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의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서평] <살인단백질 이야기>

등록 2008.08.29 19:51수정 2008.08.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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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살인단백질 이야기] 겉표지

[살인단백질 이야기] 겉표지 ⓒ 김영사

[살인단백질 이야기] 겉표지 ⓒ 김영사

지난 5월 켜진 촛불은 여름이 다 지나도록 꺼지지 않고 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개방' 문제로 인해 그동안 시민단체와 정부간에 한바탕 공방이 있었지만, 국민들은 광우병의 실체도, 그 병의 원인도, 어디에서 어디까지 진실이고 믿어야 하는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다.

 

그러던 참에 내 손에 쥐어진 한 권의 책,  <살인 단백질 이야기>에는 저자의 절실함이 묻어 있다. 저자 역시 단백질 구조이상으로 인한 루게릭병 환자다. 병을 앓고 있는 환자만큼 그 병에 대해, 그리고 치료에 대해 절박해지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그 질병의 원인이 모든 법칙에 위배되는 유전자와 관련되었다면 앞으로도 그것의 정체가 어떻게 밝혀질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인간의 몸에는 약 10만 종류의 단백질이 있으며, 이들 단백질은 다시 20종류의 아미노산 분자로 조합되는데, 유전자에 의해 아미노산 배열이 정해지고 단백질의 기능이 결정된다. 유전자와 염색체에는 생물로서 존재하기 위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데, 세포 하나에는 46개의 염색체가 들어있고, DNA 분자인 뉴클레오티드가 쌍으로 60억개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중 1.5%만이 유전자의 기능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에는 유전정보가 없다. 또 DNA는 직접 단백질을 만들 수 없고 RNA로 거쳐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유전자의 비밀지도-최현석 참고).

 

과학계에서 보통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는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느냐와 자신과 똑같은 것을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구분하는데, '프리온'은 단백질로 된 감염성 입자라는 뜻으로, DNA가 없어 생물체가 아니다. 따라서 프리온은 열과 방사선으로도 쉽게 파괴되지 않고, 불에 타 재가 되어도 감염능력을 가지게 된다.

 

책은 그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변종 단백질 관련 질병을 다루고 있다. 치명적 기족성 불면증, 크로이츠펠트-야곱병, 광우병, 스크래피병 등. 그런데 이런 질병들을 발견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람이나 동물들 뇌에 스폰지처럼 구멍이 뚫여있다는 공통점외 이 질병들은 각기 다른 경로로 인류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이나 감염적 요인도 있지만 인간이 보다 나은 경제적 효율이나 명예욕을 위해서 인위적 조작을 하고 또 이러한 병들의 확산에는 정부의 무능과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는 부도덕성이 내포되어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하여 큰 쟁점 중 하나가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광우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그것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지금까지 광우병환자에 걸린 MM형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 책에도 이와 비슷한 동종접합 혈통이 프리온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 내용 중 질병을 발견한 공헌자, 가이듀섹, 프루시너, 와일스미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싶었지만, 원주민 포레이족의 식인풍속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질병의 단서를 제공한 인류학자 존 매튜스, 글래스 부부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변형단백질에 관한 질병이야기가 흥미로울 수도 있으나 저자의 말처럼 우리 인류에게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다.

 

치료제로 쓰고 있는 퀴나크린이나 펜토산은 아직은 미완상태다. 질병과 싸우고 극복해가는 것이 인류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자신과 가족이 눈앞에서, 조만간 장래에 생사를 헤매며 고통받게 된다면 절박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을 우리 정부는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부분에서는 솔선수범해서 국민을 위하는 정책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지나친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예스24, 알라딘에도 송부했습니다.

2008.08.29 19:5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예스24, 알라딘에도 송부했습니다.

살인단백질 이야기 - 식인풍습과 광우병,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저주받은 가족

D. T. 맥스 지음, 강병철 옮김,
김영사, 2008


#과학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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