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문학 사전을 만들어가자

[서평] 남경태의 < 개념어 사전 >

등록 2008.09.20 15:41수정 2008.09.20 15:41
0
원고료로 응원
생각에 앞서 언어가 먼저 존재하고 있었다

a  [ 개념어사전 ] 겉표지

[ 개념어사전 ] 겉표지 ⓒ 들녘

글을 쓰거나 읽다가, 생각하다보면 가끔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생각의 주체는 자신이고, 나는 언어를 빌어 나의 생각을 표현한다. 다시 말해, 나의 생각이 언어보다 먼저 있다고 느껴진다. 이 말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나의 사고나 의식이 있기 전에 나의 언어는 존재하고 있었고, 오히려 우리의 사고는 엄마를 통해 습득한 언어로써 발달되어 간 것이다. 즉, 거꾸로 당시대의 언어체계가 나의 사고를 빌어 표현된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나의 언어는 주관적 사고범위를 벗어나 그 당시의 객관적, 사회적, 문화적 존재로서 의미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에 소개된 <개념어 사전>을 출판한 남경태 선생은 수많은 인문학 서적을 번역하고, 직접 저술활동을 한 이력의 소유자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그동안 쓰고 정리해왔던 인문학 전반에 관한 개념으로 다시 한 번 인문학에 관한 지적탐색에 나선다.

개념파악에 유의할 점

저자가 말하는 '개념에 대한 이미지'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말하는 '개념의 족보학'과 상통한 면이 있다. 전자는 하나의 개념은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함을, 후자는 그 당대의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읽어내야 함을 강조한다. 두 분 모두 국어사전에 나오는 개념 정의에 대한 단편적인 설명을 거부한다.


또한 글과 언어는 각각 시각과 청각에 의존함으로 상당히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문장에서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상황과 맥락을 충분히 표현하는 형태로 재구성되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그에 맞는 언어와 개념선택은 중요한 것이다.

다만, 개념이나 이념이 그 자체로 절대적 지속성을 추구하게 되면, 변화하는 사회적 현실을 정당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이를 사고 작용에 촉발하는 매개, 수단으로 활용하기를 당부한다.


이 책은 앞뒤가 따로 없다. 사전이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잘 모르는 개념 순으로 읽어나간 후에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읽어가는 것도 한 방편이다.  단락마다 내용이 길지 않아 저자가 말하는 이미지와 핵심어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요즘에, 논술시험 준비에 편승에 많은 서적들이 출판되는데, 그러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인문학과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호기심을 충분히 가지게 한다. 내용역시 인문학지식에 도움을 준다. 부록으로 나와 있는 참고문헌도 앞으로 읽을 목록으로 첨부해 놓으면 좋을 듯싶다. 앞으로 내 옆에 계속 두면서 읽고 생각하고, 포스트잇에 자료를 첨가할 예정이다. 언젠가 나도 나만의 사전을 가져보기 위해서.

덧붙이는 글 | 에스24, 알라딘에 송부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에스24, 알라딘에 송부했습니다.

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들녘, 2006


#인문 교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과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접촉해보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