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가 버스정류장에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는 택시로 인해서 진입하지 못한 채 도로 한 가운데 정차해서 승객을 태우고 있다.
원정연
하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저상버스가 정류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수이고, 이럴 경우에는 장애인이 차도로 내려가 버스에 타야만 한다.
차도로 내려오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인도는 차도와 보통 높낮이가 달라서 높이가 같은 곳까지 가야 차도로 내려갈 수 있다. 그런 뒤에도 저상버스는 슬로프를 내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진·후진을 반복해가며 차량을 앞뒤로 수차례 이동하고 나서야 정차한다.
차도에 슬로프를 가설해도 경사각이 커져 전동휠체어는 오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올라가서는 버스 안에 안전장치(휠체어 바퀴를 고정해주는 장치)가 설치된 곳에 휠체어를 세워야 하는데, 여기에 다른 승객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접이식 의자를 접어야 한다.
차도에서 저상버스를 타는데 이렇게 손이 많이 간다. 여기에 드는 시간이나 교통정체(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일 경우)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과연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 주겠는가?
저상버스는 생겼는데, 왜 길에는 장애인 없을까저상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탑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본 적이 없다고 답을 한다. 본 적이 있는 사람의 경우도 그 횟수를 물어보면 '1~2회가량'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저상버스 기사들도 비슷하다. 일주일이나 한 달에 1~2회, 많으면 2년을 넘게 운행하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장애인을 태워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기사도 있다.
이렇다 보니 저상버스 운전기사 중에는 장애인 승차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차량을 기울이는 닐링 기능이나 슬로프 가동방법을 알지 못하는 이도 종종 있다. 방법을 배웠더라도 쓸 기회가 없다보니 실제 상황에서는 순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워낙 오랫동안 안 쓴 나머지 슬로프 장치가 고장이 났는데도 이를 알지 못해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지난 2006년 4월 경남 마산시 한 정류장에서는 슬로프 가동 및 정차 문제 등으로 인해 장애인 탑승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승객 몇명이 내려 휠체어를 들고 탑승시키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장애인은 미안해 하며 기사에게 "그냥 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시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네티즌이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 마산시청 홈페이지에 게시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정류장 시설도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주안역 버스정류장에서는 석모(47)씨가 하차하려다 휠체어에 탄 채로 뒤로 넘어져 일시적 혼절·구토 등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사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