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쓴 겹말 손질 (35) ‘튼튼함’과 ‘건강함’

[우리 말에 마음쓰기 378] ‘괴로움-어려움’과 ‘곤란’

등록 2008.07.20 14:50수정 2008.07.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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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튼튼하신 할아버지는 건강하세요

 

.. 튼튼하신 할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세요 ..  <마인다트 디영/김수연 옮김-황새와 여섯 아이>(동서문화사,1990) 159쪽

 

 ‘튼튼함’을 가리키는 ‘건강’이라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 “튼튼한 할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건강(健康) :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함

 │   - 건강 상태 / 정신 건강 / 건강을 돌보다 / 건강을 되찾다

 │

 ├ 튼튼하신 할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셔요

 │→ 우리 할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튼튼하셔요

 │→ 튼튼하신 할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거뜬하셔요

 │→ 튼튼하신 할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걱정이 없어요

 │→ 튼튼하신 할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아주 좋아요

 └ …

 

 그렇지만, 앞에서 ‘튼튼’이라 했듯이 뒤에서도 ‘튼튼’을 적을 때가 한결 낫다고 느껴요. 뒤에서는 ‘튼튼’ 말고 다른 말을 넣어도 되고요.

 

 ┌ 건강 상태를 살피다 → 몸을 살피다 / 몸이 어떠한가 살피다

 └ 정신 건강을 챙겨라 → 마음을 챙겨라 / 마음이 튼튼하도록 챙겨라

 

 할아버지가 튼튼하다고 하니, 몸이고 마음이고 ‘거뜬하’겠지요. 아직 ‘걱정없이’ 지낼 수 있으며, ‘참 좋은’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실 테지요. ‘아주 좋은’ 몸과 마음을 돌보면서 늘그막을 기쁘게 보내리라 생각합니다.

 

 ┌ 건강을 돌보다 → 몸을 돌보다

 └ 건강을 되찾다 → 튼틈함을 되찾다 / 몸을 되찾다

 

 보기글 앞쪽에 적은 ‘튼튼’을 덜고, “할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튼튼하셔요”처럼 적어 봅니다. 굳이 두 차례 ‘튼튼하다’고 말하기보다, 한꺼번에 묶어서 ‘튼튼하다’고 말해 주면 한결 단출합니다.

 

 

ㄴ. 어려움과 곤란함

 

.. 하지만 그건 그의 괴로움이지, 너의 어려움도 나의 곤란함도 아니야 ..  <마인다트 디영/김수연 옮김-황새와 여섯 아이>(동서문화사,1990) 131쪽

 

 “그의 괴로움”은 “그 사람 괴로움”으로 고치거나, “그한테 괴로운 일”로 고쳐 줍니다. “나의 곤란함”은 “내 어려움”이나 “내게 어려운 일”로 고쳐씁니다.

 

 ┌ 곤란(困難) : 사정이 몹시 딱하고 어려움

 │   - 곤란에 부딪치다 / 곤란에 빠뜨리다

 │

 ├ 너의 어려움도 나의 곤란함도 아니야

 │→ 네 어려움도, 내 어려움도 아니야

 │→ 너한테도 나한테도 어려운 일이 아니야

 │→ 너나 나나 어려워할 일이 아니야

 │→ 우리를 어렵게 하는 일이 아니야

 └ …

 

 ‘어려움’을 가리킨다고 하는 한자말 ‘곤란’이군요. 뭐, 다른 뜻을 담은 낱말이 아닙니다. 우리들이 토박이말로 ‘어려움’을 말하듯이, 지난날 한문을 쓰던 분들이나 오늘날 일본사람들은 ‘困難’을 이야기했습니다.

 

 ┌ 네 어려움도 내 힘겨움도

 ├ 네 어려움도 내 고달픔도

 ├ 네 어려움도 내 버거움도

 ├ 네 어려움도 내 벅참도

 └ …

 

 앞뒤 모두 ‘어려움’으로 맞출 수 있습니다. 뒤쪽은 ‘힘겨움’이라든지 ‘고달픔’이라든지 ‘버거움’이라든지 ‘벅참’ 같은 낱말로 적어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말을 골고루 섞어도 잘 어울립니다.

 

 ┌ 곤란에 부딪치다 → 어려움에 부딪히다

 └ 곤란에 빠뜨리다 → 수렁에 빠뜨리다

 

 사람을 어렵게 하는 일은 ‘수렁’에 빠뜨리는 짓이곤 합니다. ‘소용돌이’에 집어넣는 짓이기도 합니다. ‘진창’에 밀어넣는 짓이기도 하고요.

 

 보기글을 통째로 손질해 봅니다. “그렇지만 그 일은 그가 치를 괴로움이지, 너나 내가 치를 괴로움은 아니야” 또는 “그러나 그 일은 그 사람이 겪을 괴로움이지, 너나 내가 겪어 줄 괴로움은 아니야”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20 14:5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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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우리말 #우리 말 #중복표현 #겹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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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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