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심각 "비가 왜이리 안 오는 거야?"

남부지방 저수지 바닥 드러낸 지 오래... 무·배추 등 농작물 피해 우려

등록 2008.10.05 10:40수정 2008.10.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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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부지방의 가을 가뭄이 심각하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의 한 저수지는 바닥이 드러난지 오래됐으며, 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남부지방의 가을 가뭄이 심각하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의 한 저수지는 바닥이 드러난지 오래됐으며, 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 윤성효


땅이 타들어 가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도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저수지 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무·배추 등 농작물 피해도 우려된다. 지리산 대피소에서 마실 물이 부족해 등산객들한테 식수를 갖고 오도록 한 지도 이미 오래다. 10월 말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창원 주남저수지에 물이 모자라 낙동강 물을 끌어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남부지방에는 가을 가뭄이 심각하다. '마른 장마'에다 태풍도 한 차례 오지 않았던 지난 여름, 남부지방에는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식수가 부족해 제한급수에 들어간 마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 김치현(67)씨는 "나락 수확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다른 농사는 망칠 판이다"며 "왜 이리도 비가 내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무며 배추 농사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면서 "김장 때 배추 값이 많이 올라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상훈(56)씨는 "농촌에 일손이 부족한데 무·배추에 물을 주는 일까지 겹쳐 더 힘들다"며 "밭 주변에 물이 없어 물을 길어 오는 일이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앞으로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배추 농사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뭄 정도를 숫자로 나타낸 가뭄지수로 따지면, 경남은 이미 가뭄 단계다. 가뭄지수는 정상(-0.5~0.5), 가뭄시작단계(-1~-0.5), 가뭄(-3~-1), 가뭄극심(-3 이하)으로 분류한다.

4일 경남도에 따르면, 가뭄지수가 거제 -2.11, 거창 -1.98, 남해 -1.57, 밀양 -1.51, 진주 -1.13, 산청 -1.05, 합천 -1.01 등이다. 거제를 비롯한 섬 지역이 제일 심각하다.

강수량은 평년에 비해 턱없이 적다. 9월 경남 전체 강수량은 33mm로, 이는 평년의 21% 수준이다.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진주지역 강우량은 209㎜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5mm나 적고, 평년에 비해 720mm가 적다. 서부경남권 9월 강우량은 10mm 이내로 집계됐다. 마산지역 9월 평균 강수량은 165.3mm였는데, 지난 9월 한 달 동안 20mm 안팎에 그쳤다.


a  가을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이 갈라져 있다.

가을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이 갈라져 있다. ⓒ 윤성효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9월 말 현재 함양 옥계저수지의 저수율은 10%에 그치고 있다. 경남지역 거의 대부분의 저수지가 비슷한 상황이다.

생활용수가 부족해 불편을 겪는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 경남도는 남해·산청·함양·거창군의 4개 군에서만 88개 마을에 1만1100가구, 2만8000여명이 물 부족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마산시 진전면 오서리 동대·서대·월안·해동 등 4개 마을은 지난 9월 중순부터 식수가 부족해 마을대표자회의를 열어 시간별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섬 지역은 식수 전쟁이다. 남해군 조도․호도마을 등 주민들은 하루 한 번씩 선박으로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남해읍을 비롯한 5개 읍·면지역은 시간제로 급수를 받고 있다.

물 부족 사태로 곳곳에서 비상이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 9월 중순부터 "지리산 고산지 대피소에 식수가 부족하다"면서 산행할 때 식수를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오는 28일부터 경남 창원 일원에서 열리는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도 가뭄 때문에 비상이다. 공식 방문지인 창원 주남저수지가 가뭄으로 가장자리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가시연꽃 등 일부 수생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이곳에 올 겨울철새도 개체수가 줄어들 수 있다.

이에 창원시가 비상대책을 세웠다. 지난 1일부터 낙동강 물을 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주남저수지에서 직선거리로 2㎞ 떨어진 창원 동읍 본포 취수장에서 물을 퍼 올려 수로를 통해 주남저수지로 공급하는 것이다. 창원시는 이를 위해 환경단체 등에 의견 수렴을 거치기도 했다. 주남저수지에는 하루 10만t씩 20일간 200만t의 낙동강 물이 공급된다.

하동 섬진강 재첩도 가뭄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섬진강에서는 재첩이 폐사하기 시작했는데, 가뭄 때문이다. 예년보다 적은 강우와 하천 유하량 감소, 다압취수장의 가동 등 하천 물 흐름 변화로 섬진강 하구의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가뭄이 극심해졌다.

a  가을 가뭄이 심각하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의 한 저수지 모습.

가을 가뭄이 심각하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의 한 저수지 모습. ⓒ 윤성효


계속되는 가뭄으로 과일도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단감의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다. 산청 등 단감재배농에 따르면, 단감이 커지는 시기에 가뭄이 닥쳐 상품성이 떨어졌다는 것.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오는 10일까지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사과를 비롯한 과수는 수분 함량이 감소되어 과일의 기형현상과 색깔이 고르지 못하고 당도가 떨어져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남도와 한국농촌공사, 경남도농업기술원 등에서 가뭄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경남도는 지난 9월 생활용수가 부족해 불편을 겪는 남해·산청·함양·거창군에 34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한국농촌공사 남해·하동지사는 가뭄이 심각한 지역에 양수기를 동원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조윤명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1일 함양군 마천면 제한급수지역과 옥계 저수지, 단감·사과농장 등을 방문했다. 조 부지사는 생활급수와 농촌용수 보급을 위한 분야별 대책을 독려하기도 했다.

조윤명 행정부지사는 "비상급수로 제한급수지역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 해줄 것과 양수 장비 등을 최대한 동원하여 신속히 가뭄에 대처할 것"을 독려하면서 "가뭄은 있어도 한해(旱害)는 없다는 신념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줄 것"을 당부했다.

a  조윤명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1일 함양군 마천면 등을 찾아 가뭄 피해 현장을 둘러보았다.

조윤명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1일 함양군 마천면 등을 찾아 가뭄 피해 현장을 둘러보았다. ⓒ 경남도청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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