삶을 살지 못했다. 특히 세무공무원이었던 남편은 평생 근검절약하며 성실한 가장역할을 했지만 은수 어머니에게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이 아니었다.


평생을 살림에 간섭받고, 말 한 마디 따뜻하게 하는 법이 없는 남편이었다. 그것을 꾹꾹 참았던 이유는 바로 자식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식들도 어느덧 성장해 자신의 인생을 살면서 원만하지 않은 엄마와 아빠의 관계를 그저 그렇게 생각할 뿐 엄마의 인생에 대해서 크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은수는 어머니의 친구 김포아줌마의 실체가 아저씨임을 알게 되었지만, 그저 불륜으로 생각했을 뿐 희생과 헌신하며 살았던 엄마의 인생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섭섭해 하지 않은 엄마지만 드디어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혼이란 말에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TV 안 보여. 비켜!"라는 소리가 나올 뿐 부인의 말을 무시하는 남편. 간곡하게 자신을 주장하던 엄마는 결국 가출을 감행했다. 그때부터 은수는 엄마의 삶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게 되고, 엄마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결국 찾은 곳은 아들 면회를 갔던 군대 근처 호텔이었다. 평생을 자식과 남편을 위해 살았던 엄마는 가출을 감행했지만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유일한 사람은 김포아저씨뿐이고 자신을 반겨주는 이 하나, 갈 곳 하나 없는 인생에 엄마는 더욱더 생각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물론 결론은 남편은 한 번 더 봐주기로 했지만 가출을 통해 엄마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된 주인공 은수.

자존감을 찾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엄마

a  자신의 인생을 되찾으려 1년 휴가를 폭탄선언하는 한자

자신의 인생을 되찾으려 1년 휴가를 폭탄선언하는 한자 ⓒ KBS


<엄마가 뿔났다>는 좀 더 제목답게 전면에 엄마라는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중 한자는 40년 시집살이에, 자식들 뒷바라지, 남편 내조에 지칠 대로 지쳐 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헛헛하다고 느끼면서 가족들에게 폭탄선언을 한다.

1년 동안 휴가를 가겠노라고! 그리고 그녀는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단다. 자존감이 없는 인생 속에서 나이 들어버린 자신이 싫은 것이다. 장성해버린 자식들은 자신의 삶을 살기에 바쁘고 어쩌다 전화가 오면 시어머니 욕이나, 손자, 손녀를 봐달라는 부탁뿐이다.

시아버지는 달콤한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 보는 남편은 지겹다. 그래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고 싶어졌고, 모두에게 폭탄선언을 한 한자. 물론 자식들은 모두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큰 딸 영수(신은경)는 자신의 죄가 크다고 말하면서도 남편(류진)에게 "엄마는 그러면 안 되잖아"라고 말한다. 아들 영일(김정현)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엄마는 나 가출했을 때도 안 찾았어. 우리 엄마가 좀 다른 엄마들하고 다르지"라고 이야기한다.

자식들은 엄마라는 존재가 마치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하는 사람처럼 생각한다. 한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 번쯤 으레 하는 투정으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1년 휴가에 모두들 당혹스러워할 뿐 엄마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한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시아버지일 뿐. 그리고 엄마의 휴가에 자식들은 반기를 들며 휴가를 여행으로 돌리려 애쓴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휴가 결정에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식들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의 인생은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식들은 엄마의 인생은 엄마의 것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엄마라는 존재를 가족의 붙박이로 생각하고, 엄마는 우리를 위해서 있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라는 사람에게도 여성성이 숨어있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있으며, 인생이 있음을 우리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 한평생을 자식 뒷바라지에 가출을 해봤자 갈 곳 하나 없는 은수 엄마와 모든 짐을 내려놓고 1년만이라도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한자.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다. 뿔난 어머니들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것이 엄마라는 사람들의 의무처럼 여겨지는 관습 덕분에 엄마라는 사람들도 젊었을 때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한창 자라나는 자식들의 걱정과 남편 걱정으로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잠시 잊어 먹고 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모두가 그러려니 하는 풍토 덕분에 자존감을 되찾으려 할 때는 남편과 자식 모두 비정상적이라 생각하고 반기를 들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TV 안방극장에서 보여주는 뿔난 엄마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헌신을 의무로 생각하기 보다는 젊었을 때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식과 남편 모두 자신들을 위해 살아가는 어머니와 부인의 삶을 일정 부분 인정해 주고 정기적인 휴가 등을 통해 그녀의 인생을 소중하게 지켜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 두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엄마들의 모습은 자식으로서,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러주는 것이 다름없다.

앞으로 이 두 엄마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되찾고 신바람 나는 인생을 살아갈지 기대된다. 다함께 그들의 인생에 축복이 있길 기도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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