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극을 모티브로 한 조형 및 민간공연예술로 무형문화재인 바이다청 선생
최종명
8월 15일 오후 5시가 넘었다. 골목을 찾아 돌고 돌아 둥관팡1호 앞에 도착했다. 아직도 여기에 살지도 모를 일이다. 채소가게 아주머니에게 "바이다청 선생이 사는 집이 저기 맞아요?"라고 물으니 "잘 찾아왔네, 방금 귀가하던데"라고 하고, 또 옆에 있던 아저씨는 "문 옆 초인종 누르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초인종을 누르니 문이 열려 있으니 그냥 들어오라고 한다. "한국에서 차이팡(인터뷰)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하니 기꺼이 자리를 내주고 물 한잔 하겠냐고 하는 느릿하면서도 인자한 할아버지 바이다청 선생. '공예대사'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대가의 인상 그 자체다.
어떤 내용을 인터뷰하러 왔는가 묻는데 나름대로 자료를 찾고 공부도 열심히 했건만 막상 난감했다. 노련한 인터뷰어는 아니어도 거리에서 중국사람들과 대뜸 묻고 또 되받고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니 약간 긴장도 됐나 보다.
"쭝런의 복장은 대부분 경극의 그것과 비슷하지"라고 먼저 말문을 여는 자세가 이미 여러 매체와 접해본 솜씨다.
그렇다. 쭝런은 점토로 머리와 받침대를 만들고 수숫대나 참깨대로 몸통을 만든 후 색종이나 비단으로 옷을 입혀 만든다고 한다. 이 옷은 다 경극의 주인공을 그대로 옮겨온 것.
바이 선생의 거실이며 작업실은 자그마한 경극박물관을 방불케 했다. 온 사방에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백사전>과 같은 경극 레퍼토리로 가득하다.
류페이·관위·장페이는 금방 알아봤는데 그 사이에 연한 분홍색 옷을 입고 선 장수가 낯설다. '뤼부'라고 한다. 중국말로 하니 알기 어려웠는데 생각해보니 여포였다. 그래서 "차오차오도 있는지요" 물으니 위쪽 구석에 있다고 한다. 정말 <삼국지> 등 중국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진열이다.
<서유기>의 쑨우쿵을 쟁반 위에 올렸다. 댕댕댕댕 나무작대기로 쟁반을 두드리니 빙빙 도는 것이 마치 경극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듯하다. 두드리는 소리는 경극에서 전통악기로 반주하는 소리와 같은 리듬이라고 덧붙여 설명해준다.
가운데 '중' 자의 가운데 '뚫은 곤'이 아래로 유난히 길게 뻗은 붓글씨 '반중희(盤中戱)'가 마주 보이는 가운데 이 보기 드문 독특한 민간예술 앞에서 점점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나무작대기를 들고 두드려봤다. 정말 신기하게도 몸을 곧추세운 채 쑨우쿵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 참 말을 잘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