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이란 멜라민 분유보다 '경제'란 모유 먹여야

[주간증시전망] 하락폭 제한적이겠지만 상승추세 전환은 어려워

등록 2008.10.06 11:21수정 2008.10.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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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제금융법안의 통과가 한때 부결돼 미국 증시가 사상 최대의 낙폭을 보였지만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상하 양원을 통화했다. 하지만 통과 후의 실효성과 성과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이다. 한국 시장은 미국 시장의 변동성에 비해 크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한 주였다. 5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더니 5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등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제금융 법안은 일종의 브릿지론

실질적으로는 11월에 있을 선거에서 자신의 표를 잃지 않기 위한 행동이었음에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부도덕한 월가를 살릴 수는 없다는 거창한 이유를 들어 부결되었던 구제금융법안이 지역보다는 국민의 눈총을 보다 덜 받는 주 대표들이 있는 상원을 74 : 25로 통과 하였고 하원 또한 이번에는 이변 없이 통과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1시간 반만에 서명하고 하순부터 부실 자산의 수거에 들어간다.

7천억 달러라는 돈으로 과연 이번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고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진통을 겪으면서도 통과된 이유중의 하나이다. 막혀 있는 돈의 흐름을 일단 뚫어 놓고 위기 극복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브릿지론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마무리 투수가 나온 것이 아니라 중간 계투 요원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현재의 박찬호가 맡고 있는 역할이다.

금융위기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인 문제로 확대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영국은 모기지 회사를 국유화하고 뱅크런을 막기 위해 예금에 대한 보호한도를 높이고 있다. 아일랜드는 주요 은행에 대해 예금과 부채에 대해 2년간 전액 지급보증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도 MMF까지 손실이 나자 보호한도를 예금 계좌당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확대를 추진중이다. 홍콩에서는 이미 동아은행에서 뱅크런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이러한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의 위기로 전이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전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공급관리자협회(ISM) 9월 제조업 지수는 지난 8월 49.6에서 43.5로 24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7년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이 지수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또한 ADP 전미 고용보고서는 9월 민간부문 고용이 8000명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기로 투자은행과 대형제조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9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2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위기에 따른 대출 심사 강화로 고용 불안과 함께 소비심리가 얼어 붙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물경제의 침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이 성장률을 1.8%에서 1.4%로 하향 조정했으며 지난 2분기는 이미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8월 실업률이 7.5%에 이르고 있다. 일본은 경기체감지수인 단칸지수는 지난 3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8월 무역수지는 26년만에 3240억엔의 적자를 보였다. 중국은 성장둔화, 물가급등, 부동산 버블 붕괴의 3중고와 2009년의 성장률이 9.5%로 예상되어 3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의 노란불이 빨간불로 바뀌고 있는 신호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침체는 한국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시장의 바닥이 어디냐를 논하기 전에 먼저 한국도 시스템적인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리먼 사태이후 해외에서 들어오는 달러가 막힌 상황에서 경상적자의 지속과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주식의 매도로 하루짜리 달러화 차입 금리가 10%대로 폭등하지만 빌려주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어 버린 정부의 립서비스는 환율시장에서 먹히고 있지 않는 가운데 외환보유고를 풀겠다는 장관의 말에도 개의치 않은 모습이다. 세계 6위라는 외환보유국이라고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은 발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외환보유고는 6개월째 감소하면서 9월말 현재 2396억 7000만 달러로 9월까지 감소액이 225억 5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부채를 제외하고 실질 가용 외환액이 800만달러 수준으로 순채무국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과거 정부의 개입으로 성공하지 못했던 사례를 볼 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환율의 상승으로 인한 키코 피해가 확산되면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시장의 반응은 덤덤하기만 하다. 국책은행들 조차 시중은행들에게 달러를 회수할 생각을 할 정도이다. 증시의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가 기업의 자금을 조달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기업공개는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유상증자는 미달되고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높은 금리를 주고도 발행을 하지 못하는 등 그 기능이 마비되었다고 한다.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9월 무역수지는 19억달러 적자, 누적으로는 142억 4200만달러 적자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1996년 206억달러보다는 작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84억달러보다 많은 것이라고 한다. 8월 경상수지도 47억 1000만달러가 적자가 났고 8월까지 125억 9000만달러로 누적 경상적자가 늘어났다. 이는 정부 전망치 100억달러보다 많은 것이고 하반기에 다소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11년만의 적자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내려가면서 수입물가가 다소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소비자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달 5.6%보다는 낮은 5.1%를 기록했지만 4개월 연속 5%대의 고물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관리 물가인 3.5%와는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물가가 다소 주춤하면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자칫 마지막 카드를 실효성 없이 써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8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8월보다 1.9% 늘어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와 향후 경기국면을 예측해주는 선행지수도 전년동월대비 7개월, 9개월 하락하였고 동반으로는 7개월 연속하락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7월 9.9%증가에서 8월 1.6%로 급락하는 등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이라는 동력마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수급이나 재료라는 '멜라민 분유'를 먹고도 움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와 같은 경제의 흐름이라는 모유와 밥을 먹는 밥 힘을 발휘해야 튼튼하고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하반기로 가면 갈수록 실물경제의 둔화로 인해 먹을 수 있는 밥의 양이 줄어들고 있어 변동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상승세로의 전환은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

최근 연기금이 1400대 초반에서는 적극적인 매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으나 1500에 근접을 하면 매수를 꺼리는 행태를 나타내고 있다. 극 보수적이라는 연기금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시장의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지수의 하락을 저지한다는 차원의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급에 의해 1400대에서 강한 하방경직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는 언제라도 글로벌 경제 상황이나 금융시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지수대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1400~1500에 대한 박스권을 예측해 볼 수 있으나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자세는 필요한 시점이다.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기의 회복과 국내 경기가 활력을 찾는 시점이 중요한 것이다.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침체되는 것은 막아야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의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도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로 인해 분위기가 상당히 침체된 느낌이다. 지난 목요일 아침 전해진 탤렌트 최진실씨의 자살은 많은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의 자살이 있은 후에 잇따라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베르테르 효과가 사회적으로 깔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에 전해진 이 소식은 오전중에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상원의 통과여부가 결정이 나기로 되어 있었고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시장에 속보로 알려졌지만 시황속보란에는 이미 최진실이라는 이름이 깔리고 있어 다른 때 같았으면 중요한 변곡점을 제공했어야 할 재료가 그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가뜩이나 가구당 빚이 4천만원에 이르고 주택담보 대출 고정 금리가 10%에 이르는 등 갚아야 하는 이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 경제적인 고통이 큰 상황에서 뭔가 희망이라는 빛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 나오는 각종 정책을 바라보면서 부자들만을 위한 정부라는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현 정부는 기본 과제인 경제 살리기라는 부문과 촛불집회로 시작된 각종 사회적인 문제의 원만한 해결, 그리고 이제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국민들의 침체된 분위기까지 살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지난달 호주 뉴질랜드 중국 대만 등에서 금리 인하가 이루어졌고 2일 ECB의 금리결정을 앞두고 7일 호주, 9일 영국과 한국, 29일 미국의 금리결정이 이루어진다. 다소 떨어지는 물가를 보면서 금리를 인하해야한다는 소리도 있지만 일단은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8일에는 “8월 통화 및 유동성 지표”와 “9월 금융시장 동향”이 발표된다. 10일에는 연기되었던 “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게 되는데 가스공사, 한전 등 공기업의 처리문제에 관심이 가는 발표이다.

또한 이번 주부터 국정감사가 20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다. 국정감사가 이루어지면 몰랐던 사실이 하나 둘씩 폭로되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시장에 악재로 볼 수 있다. 각 정당에서도 자신의 정책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고자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정책대결이라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애초부터 국민들은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축구도 동네축구, 기상청도 동네기상청, 정치도 동네정치"라는 어느 네티즌이 한 말이 생각난다.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왠지 씁쓸하기도 하다. 여기에 더 추가되지 않았으면 한다. 동네경제라고…..
#증시전망 #증시 #멜라민 #최진실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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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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