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 소년의 성장을 통해 세상을 보다

[함께 읽고 싶은 책] 김려령의 <완득이>

등록 2008.09.25 16:21수정 2008.09.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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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고등학생들의 부모인 7080세대는 현재 배철수씨가 진행하고 있는 <콘스트 7080>에 열광하고 있다. 그 시절 카페에서 교복을 입은 채, 라디오를 통해 <별이 빛나는 밤에>를 즐겨 들었던 음악이다. 통기타 음악이 주류였다. 이제는 모두가 추억 속에 담긴 이야기겠지만. 영화 <고교얄개>(1976년) 시리즈를 보면서 고교시절을 보냈다.

 

근데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어떤가. 그들은 무엇에 열광하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핸드폰 멀티 콘텐츠다. 요즘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한때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친숙한 존재가 됐다. 또 직접쓰기도 하고 함께 읽기도 하는 인터넷소설, 적어도 하루 네댓 시간은 푹 빠져야 살맛나는 인터넷게임, PC방, 대형오락실, 보드카페, 일본드라마, 니뽄필패션, 가수연예인, 운동선수 얘기가 많고, 마니아 집단 간의 화제에 관심이 많다. 다중멀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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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는 열일곱 살 소년 완득이가 커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김려령 지음, 창비, 2008년 3월 17일 출간 ⓒ 박종국

<완득이>는 열일곱 살 소년 완득이가 커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김려령 지음, 창비, 2008년 3월 17일 출간 ⓒ 박종국

요즘 아이들은 다중멀티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그만큼 세대간의 문화도 격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서점에 들렀다가 요즘 세태(世態)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유쾌하고, 통쾌하며, 상쾌한 책을 만났다. 바로 열일곱 살의 성장소설 <완득이>였다.

 

완득이를 읽는 순간, 나는 완득이와 똥주에게 홀라당 빠졌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공부는 못해도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놀리는 친구들과 툭하면 붙는 싸움꾼, 집이 가난해서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 완득이는 우리가 무시로 만날 수 있는 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아이다.

 

완득이는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머니의 가출로 아버지의 손에 길러졌으며, 아버지 일터 카바레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완득이의 성장기는 '죽었으면 하는' 담임선생님, 존재조차 몰랐던 어머니, 킥복싱사범, 똑똑하고 예쁜 여자 친구와의 부대낌 속에서 점차 자신의 길을 찾는다. 힘들지만 꿋꿋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강렬하게 내비친다.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열일곱 살 '완득이'

 

그리고 <완득이>는 어색한 어머니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시켜 나가는 '완득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항거하는 독특한 캐릭터의 담임선생님 '똥주', 전교 1, 2등을 다투는 범생이지만 왠지 모르게 완득이에게 눈길을 떼지 못하는 운하 등 매력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속도감 있는 문체와 빠른 스토리 전개가 돋보인다.

 

또한 <완득이>는 삶이 팍팍한데도 낙천적인 주인공 완득이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희망'을 안겨준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가짜 삼촌과 냉정한 현실 속에서 정해진 길을 그저 따라가는 것 같지만, 완득이는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의 길을 찾아나선다. 다소 진부한 얘기 같지만 '희망'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다.

 

<완득이>는 삼십년 전의 <고교얄개>와는 너무나 대별된다. 그 시절 <고교얄개>는 청소년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성적 호심과 치기어린 장난들로 그저 재미있기만 했던 영화였다. 그러나 지금의 <완득이>는 '빈부의 격차', '외국인 노동자 문제', '다문화 가족 간의 문제', '장애인 차별 문제', '공교육 붕괴'와 같은 사회문제들을 숱한 갈등 속에 노출하고 있다.

 

마침내 완득이는 공부 잘하는 여자 친구와 사귀면서 지독한 싸움꾼에서 킥복싱 선수로 변신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완득이는 이미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겪으며 당당하게 성장하고 있다. 열일곱 살의 성장 소설 <완득이>다.

 

열일곱 살의 성장 소설 <완득이>

 

그러나 <완득이>는 읽는 이의 시선에 따라 '불량학생 이야기'한 선입관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게 되면 그 내용이 다소 거북스러울 수 있는 책이다. 틈만 나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해대는 담임선생님 '똥주'의 캐릭터가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완득이>는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완득이>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렵고 힘든 환경이지만 자기의지를 갖고 그 모습 속에서 진정한 '성장소설'이다. 때문에 <완득이>는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면면을 직접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계기로, 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되짚어볼 수 있는 자리로 가족이 함께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9.25 16:2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김려령 지음,
창비, 2008


#완득이 #김려령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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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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