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귀엽고 밤엔 요염하고...
오늘은 어떤 다리를 건널까요?

한강의 개성있는 다리들... 매일매일이 여행입니다

등록 2008.09.29 16:58수정 2008.10.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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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때와 다르게 화려하게 변신하는 퇴근길의 한강 다리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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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다리 위를 지나다 물도 마실겸 멈추어 서서 넓은 한강을 바라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입니다. ⓒ 김종성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하게 들렸던 '자출(자전거 출퇴근)'이란 단어가 이젠 인터넷에서도 자주 쓰이는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요즘 자전거를 좀 타는 사람들 대부분은 인터넷 동호회 카페인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나 '자여사(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에 가입했거나 알고 있더군요.

인터넷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에 대한 정보에서부터 자출 코스에 대한 질문과 소개로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있게 되니 자출에 입문하기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자출사' 카페는 요즘 회원이 이십만 명을 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와 자전거 출퇴근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집에서 일터가 너무 멀거나 험한 지형이 중간에 가로막고 있어서 자출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동료들에 비하면 자출하는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지요. 거기다가 사계절 다른 자연의 모습까지 감상하고 몸으로 느끼면서 오고 가는 자출길은 날마다 여행길이 되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강 자출여행

저는 서울에서 자출을 한지 올해 4년째가 되었는데 한강에 자전거길도 생기고 도로 위의 차량들도 자전거를 의식하는 일이 많아져 자출 환경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11㎏의 제 작은 자전거가 자기의 몇 배나 무거운, 70㎏가 넘는 주인을 몇 년 동안 잘 태우고 다니는 것도 참 기특하고요. 시간이나 상황 또는 기분에 따라 어떤 날은 도로 위에서 차들과 함께 달리며 출근을 하고, 또 어떤 날은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일터로 달려가기도 합니다.

자출을 몇 달 하다보면 다양한 코스의 자출길을 개발(?)하게 되어 출퇴근길이 그리 지겹지 않게 느껴지고 여행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자전거 출퇴근의 장점 중 하나지요.

그런 자출 코스 중의 하나가 바로 한강 자전거길입니다. 계절감도 느낄 수 있고 아침에는 한강가에 핀 예쁜 꽃들이 '수고하세요' 하며 손흔들어 주고, 저녁에는 아름다운 일몰이 '수고했다'며 위로해 주곤 하는 고마운 길이기도 합니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한강의 다리들은 따가운 여름 햇볕에 그늘이 되어주고 강바람 부는 시원한 쉼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자출길에 힘을 주는 요소죠.  자출길에 피어난 꽃들만큼이나 자주 만나게 되는 한강의 다리들은 저마다 다른 개성이 있어서 좋습니다. 그 덕에 따로 표지판을 보지 않아도 내가 어디쯤 지나가고 있는지 알게 해주지요.

특히 퇴근길에 다리에 조명이 켜지기라도 하면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함께 화려하고 요염한 자태로 변신하기도 하고 한 폭의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한강가에 병풍처럼 둘러서고 있는 높다란 아파트들처럼 한강의 다리들도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겼으면 얼마나 삭막했을까요? 서로 다르게 생겨 느낌도 다른 한강의 다리들, 정말 매력적입니다.

[성산대교] 터미네이터 같은 다리, 자전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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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의 남성미 넘치는 성산대교는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립니다. ⓒ 김종성


서울 마포구와 강서구 사이의 한강을 잇는 성산대교는 한 눈에 봐도 튼튼한 철골로 이루어진 모양새가 터미네이터를 연상하게 하는 다리입니다.

다리 위 차도 옆에 인도는 있으나 다리 위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자전거로 오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자전거 베테랑들만이 이 다리를 건너다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지나다닐 수 있게 접근성만 좋게 만들면 마포구와 강서구를 편하게 오갈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다리입니다.

[양화대교] 평범하게 생겼지만 자전거에 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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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대교는 한강 자전거길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자출인들이 많이 애용하는 다리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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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대교 중간에 있는 한강의 섬 선유도의 멋진 선유교. 도보 전용으로 자전거도 통행이 안 됩니다. ⓒ 김종성


전철이 지나는 당산철교와 함께 나란히 한강을 이어주는 양화대교는 평범한 외모에 별다른 개성은 없지만 자출인들이 애용하는 쓸모 많은 다리입니다. 남단과 북단의 다리 양쪽에 한강 자전거길이 바로 연결되어 있고, 자전거로도 다리에 오르고 내려갈 수 있게 다리계단에 자전거용 통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다리를 건너다 중간에서 '선유도'라는 아름다운 한강의 섬을 만나게 해줍니다. 양화대교 옆 선유도는 산책하기도 좋고, 특히 선유교라는 작은 다리의 야경이 한강과 어울려 참 멋있습니다.

출근길에는 못하지만 퇴근길에 양화대교를 건너다 멈추어 선유도에 자전거를 주차해놓고 여유로이 산책하는 것도 좋습니다.

[서강대교] 빨간색 아치 아래 무인도 안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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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아치가 인상적인 서강대교는 한강의 무인도 밤섬을 품고 있습니다(위 사진). 영화 <괴물>에도 나왔던 한강의 무인도 밤섬은 점점 커지며 옛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아래 사진). ⓒ 김종성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는 예쁜 빨강 아치를 가진 서강대교는 가슴에 무인도 밤섬을 품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도 나오는 밤섬은 일반인은 못 들어가다 보니 정말 천연의 섬입니다. 진짜 무인도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여의도에 볼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 외근을 나가기도 하는데, 밤섬은 볼 때마다 점점 커지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 여의도의 개발로 밤섬은 파헤쳐져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섬이었다는데,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으로 원래의 제 몸을 찾아가고 있네요.

[한강철교] 열차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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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다리 중 가장 개성적인 한강철교. 달리는 열차의 거친 숨소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김종성


철길 위를 힘차게 달리는 열차의 거친 숨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다리입니다.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고, 돌기둥과 철골이 어우러진 다리의 음산한 분위기는 스릴러 영화의 배경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진가들이 찾아와서 멋진 여성 모델의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뒤로는 용산 이촌동의 높은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 있어 다리의 분위기와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요.

[잠수교] 여름마다 날씨뉴스에서 많이 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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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비가 좀 내린다 싶으면 잠수를 타는 다리. 찰랑거리는 한강을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며 다리를 건널 수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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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한강의 새끼섬 서래섬. 버드나무와 꽃길이 산책하기 참 좋습니다. ⓒ 김종성


위로 반포대교를 이고 있는 잠수교는 한여름 장마 때마다 기상 뉴스에 나오는 다리입니다. 한강 자전거길과 접근성이 제일 좋은 다리이며, 높이가 낮아 찰랑거리는 한강을 눈앞에서 바라보며 넘어갈 수 있지요. 평소 자출인들은 물론 주말에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족들도 많이 건너다닙니다.

요즘에는 서울시에서 한창 잠수교에 공사를 하고 있는데, 분수대도 만들고 보행길과 자전거길도 편하게 넓힌다니 기대가 됩니다.

잠수교 남단에는 한강의 새끼섬 서래섬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봄에는 유채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수많은 코스모스가 피어나 마치 이국에 온 것 같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이 밖에도 정겨운 다리들이 한강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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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제일 정겨운 살곶이 다리. 문화재로 지정된 귀한 다리입니다. ⓒ 김종성


이 밖에도 한남대교·영동대교 등 한강에는 참 많은 다리가 이어져 있습니다.

그중에는 문화재로도 지정되어 있는 순전히 돌로만 만들어진 오래된 '살곶이 다리'도 있습니다. 이 정겨운 다리에는 차는 물론 못 다니고, 다리의 보호상 자전거도 끌바 하며 걸어서 건너가야 합니다.

한강의 다리 밑으로 난 자전거길을 따라 봄에는 예쁜 꽃들을, 여름에는 시원한 강바람을, 가을에는 높고 파란 하늘을, 겨울에는 하얀 눈을 고대하며 자출을 하다 보면 매일매일이 작은 여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생활이 여행이 되기도 하는 삶, 자출이 가능하게 해주네요.

어느 때보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 가을에 자출인이 되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덧붙이는 글 | '2008 자출도 여행이다' 응모

<기사 응모 안내>

#한강 #한강의 다리 #한강 자전거길 #자전거 출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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