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형이 동생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걸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졌다면 자신을 뽑아준 지역 주민들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6번이나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과 직결된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이상득 한나라당 (포항시 남구·울릉군)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다. 그냥 형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닮고 싶어하는 모델로서 형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에 미치는 이 의원의 영향력은 크다.

그런 이 의원이 지난 9월 25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단독으로 만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이 총재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15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종부세 개편안 등 '이명박표 개혁입법'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이 총재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포항시 81억 4천만원, 울릉군 111억9천만원 세수 줄어

종부세 개편안이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됐고, 국무회의 의결도 거친 상태이기 때문에 '정책 홍보' 차원에서라도 이 의원의 행보를 탓할 이유는 없다. 또 "국정운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그가 여권의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정치적 비판도 잠시 접어두자.

이 의원이 이 총재를 만나기 전에 한번이라도 종부세 완화가 지방자치단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봤는지 묻고 싶다. 종부세가 완화되면 자신의 지역구인 포항시 남구와 울릉군의 재정이 얼마나 삭감되는지 한번 정도 고민을 해봤냐는 것이다. 

지난 9월 30일 진보신당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종부세를 완화했을 경우 포항시는 81억 4000만원, 울릉군은 111억 9000만원의 부동산 교부세가 감소한다. 결국 포항시나 울릉군이나 평균 100억 원 정도의 지방재정이 삭감되는 셈이다.    

100억원은 기초지자체에는 정말 큰 돈이다. 한 공무원은 "부동산 교부세가 지자체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그렇게 내려온 돈은 교육·사회복지 등 지역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들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종부세가 완화되면 '삶의 질'과 관련된 사업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6선의 국회의원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야당 총재를 찾아가 '종부세 개편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의원에게는 대통령인 동생이 먼저인가, 지역 주민들의 삶이 먼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