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산리 아낙난산리 아낙들이 밭이랑을 일고 있다.
김강임
가을 여는 올레길... '쉬엉갑써게!'난산리 중산간도로는 보폭이 8m쯤 될까요? 그 길옆에는 가을이 열리더군요. 올레꾼들이 지나갈 때마다 강아지풀이 한들한들거렸습니다. 심심하던 쑥부쟁이도 들국화도 즐거움의 몸짓을 표현하더군요.
난산리 마을 안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막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씨를 뿌리는 동네 아낙들이 손을 흔들어 댑니다.
“고생 햄 수다! 쉬 엉 갑 써 게!”
밭이랑을 만들고 있는 아낙들은 고된 하루 일과가 힘들 테지만, 도리어 나그네들을 격려합니다. 검은 흙을 파고 있는 아낙들의 고통은 무엇일까요? 흙속에 묻혀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제주 올레 길은 가장 포근하고 행복한 보금자리였겠지요.
난코스일수록 의미 있는 도보기행하지만 올레꾼들의 고통은 무엇일까요?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그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기 위해 그 길을 걷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렇기에 제주올레가 길트기를 할 때마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난코스인 올레 9코스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걸 보니 말입니다. 아마 도보기행은 길이 열악할수록 더욱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척박하고 고된 길을 걸어야 함을 알면서도 그 길이 고행의 길이 아니라, 수행이라 생각하니까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며 맛보는 희열감이랄까요. 때문에 난산리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