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철학적 사유가 느껴지는 젊은 예술가의 전시회

여락 사진전 'Requiem for Life' 개최

등록 2008.08.29 11:20수정 2008.08.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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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인간의 감정과 의식체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인식되기 시작 한 것은 ‘르네상스’기를 거치면서이며, 그 이전까지는 제의적인 역할을 하였다. 특히 미술은 사진이 발명되고 나서 기록과 제의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화가들의 표현수단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 결과 미술작품은 예술가의 철학적인 사고와 직. 간접적인 체험의 산물로 인식 되었다. 즉 예술작품 자체가 예술가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20세기 초반부터 그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한 현대미술은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를 바탕으로 단일매체로 표현되기 보다는 혼합매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내용적으로도 과거에 비해서 좀 더 사적이고 일상적인 개인의 삶과 개인적인 사고가 작품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은 대지미술, 행위예술, 사진, 비디오 아트 등 그 표현영역이 광범위하고 다양화 되었는데, 그 중에서 사진은 복제예술이자 매체예술로서의 특성으로 인하여 당 대의 문화적인 현실과 현대인들의 의식체계를 좀 더 잘 반영하기 때문에 현대미술로서 중요하게 자리매김 하였다.

 

 untitled No. 38_2_150x180cm_acrylic and bone on cotton_2005-2007
untitled No. 38_2_150x180cm_acrylic and bone on cotton_2005-2007여락
untitled No. 38_2_150x180cm_acrylic and bone on cotton_2005-2007 ⓒ 여락

 

여락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젊은 작가들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한국사진의 현실 속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30대 젊은 작가 중에 한사람이다. 작가는 대다수의 다른 젊은 작가들처럼 작품의 주제와 소재를 특별하고 굉장한 사회적인 현실에서 선택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철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일상적인 현실에서 선택한다.

 

 untitled No. 30_2_290x140cm_digital c print_2007
untitled No. 30_2_290x140cm_digital c print_2007 여락
untitled No. 30_2_290x140cm_digital c print_2007 ⓒ 여락

 

특히 두 번째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작업 하고 있는 작품은  작품의 내용과 표현양식이 개인적이면서도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작가는 집에서 기르고 있든 개가 거리에서 차에 치여 죽은 것을 계기로 도로가에 죽어 있는 동물의 주검을 수거하여 화장(火葬)ㆍ풍장(風葬)ㆍ토장(土葬)의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는 과정과 그것으로 인하여 생긴 부산물을 대형 카메라로 기록한 것을  프린트한 초대형 인화물과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남겨진 죽은 짐승의 흔적들을 함께 전시한다.

 

작가는 자신이 행한 예술적 행위와 그 결과물들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자신의 철학적인 사고와 특정한 감정을 좀 더 극대화하여 보여주는데, 그 최종 결과물은 미(美)와 추(醜)에 관계없이 보는 이들의 내면세계를 강하게 자극한다. 다분히 개념적이면서도 깊은 철학적인 사고가 바탕이 된 행위이자 그것의 최종 결과물이다.

 

 ‘Untitled No 38-1’
‘Untitled No 38-1’여락
‘Untitled No 38-1’ ⓒ 여락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작업의 결과물이다. 그 중에서 ‘Untitled No 38-1’ 는 죽은 짐승을 화장 한 이후에 생긴 흔적을 대형 카메라로 기록한 것인데, 카메라 렌즈와 필름의 뛰어난 해상력으로 인하여 표현대상이 극사실적으로 재현되었다. 대상 자체의 의미뿐만 아니라 렌즈의 광학적 특성과 소재 자체의 외형적인 느낌이 어우러져서 언어 영역 밖의 또 다른 의미와 시각적인 충격이 드러나는 최종 생산물이다.

 

 ‘Untitled No 53-2
‘Untitled No 53-2여락
‘Untitled No 53-2 ⓒ 여락

 

그리고 ‘Untitled No 53-2’는 작가가 동물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애도하는 그림과 글을 중첩하여 그리거나 쓴 것을 기록한 결과물인데, 마치 설치미술작품 같이 느껴진다. 특히 주변 공간과 표현대상이 유기적으로 의미작용 하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영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Untitled No 80-1
‘Untitled No 80-1여락
‘Untitled No 80-1 ⓒ 여락

 

‘Untitled No 80-1’은 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쓴 글을 숲에 설치한 것을 기록한 결과물인데, 설치물이 주변 배경과 어우러져서 작가의 정신세계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다. 얼핏 보면 글의 내용이 어떠한 내용인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보는 이들을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사진은 지시적이고 사실적이므로 언어나 문자로 그 표현내용이 명료하게 설명 될 수 있지만, 그와 다르게 쉽게 설명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여락의 작품세계가 그것에 해당 된다. 하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영상언어 그 자체로 표현되어 보는 이들의 지성과 감성을 강하게 흔들어 놓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 해주고 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실제 전시작품의 크기가 초대형 사이즈이므로 작품의 내용과 외형적인 느낌이 더욱 더 강렬하게 전달된다.

 

여락의 작품세계는 특정한 시대의 사회문화적인 현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삶과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명료하게 드러나므로 보는 이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여락의 사진작품에서는 예술가로서의 독특한 정신세계와 작가적인 고뇌가 느껴지는 것이다. 삶과 정신세계가 어느 누구 보다도 좀 더 근접하여 작품과 동일화 되는 과정에 있는 작가가 바로 젊은 예술가 여락이다.

덧붙이는 글 | 북하우스 아트 스페이스(헤이리)

 2008. 8. 30(일) ▶ 2008. 10. 5(일)

오프닝 : 2008. 8. 30(토) pm 5 : 00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예술마을 헤이리 1652-136 |031-949-9305

2008.08.29 11:2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북하우스 아트 스페이스(헤이리)

 2008. 8. 30(일) ▶ 2008. 10. 5(일)

오프닝 : 2008. 8. 30(토) pm 5 : 00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예술마을 헤이리 1652-136 |031-949-9305
#여락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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