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해 출입이 간헐적으로 허용되는 노고단에는 처음으로 올라가 보았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노고단 대피소다.
안준철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노고단에서 찍은 사진이 많더구나. 고백하자면 난 그 날 노고단을 처음 올라가본 거란다. 여러 차례 노고단에 왔었지만, 그 동안은 노고단 주변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진짜 노고단 대신 가짜(?) 노고단에서 사진을 찍곤 했었지.
노고단(老姑壇)이란 선도성모의 높임말인 노고(老姑)와 제사를 올리던 신단(神壇)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더 자세한 것은 엄마가 소설가시니까 물어보면 잘 알려주실 거야.
'지리산 종주'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25.5㎞ 구간을 산행하는 것인데, 거기에 노고단 정상까지의 거리와 천왕봉에서 하산하는 거리까지 합하면 무려 백 리(40㎞)가 족히 되거나, 하산 코스에 따라 백 리가 넘을 수도 있는 아주 먼 거리란다. 이제 너도 다녀왔으니 우리가 가쁜 숨을 내쉬며 발을 내딛고 올랐던 지리산 종주 코스를 환히 알 수 있겠구나.
성삼재-노고단-임걸령-삼도봉-토끼봉-연하천(1박)-벽소령-선비샘-세석산장-연하봉-장터목(2박)-제석봉-천왕봉-소지봉-하동바위-백무동 연하천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였지. 밤이 되자 흐린 하늘이 맑게 개이면서 어릴 적엔 일상처럼 매일 바라보던 북두칠성이 먼저 선을 보이더니 삽시간에 밤하늘은 아름답고 영롱한 보석 전시장이 되고 말았지.
그 황홀한 우주쇼를 고개가 아프도록 감상한 기억밖에는 없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마치 벌에 쏘인 자리처럼 눈두덩이 벌겋게 부어있지 않았겠어? 나는 생각했지.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 벌에 쏘인 것일까? 아니면 별에 쏘인 것일까?
별에 쏘이다 처음엔 그저 농으로 해본 소리였다 영락없이 벌에 쏘인 자리처럼 눈두덩이 벌겋게 부어올라 보는 이들마다 벌에 쏘였느냐 묻기에 벌이 아니라 별에 쏘인 거라고 지리산 연하천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어찌나 별이 곱고 좋던지 고개가 아플 정도로 별을 쳐다본 뒤로 일이 이렇게 되었노라고 얼음찜질 덕분인지 보기 흉하게 부어오른 눈두덩은 웬만큼 가라앉았다 이마와 가슴에 박힌 침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다시 태어나려는지 환하게 아프다 별에 쏘인 것이다. 시가 마음에 들지 모르겠구나. 제목은 소설가이신 엄마가 잡아주셨단다. 소설을 시처럼 쓰는 분답게 아름다운 제목을 잡아주셨는데 실망이나 시키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을 했었지. 언제 네 시평을 듣고 싶구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