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도시로 거듭난 울릉도

[여행] 울릉도의 나폴리, 저동항의 나무다리를 다녀와서

등록 2008.08.01 12:20수정 2008.08.0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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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23년이면 강산이 두 번은 바뀔 정도의 시간이다. 난 1985년 대학 2학년 무렵에 첫 번째 울릉도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는 여행이라기보다는 고행에 가까웠다.

국문과 여름 학술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포항에 내려, 울릉도행 페리호를 타고 그곳에서 3박 4일의 일정을 보냈다. 볼 것에 비견해 여행 일정이 길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울릉도 전체가 불도저 소리로 가득했던 초기 개발 시대로 기억한다.


그때의 생각을 한 가닥 더 떠올려보면, 고행 중에도 울릉도는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머리에 그려져 있었다. 이번 23년만의 여행은 그때의 결심을 실천하는 격이다. 여행 목적은 달라진 현재의 울릉도를 알아보고 싶어서다. 울릉도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게 내 임무다.

일찌감치 휴가를 떠날 요량으로 한 학기 성적처리를 마무리하였다. 성수기가 되기 전에 다녀오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으로 2박 3일 일정(7월17일~19일)의 울릉도 여행 상품을 찾아보았다. 쉽게 찾을 수는 있었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출발시간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이른 새벽에 잠을 설치고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병점에서 출발하는 우리(나와 아내)는 새벽 2시 반에 일어나야 했다. 수원까지 나와야 해당 여행사에서 준비한 카니발을 타고 잠실역까지 데려다 준단다.

새벽 5시 10분에 관광버스로 잠실역에서 출발해 묵호항까지 달린다. 약 3시간이 걸린다.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도 소요시간이 쾌속정(썬플라워호)으로 3시간 정도다. 물론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7~시간 정도는 예사로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너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버스와 배 안에서 계속 잠만 잔다. 여행의 참맛 중 하나는 오갈 때 펼쳐지는 차창너머의 풍광이나, 바다 정경이나, 창공의 움직이는 구름 등을 만끽하는 데 있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출발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약간의 불편함을 무릎 쓰고 울릉도에 도착했다. 23년 전보다는 모든 것이 무척 편리했다. 지방화시대의 개막으로 울릉도는 이제 완전한 관광도시로 변한 느낌이었다. 순수어촌 마을에서, 현재는 순수어업에 종사는 주민이 겨우 30% 정도라고 하니 알법하다. 관광산업도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일단은 택시·관광버스·숙박시설이 매우 많이 늘어났다. 일반버스(도동에서 저동까지 가는 버스)와 민박이 주류였던 시절과는 사뭇 달랐다. 2.5톤짜리 고깃배로 바다를 일주하곤 했던, 23년 전 방식의 해상관광은 없어졌다. 그것을 대부분 유람선이 대체하고 있다.

해상관광에서 죽도관광은 별도로 취급하고 있다. 옵션이다. 죽도에 들어가려면 입장료(1인당 1200원)도 있다. 이번에는 해상일기가 나빠서 배가 뜨지 못해, 아쉽지만 죽도관광은 남겨두었다. 다음에는 등산과 죽도유람을 철저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나리분지에 들렀다. 갑자기 옛날에 성인봉에 올랐다가 나리분지로 내려오던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에 등산로를 잃어서 헤매던 끝에 밟고 지나온, 남의 약초밭쯤으로 보이는 그곳 주변 한 매점에 평상이 놓여 있었다. 더덕이 많이 난다고해 여기서 더덕 무침 만원짜리 한 접시와 동동주 반병을 시켰다. 향은 없어도 사각사각 씹히는 소리는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더덕무침은 옥수수씨와 각종 곡식의 씨로 담근 동동주와 궁합이 맞다고 한다.

물론 자연산 더덕은 아니다. 사람이 직접 심어서 수확한단다. 더덕의 향기가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사각사각하는 맛은 있어도, 더덕의 향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안 맞는 것 같다. 선물용으로도 더덕은 사지 않았다.

이외에도 명이나물, 부지깽이나물, 삼나물 등 갖가지 산나물이 많이 난단다. 마지막 날 중식은 일부러 산채비빔밥을 시켜서 먹었다. 나물을 원 없이 먹어본 셈이다. 물이 좋아서인지 모든 음식이 맛있고, 먹고 나면 기분도 참 좋았다. 심지어 샤워를 하고 나면 온몸이 다 풀리는 듯하다.

특별히 아쉬웠던 점은 예전에 보았던 돌고래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아직도 포항에서 출발하면 가끔씩 돌고래를 볼 수 있단다. 이번에는 강원도 묵호항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돌고래를 보지 못한 셈이다. 역시 울릉도 여행은 포항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정석이 아닌가 하고 은근히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울릉도 여행의 진수를 소개할 차례다. 대체로 울릉도 관광의 3요소를 육상관광 해상관광 등산관광 등의 세 가지라 말한다. 육상관광과 해상관광은 부분적으로 여행일정에 들어있으니, 등산관광의 하나를 추천하고 싶다. 성인봉 등산도 아름답지만, 더욱 더 아름다운 것은 도동에서 저동으로 넘어가기다.

여름 7월 기준으로 잡는다면 저녁 식사 후 6시 30분 정도에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게 제격이다. 도동항을 출발해 해안산책로로 끝까지 간 다음에 지그재그 산길로 400m 정도를 오르면 행남 등대가 나온다. 등대에 들러서 저동에 펼쳐진 나무다리의 야경을 바라보면 나폴리가 따로 없다. 눈으로 확인한 다음에 직접 내려가 보면 더 멋있다.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꼭 두 사람 이상이 모여서 가는 게 좋다. 등대를 내려와 약 1~200m 지점에 저동으로 내려가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이곳은 어둑어둑해지면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숲이 사람의 키 정도로 무성하다. 나도 아내와 얼떨결에 경험하기는 했지만, 밤에 혼자서 가기에는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때마침 그곳의 등산(탐험?)이 울릉도 관광의 핵심이라 말하는 관광버스 기사님과 주민이 계셨다. 그들의 말을 믿고 뿌듯함을 느껴서, 이처럼 자신 있게 소개한다.

도착해서 떠나는 날까지 내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울릉도 도동항에는 여러 척의 오징어잡이배가 정박하고 있었다. 반면에 저녁이 되어도 조업을 나가는 오징어  잡이 배는 한 두 척이 고작이다. 오징어조업을 잘 안 나간다는 말이다. 수입산 오징어 때문에 울릉도 오징어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란다. 회 센터나 여러 수산물 코너에도 산 오징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익이 많이 남지 않아서다.

요즘은 기름 값도 건지기 힘들다는 얘기도 한다. 오징어는 주낙으로 일일이 잡기에 숱한 시간이 걸리는데,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울상이다. 관광객의 한 사람으로서도 마음이 개운치는 않았다. 울릉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환희 웃으며 사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독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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