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추락하지만... 당국자들 "일시적 감속"

[올림픽 이후 중국 ②] 거품 꺼진 중국, 경제침체론 '솔솔'

등록 2008.09.10 10:34수정 2008.09.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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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 대륙을 달군 베이징올림픽의 성화가 꺼진 뒤, 중국 미래에 대한 적신호가 하나둘씩 켜지고 있다. 위구르인을 위시한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지고, 욱일승천하던 경제도 자산시장 급락과 고인플레이션으로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올림픽 후 중국을 뜨겁게 하는 네 가지 이슈의 실상과 전망을 모종혁 통신원이 현지에서 전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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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을 나타내는 녹색 불빛으로 가득한 시난증권 위베이루 영업소의 종목지수 전광판. ⓒ 모종혁


지난 5일 중국 충칭시 시난증권 위베이로 영업소는 종일 무거운 분위기로 착 가라앉았다.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상하이종합지수가 한때 2200선이 무너졌기 때문.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2199까지 떨어져 급락세를 보이다가 전날보다 3.29%가 하락한 2202.45로 장을 마감했다. B주지수는 147.11로 2.67% 내렸고, 선전 성분지수는 7264.2로 2.8% 하락했다.

영업소에서 만난 장궈리(56)씨는 긴 한숨을 쉬며 신세타령을 늘어놓았다. 작년 6월부터 주식계좌를 열어 퇴직금 3만위안(한화 약 480만원)을 투자했다는 장씨는 "원금의 40% 밖에 남지 않았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때까지는 상승할 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주식투자를 한 게 죄"라며 "요즘 날린 돈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증시는 끊임없는 하락세로 1억5000만 명이 넘는 개미 투자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작년 10월 16일 6124로 고점을 찍은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도 안 되어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6년 12월 14일 5년간의 침체장을 벗어나 2249의 새 고점을 찍은 중국 증시는 10개월 동안 미칠 듯이 달리는 소처럼 상승장을 이어갔다(bull market). 그로부터 다시 10개월이 지나 중국 증시는 완벽한 역 V자형 그래프를 그리면서 끝 모를 추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초과하여 25조 위안(4000조원)에 달했던 상하이와 선전 양대 시가총액은 16조 위안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증시가 고점 대비 60% 이상 폭락하면서 주식 투자자의 90% 이상은 손실을 봤다.

지난달 23일 <상하이증권보>는 "현재 A주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 수 4763만3800명을 기준으로 고점대비 평균 11만 위안(약 1760만원)을 잃었는데 이는 전체 투자 금액의 절반에 달한다"며 "증시에서 입은 손실이 중산층 소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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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가지수와 부동산가격지수 추이. ⓒ 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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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유통주 및 유통화 물량 추이(단위: 억 주, 억 위안). ⓒ 삼성경제연구소


바닥없이 추락하는 증시, 투자자 90%가 손실

중국 증시의 급락은 비유통주 해제에 따른 공급량 확대, 개인자금 유동성의 감소,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 일부 외국인 자금의 이탈 등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다.

비유통주 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대처 부족으로 수급 악화가 지속되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있다. 게다가 올림픽 이후 경기 및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소문에만 그쳐 실망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공상은행·건설은행·중국생명·페트로차이나 등 블루칩마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종합지수를 끌어내렸다.

바닥 모르고 추락하기는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작년 한 해 중국 대도시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7.6% 상승했다. 특히 올림픽이 열린 베이징을 위시하여 항저우 등 일부 지역은 13% 넘게 올랐다.

상하이의 일부 호화 아파트 단지는 ㎡당 14만 위안(약 2240만원)을 넘어 서울 못지않은 집값을 호가했다. 이 때문에 중국인 사이에는 "몇년 전부터 집을 사려고 저축해 목표액을 채웠더니, 이제 화장실 밖에 못 산다"는 자조적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5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부동산 가격도 작년 11월을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정부가 매월 조사하는 70여 개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까지 급격히 올랐지만, 2007년 12월에는 가격 하락 도시가 4개가 나타났고 올해 6월에는 14개로 증가했다.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그간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신규 고급주택도 올 3월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3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광둥성 선전의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35.7%나(7월 기준) 떨어졌다. 올 상반기 선전 중고주택 거래시장은 거래면적 및 거래량 면에서 모두 전년대비 60%나 감소했다.

특히 거래량은 2007년 상반기 6만5048건이었던 것이 올해는 2만5240건에 불과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분양주택 시장도 침묵하면서 일부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파격적인 조건 하에 할인판매까지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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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四川)성 한 농촌의 농산물시장에 펼쳐져 있는 돼지고기. 지난 2년 사이 2~3배 이상 뛰어오른 식료품 가격으로 중국인의 살림살이에 근심이 깊어졌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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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중고주택 평균 거래가격 추이(단위: 위안, ㎡). ⓒ KOTRA


부동산도 폭락세... 거품 꺼진 자산시장에 소비도 위태

중국 부동산 경기의 하락은 ▲정부의 대출 규제 ▲기업의 수익성 악화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정책적 규제에 기인한다.

중국정부는 경기과열을 우려한 긴축정책을 실시하면서 대출 규제, 외국인 주택매입 제한 등 규제정책을 적극 시행해왔다. 금리 및 최저임금 상승, 수출 감소 등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 능력이 감소됐다.

여기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주택경기 하락 우려도 부동산 매수 심리를 위축시켰다. 쓰촨대지진에서 쉽게 붕괴된, 내진 설계가 미흡한 아파트에 대한 안전도 우려도 주택시장에 또 다른 타격을 주었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중국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부를 쌓는 자산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인의 소비 심리는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수많은 백만장자가 양산됐고, 주식시장이 폭등하면서 중산층의 지갑이 두터워져 소비가 늘어났었다. 실제로 2003년부터 중국의 소비는 14.5% 증가했지만, 2007년 8월 소비기대지수가 100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진 데 비해 고삐 풀린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마저 낳고 있다.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2분기 각각 8%, 7.8%를 기록했고 7월 생산자물가는 10%나 뛰어올랐다.

급등한 물가는 '중국식 신경제'라 불릴 정도로 '고성장-저물가' 시대를 구가했던 중국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안겨주고 있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이래 중국은 일부 우려와 달리 연평균 10.4%의 고성장 속에서도 1.9%의 낮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해왔다.

중국 '고성장-저물가' 시대의 종언은 과거 올림픽 개최국들이 경험했던 올림픽 밸리 효과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총 6개의 올림픽 개최국 중 1996년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올림픽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경제 침체를 겪었다.

올림픽 이전 과도한 투자가 올림픽 후 급감하면서 급격한 경제성장 둔화와 자산시장 붕괴를 맛본 것이다. 현재 중국과 유사한 경제지표를 보였던 당시 한국도 서울올림픽 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고 경제성장률은 둔화하며 무역수지가 악화된 밸리 효과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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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전후 개최국들의 GDP 추이.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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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청두(成都)자동차모터쇼에서 선보인 중국 브랜드의 자동차. 중국 산업은 과도한 투자에 따른 생산능력 과잉으로 긴축정책을 취해왔다. ⓒ 모종혁


중국경제, 올림픽 밸리 효과인가 고도성장의 지속인가

지난달 5일 이만용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2002~2008년 기간 중 중국의 올림픽 투자 규모는 약 50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이는 역대 올림픽 최대 규모로 직전 개최국인 그리스의 5배, 호주의 7배"라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 올림픽 개최도시들은 과도한 고정자산투자로 과잉투자가 우려된다"면서 "대규모 올림픽 투자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중국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경제 침체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경제에서 베이징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하고, 올림픽 관련 투자 규모가 중국 총 고정투자의 3%를 넘지 않는다. 8월 5일 <로이터통신>은 "시설 투자 등 영구적 인프라 구축은 장기적으로 중국경제 발전에 유리하다"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에서 당장 눈앞의 500억 달러 지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도했다.

9월 2일 청쓰웨이 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도 "중국 경제는 침체 국면이 아닌 일시적인 감속 상황"라며 "뛰는 물가를 잡고 투자·소비·수출 등에 강력한 모멘텀을 주면서 고속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중국 언론에 등장하는 중국 최고지도부와 경제전문가의 견해도 청 전 부위원장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하나같이 올림픽 후 경제침체론을 차단하면서 중국경제에 문제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경제가 올 2분기에 10.1% 성장해 4분기 연속 하락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의 고도성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 중국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나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 등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는 대외의존도가 60%에 이르는 중국에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미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9%대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계속된 두 자릿수의 고도성장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매년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사회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중국으로서는 두 자릿수 고도성장이 계속 필요하다.

중국정부의 바람과 달리 올 상반기에만 6만7000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살아남은 기업도 재고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수출이 둔화되고 소비가 늘지 않으면 대규모 실업까지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이 고성장 유지와 물가 억제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계속 발전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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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재고 및 이익률 변화 추이. ⓒ 국제금융센터

#중국경제 #거품붕괴 #주식폭락 #부동산폭락 #올림픽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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