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라는 나라는 찬란한 문명을 의미한다. 화려한 건축물은 물론 도로와 경기장 등 로마의 문명은 그 전의 어느 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 후에도 로마처럼 체계적이며 빠르게 발전한 문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 수준은 놀라웠다. 그렇기에 로마는 지금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 찬란함 뒤에는 '고통'이 있었다. '비명'도 있었고 또한 '절규'도 있었다. 노예들의 것이었다. 짐승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고 팔린 그들은 모진 학대를 받았다. 인간다움은 없었다. 자유라는 것과 인권이라는 것은 그들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목숨도 자신들의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로마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검투사들이다. 노예들은 검투사가 되어 로마의 화려한 경기장 안에서 싸웠다. 둘 중에 한명이 죽을 때까지 싸워야했다. 그것을 관람하는 것은 로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취미'가 된 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싸움을 시켰다. 그에 따라 그것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예는 사람이 아니라 또 다른 짐승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스파르타쿠스. 그도 검투사였다. 광산의 노예였던 그는 검투사가 되어 누군가 지명하면 경기장에 나가 싸워야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매일 얼굴을 보며 지내던 검투사와 죽을 때까지 싸워야하는, 그것을 환호성을 들으며 해야 하는 처지였던 셈이다. 비인간적인 것이지만, 로마에서 노예는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시키면 해야 하는 것이었다. 스파르타쿠스나 다른 검투사들 모두가 그랬다.
그러나 스파르타쿠스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인간답고 싶었다. 평등하게,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누군가의 위에 서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나라와 권력을 갖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비인간적인 모든 것이 싫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검투사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킨다. 기원전 70년경이었다.
검투사 앞에 로마의 병사가 죽었지만 로마는 반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반란이라는 말조차 쓰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압군이 계속해서 패배하기 시작하고 반란이 들판에 불이 붙듯 각지의 호응을 일으켜 로마 사회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소설 속 누군가의 말처럼 '카니발'이후 가장 큰 위협이 로마에 들이닥쳤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소설 스파르타쿠스>는 스파르타쿠스를 통해 인간답고 싶었던 어느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로마라는 사회에 가려졌던,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긴 채 짐승처럼, 아니 짐승보다 못하게 살아야 했던 노예들의 소망을 그리고 있는 것인데 이것을 묘사한 저자의 방법이 독특하다. 스파르타쿠스의 입장에서만 그린 것이 아니라 그와 싸웠던 장군, 전쟁을 정치적으로 마무리짓던 의원, 막연히 그를 상상하는 로마인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스파르타쿠스와 노예 반란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 스파르타쿠스>는 위인전처럼 뻔하지 않다. 스파르타쿠스의 영웅담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가 출현한 계기, 그의 반란이 호응을 얻은 이유 등을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모아 말하고 있기에 이야기는 생명을 얻어 빛을 발한다. 비록 소설이지만, 이 책은 옆에서 바라보듯 스파르타쿠스의 생을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더불어 저자는 로마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는데 일말의 주저함도 갖지 않았다. 노예들이 십자가형을 당하는 과정을 불편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외에도 노예들이 당해야 했던 비극들을 실날하게 그렸다. 그리하여 화려한 로마의 모습에 가려졌던 또 하나의 진실을 알려주고 그들이 자유를 찾아 싸웠던 것의 위대함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2천년이 넘는 시간의 공백이 있다. 스파르타쿠스가 살았던 시대와 오늘날은 너무나도 멀다. 그럼에도 건네는 말은 장엄하게 가슴 속에 와닿는다. 누구나 사랑하는 그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인간다운 것을 꿈꿨던 사람들의 이야기 <소설 스파르타쿠스>, 그 속에 담긴 검투사의 눈빛이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만날 수도 있다.
소설 스파르타쿠스
하워드 패스트 지음, 김태우 옮김,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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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 인간다운 것을 위해 반란을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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