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구제금융안 하원에서 부결... '월요일의 충격'

부시, 레임덕 가속화... 오바마-매케인, 정치적 부담 가중

등록 2008.09.30 06:23수정 2008.09.3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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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되자, 미국 증시는 폭락하고 월스트리트는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은 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되자, 미국 증시는 폭락하고 월스트리트는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은 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 ⓒ AP/연합뉴스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되자, 미국 증시는 폭락하고 월스트리트는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은 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 ⓒ AP/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미 하원이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7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구제금융 법안을 29일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부결돼 미국 사회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금융구제안이 부결되자 미 증시는 한때 7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공황상태'에 빠졌다가 다소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날보다 500포인트 이상 떨어져 시장의 충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퇴임을 4개월여 앞둔 조지 부시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구제금융안 하원 처리 실패로 대(對)의회관계에서 사실상 `식물 대통령'임을 드러내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향후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은 물론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도 소속 의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함으로써 금융구제안 처리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도력의 `한계'를 보여 의회정치공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뿐만아니라 민주당 버락 오바마,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도 선거일을 5주 앞두고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의회 동의를 받는데 실패함에 따라 이번 사태로 미국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선거에 이기더라도 차기 정부 국정운영에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미 하원은 전날 양당 지도부와 행정부가 금융구제안에 합의함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상정.표결을 실시했으나 찬성 205표, 반대 228표로 과반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날 표결에서 공화당의 경우, 의원 65명만이 찬성표를 던졌고 3분의 2인 133명이 반대했으며 민주당에선 140명이 찬성표를 던지고 95명이 반대한 것으로 집계돼 공화당 의원들의 압도적 반대가 법안 부결의 결정적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표결은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돼 15분만에 끝날 수 있었으나 양당 지도부가 반대표를 던진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개표를 보류한 채 시간을 끌었지만 법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수인 217표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 의원은 "국민이 이번 구제금융 법안을 반대했으며 의회도 마찬가지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인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매우 실망스럽다. 공화당이 이 법안을 무산시켰다"며 공화당측에 책임을 돌렸다.

 

하원은 이날 부결된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내달 2일 이후에야 다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의회의 구제금융관련법안 의회처리가 빨라야 금주 후반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오는 30일과 10월 1일이 유대교 휴일이어서 하원이 이틀간 휴회에 들어갈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최소한 10월2일까지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  구제금융 법안 부결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

구제금융 법안 부결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 ⓒ EPA/연합뉴스

구제금융 법안 부결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 ⓒ EPA/연합뉴스

내년 1월20일 퇴임을 앞둔 부시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구제금융법안 부결로 인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하원에서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되자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긴급대책회의를 소집,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백악관은 구제금융법안 처리가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 의해 무산된 데 실망감을 표시하고 부시 대통령이 추가 조치를 결정하고 의회 지도자들과의 위기 수습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경제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토니 프래토 부대변인은 "오늘 오후 하원 표결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경제가 어려운 위기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된데 우려를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빅토르 유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열린 회견에서 "우리는 현 경제상황에 정면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면서 "앞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a  구제금융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부결되자 다우존스 지수는 777.68포인트 폭락했다. 1일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구제금융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부결되자 다우존스 지수는 777.68포인트 폭락했다. 1일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 AP/연합뉴스

구제금융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부결되자 다우존스 지수는 777.68포인트 폭락했다. 1일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 AP/연합뉴스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자 양당 대통령 후보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경제.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끄기'에 나섰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하원에서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됐지만 아직 구제금융법안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면서 금융시장 참여자들에 대해 침착성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구제금융법안이 여전히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하원의 표결결과에 대해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참모들과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그는 법안 부결전에 행한 유세에서 다수당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가 금융위기 와중에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오바마를 공격하고 나섰다.

 

매케인은 지난 주 자신이 TV토론 연기를 제안하는 등 선(先)금융위기해소 후(後)선거운동을 요구한 것을 오바마가 거부한 것을 상기시키며 오바마는 지난 주에 이틀 동안 잠시 선거운동을 멈추고 금융구제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케인은 또 "애초에 오바마는 개입하기를 원치 않았고 이후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면서 "옆줄에서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지도력이 아니다"라고 오바마를 공격했다.

 

bingso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09.30 06:23ⓒ 2008 OhmyNews
#미국 금융위기 #구제금융 #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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