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울산에서 노조관이 바뀌었다?

"울산은 노사화합 가장 잘 이끄는 도시"... 노동계 어리둥절

등록 2008.09.03 20:43수정 2008.09.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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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일 울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울산의 여성단체협 회장, 상공회의소 회장, 시의회 의장(좌로부터) 울산시장 등과 얘기하며 웃고 있다

3일 울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울산의 여성단체협 회장, 상공회의소 회장, 시의회 의장(좌로부터) 울산시장 등과 얘기하며 웃고 있다 ⓒ 울산시 제공

3일 울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울산의 여성단체협 회장, 상공회의소 회장, 시의회 의장(좌로부터) 울산시장 등과 얘기하며 웃고 있다 ⓒ 울산시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울산에 옵니까?"

 

2일 아침, 울산의 한 노점상에게서 전화가 왔다. 관할 구청에서 거리 노점물을 철거하라고 한다는 것. 기자는 정확한 답을 해주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울산 방문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기 때문이다.

 

10여일 전 울산지역 한 일간지에 "이명박 대통령, 9월 3일 울산 방문"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대통령이 9월 3일에 울산시를 방문하고 이날 열리는 SK에너지 제3고도화시설(FCC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난리가 났다. 대통령의 동선이 미리 공개됐다는 이유였고 해당 신문사는 여러 경로로 곤란을 겪었다는 후문이었다. 이후 울산시와 관련 기관들은 '대통령 일정이 취소됐다', '잘 모르겠다'는 등의 답변을 했고 사람들은 대통령의 울산 방문이 취소된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대통령이 울산에 온다는 것이 2일부터 감지됐다. 앞서 노점상의 예도 그렇고 노동계에서도 언질이 왔다. 울산 북구 명촌동을 '미 쇠고기 없는 마을' 로 만들고 있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경찰이 "'미 쇠고기 없는 마을 선포식' 현수막을 떼라"고 연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울산에 와서 앞서 지역일간지에 보도된 일정을 소화했다. 울산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후 오전 10시 30분부터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울산발전토론회'에 참석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통령의 이날 울산발전토론회 참석은 과거 대통령들이 하던 지자체에 대한 초도순시와 같은 것으로, 현 정부 들어 격식을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파업을 없애겠다"에서 "노사 화합을 가장 잘 이끄는 도시"로

 

울산시 관련 부서가 참석해 기록한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울산은 노사 화합을 가장 잘 이끄는 도시"라며 "다른 도시에 모범이 되길 바라며 오늘 토론이 울산과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대선 한나라당 경선 때 울산에 와서 현대차 지부를 강성노조 및 정치노조로 규정짓고 "불법파업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지난해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현대차 지부가 19년째 파업을 하고 있는데, 정치노조·강성노조와 불법파업을 없애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이 때문에 노동계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울산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이 소식을 듣고 "이명박 대통령의 노조관이 바뀐 것은 아니겠지요. 의아하네요"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울산의 자동차 산업이 최고의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차량을 만들지 않으면 세계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산화탄소가 없는 그린카 개발은 울산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과제이자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지역의 R&D를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특화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먼저 정해야 한다"며 "민간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한다면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공업도시로 명성을 얻은 울산이 새 시대에 걸맞게 녹색성장시대로 가는 도시로 변모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산업시대를 주도했던 도시가 미래의 녹색성장시대에도 앞질러가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 후 울산시청 구내식당에서 울산 시의회 의장단, 구청장, 군수 등 참석자 150여명과 오찬을 했고 오후1시 20분 박맹우 울산시장과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 기업 관계자 등과 함께 SK에너지 제3고도화시설 준공식에 참석했다.

 

한편, 이날 울산 방문에는 박병원 경제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대변인, 김인종 경호처장,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김기현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울산 남구) 등이 동행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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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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