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박수근 미술관'에 가다

부부 여행기 후속편

등록 2008.09.03 11:48수정 2008.09.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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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수근 미술관> 입구 박수근 미술관 입구에서

<박수근 미술관> 입구 박수근 미술관 입구에서 ⓒ 유경


8월 28일, 한낮의 햇볕은 따가웠고 숨이 턱턱 막힐만큼 더웠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 마당에 들어서니 내리쬐는 볕을 피할 길은 없고, 아이들과 같이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어른들끼리 온 것을 다행이라 여긴 것은 날씨에서만이 아니라 미술관 안의 전시장을 둘러보고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기념전시실'에는 박수근 화백이 사용하던 유품들과 편지, 스크랩북 등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죽 전시되어 있을 줄 알았던 '기획전시실'에는 연필 스케치 몇 점과 다른 작품 몇 점이 소박하게 걸려 있을 뿐이었다. 소장품들을 돌아가며 전시하는 듯했다. 먼 길 달려 찾아간 걸음이 조금은 아쉬웠다.

a 박수근 <할아버지와 손자> 물론 직접 보지는 못했다...

박수근 <할아버지와 손자> 물론 직접 보지는 못했다... ⓒ 박수근 미술관


아이들이 같이 갔더라면 분명 그랬을 거다.

"이게 다야?"
"겨우 요거 보려고 차 타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림이라는 것이 꼭 많이 봐야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박수근 미술관'인데 조금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오래도록 전시실을 왔다 갔다했다. 특별전 같은 게 있을 때 올 것을,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짜지 않고 들른 탓이라 여기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a <박수근 미술관>  전경 박수근 화백 부부의 묘소로 올라 가는 길에 <미술관>을 뒤로 하고...

<박수근 미술관> 전경 박수근 화백 부부의 묘소로 올라 가는 길에 <미술관>을 뒤로 하고... ⓒ 유경


a <박수근 화백 부부의 묘비>  <박수근 미술관> 언덕 위에 있는 부부 묘비

<박수근 화백 부부의 묘비> <박수근 미술관> 언덕 위에 있는 부부 묘비 ⓒ 유경


박수근 화백 부부는 미술관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계시다고 했다. 크지 않은 묘비가 숲 속 작은 오솔길 한 켠에 조용히 서있었다. '훌륭한 작품을 남긴 분도, 그 누구도 결국은 이 세상을 떠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a <박수근 화백상(像)>과 나란히 <박수근 미술관> 마당에 있는 박수근 화백상

<박수근 화백상(像)>과 나란히 <박수근 미술관> 마당에 있는 박수근 화백상 ⓒ 유경


마당에 있는 박수근 화백상(像) 옆에 슬쩍 가 앉아 미술관을 건너다본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미술관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미술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다실(차 마시는 공간)'의 넓은 유리창 밖으로 박수근 화백 상(像)이 건너다 보인다. 그러니 관람객과 화백의 동상이 서로를 마주보는 셈이다.

그림을 많이 보지 못한 아쉬움은 멋진 미술관 건물과 주위 분위기로 벌충하기로 한다. 찬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가을 날 다시 한 번 와서 맘껏 그림도 보고, 호젓한 풍경 속에 들어가보면 참 좋겠다. 그런데 마음 속 바람과는 달리 과연 서울에서 양구까지 먼 길을 다시 한 번 올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도 함께 들었다. 정말 나는 '박수근 미술관'에 언제 다시 가보게 되려나….
#박수근 #박수근 미술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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