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 미국 연도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 (* 자료: FRB)
새사연
이런 식으로 무분별한 대출이 거침없이 풀려나간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13조 8400억 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의 백 퍼센트에 달하고 미국 국민 가처분 소득의 136퍼센트에 달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그 결과 집을 소유하고 있는 7500만 가구 중에서 무려 5000만 가구가 모기지 대출로 집을 샀다. 5000만 가구가 모기지 부실과 주택가격 폭락에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가운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은 가구가 750만 가구, 그리고 현재 한달 이상 이자 연체가 되었거나 차압된 가구가 자그마치 500만 가구를 넘어간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이미 1200만 주택소유자는 당장 주택을 팔아도 모기지 대출금을 상환할 금액이 나오지 않는다. 집 팔아도 대출금 못 갚는다는 거고 실상 구매자가 없어 팔리지도 않는다. 지난 2년 간 이 비율이 두 배씩 늘어났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주택가격이 최소 10~20퍼센트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1200만을 훨씬 넘는 미국의 가정이 이미 집을 잃어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를 예고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집 잃고 직장도 잃고서브프라임 부실과 금융위기로 집을 잃고 거리에 내몰릴 처지가 된 걸로 끝이 아니다. 지난 연말부터 미국경제는 침체상태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 실물경기 침체가 발생한 지 1년 만에 실업자가 무려 216만 명이나 늘어나 현재 공식적인 실업자 신세에 빠진 사람만 940만 명이나 되고 한계 실업자와 임시 취업자를 포함하는 실질 실업률은 이미 10퍼센트를 넘어선 상태다.
그러다 보니 2007년 3월까지만 해도 실업률이 4.4퍼센트이었던 것이 줄곧 상승해서 9월 기준 6.1퍼센트에 달했다. 여기에 소비자 물가까지 상승하기 시작했으니 미국 국민들과 노동자들은 실질소득 정체, 실업률 증가, 물가 상승의 부담 속에 최근 1년을 견디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차압당한 집에서 쫓겨날 생각을 하며 한숨짓는 미국 서민들,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월가의 금융회사 직원들이 매일 흉흉한 소문에 귀 기울이며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광경들, 이미 일자리를 잃어버려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시민들, 우리가 생각했던 '기회의 땅 미국'의 현실이다.
30년간 저소득층은 소득 1% 증가, 상위 1%는 소득 111% 증가사실 내면적으로 보면 미국사회의 양극화와 서민들의 생활이 90년대 전성기에조차 그리 화려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금융의 발달로 인한 신용적 가수요 때문에 마치 소비여력이 있고 자산이 많은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가속화된 경제의 금융화로 인해 금융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금융회사들이 전통적인 예대마진(스프레드)을 벗어나 고수익 투자로 몰리면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고용을 늘려 다수 국민들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성장은 멈추게 된다. 예금-대출-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투기-버블-소비의 취약한 버블경제로 전환된 것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미국 전체 기업의 수익 가운데 10퍼센트에 불과하던 금융부문의 수익은 2000년 기준 40퍼센트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금융회사의 시가 총액도 6퍼센트에서 19퍼센트로 증가했다. 그러나 고용에서 금융부문의 비중은 5퍼센트에 불과하다"(<이코노미스트>) 이 결과 미국에서도 예외 없이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지난 30년 동안 하위 20퍼센트 계층의 실질소득은 사실상 정체된 1퍼센트 성장을 했다. 이에 반해 상위 1퍼센트는 111퍼센트 소득을 늘린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된 결과 미국 중산층은 급격히 붕괴된다. 1970년에 58퍼센트에 달하던 중산층은 2000년에 접어들면 거의 20퍼센트가 줄어든 41퍼센트로 하락한다. 잔인한 것은 이렇게 양극화로 소득이 전혀 늘지 않아 고통스러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약탈적인 대출 행위를 자행하여 월가의 금융가를 키워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