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녹음봉사자 안선정씨녹음봉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김유현
“처음에는 제 자신을 위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게 도움이 되는 것부터 읽어 나갔죠.”
올해로 녹음봉사 3년차인 안선정 (42)씨는 경기도 수원에서부터 두 시간 거리인 이곳 <한국 점자도서관>이 있는 서울 강남구 암사동까지 매주 두 번씩 녹음 봉사차 온다. 먼 거리 인데도 즐거운 마음으로 온다는 그녀는 3년 전 선배를 통해서 이런 봉사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울하고 자신이 사라져간다고 생각할 무렵 스스로를 세우기 위한 통로였던 셈이다.
안씨는 두려움이나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들에 관한 책이나 삶에 힘을 실어주는 책들로만 골라서 녹음을 시작했었다. 남을 돕는다기보다 자신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힘을 녹음하면서 읽게 된 책들로부터 얻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이곳에서 다니면서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을 녹음 할 때는 정말 힘들어서 몇 번이나 그만 두려고 했었어요. 특히 이외수씨의 장편소설 <장외인간1, 2>를 읽을 때는 평생 해볼 수 있는 욕을 전부 다 해보았어요” 라며 몸서리를 친다. “조그만 부스 안에서 혼자 읽는대도 얼굴이 붉어지고 아휴~ 말도 마세요~”한번은 와인 전문 서적을 읽다가 용어가 너무 어려워 발음이 자꾸 꼬이는 바람에 포기한 적도 있다고.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 톤을 고려해서 전문 학회지나 소식지 등을 읽는다. 그가 봉사하는 곳은 이곳 뿐이 아니다. <수원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도 이곳처럼 녹음봉사를 할 수 있어서 일주일에 세 번은 수원에서 녹음봉사를 하고 있다.
“결혼을 일찍했어요. 아이들 다 키워놓으니 시간 여유가 생겼죠. 남을 돕는것도 중요한 거지만 이 일을 하면서 제가 더 자랐죠. 한 달에 한 두권씩, 일 년이면 양이 엄청나죠. 완성된 씨디를 받아보면 정말 뿌듯해요.” 멀어도! 아파도! 봉사는 꾸준히감기를 심하게 앓아도 참고 계속 나온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수원에서 서울 암사동은 보통 거리가 아니다. 기자가 살고 있는 곳도 수원과 가깝기 때문이다.
그곳을 가기 위해 버스도 타야했고 두 시간이나 걸리는 지하철을 3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암사역에 내려서도 꽤 걷는다. 좁은 골목 사이 숨박꼭질 하듯 찾아낸 도서관. 3층 녹음실까지는 또 걸어 올라가야한다. 완전 파김치가 따로 없었다. 숨도 차고 힘도 들었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더군다나 무료봉사인 이런 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그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