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기초도 못 갖춘 '일제고사' 읽기·쓰기 평가지

[초등 3학년 '일제고사' 평가지를 진단한다 ②] 읽기 · 쓰기

등록 2008.10.11 16:13수정 2008.10.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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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0월 8일,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으로 전국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에게 똑같은 문제로 똑같은 시간에 치른 국가수준 기초학력 쓰기 평가지에 나온 문제 중 일부이다. 다음에서 이상하거나 잘못된 곳을 찾아보자.

- 쓰기 평가지 23번 보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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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 평가지 쓰기 23번 문항 평가 문항에 출제자가 띄어 쓰기를 잘못하고 있다. ⓒ 이부영


 - 쓰기 평가지 26번 보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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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 평가지 쓰기 26번 문항 출제자가 '때'를 '시간'으로 잘못 썼다. ⓒ 이부영


- 쓰기 평가지 27번 문항 보기 그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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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 평가지 쓰기 27번 문항 보기 그림 말주머니에 들어있는 말은 어린이들이 쓰는 말이 아니다. ⓒ 이부영


23번 보기에서 잘못된 곳은 ③번으로 띄어쓰기를 잘못했다. ‘잘하도록’이 아니라, ‘잘∨하도록’이라고 띄어 써야 맞다. 앞서 13번 문항에서는 띄어쓰기를 바르게 하는 문제를 출제해 놓고, 정작 평가 문항 출제자들은 띄어쓰기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26번 보기에서 잘못된 곳은 ④번으로 ‘10월 20일(월) 5교시’는 ‘시간’이 아니라 ‘때’다. 한자말로 ‘일시’라고도 쓴다. ‘시간’이라고 해 놓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27번 보기 그림은 엄마와 아이가 대화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어딘가 어색하다. 어디가 어색한지는 어린이들이 엄마한테 아빠가 언제 오시느냐고 어떻게 묻는지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어린이들은 ‘아버지께서 언제 오시나요?’하고 묻지 않고, ‘엄마, 아빠 언제 와?’하고 묻는다. 굳이 존댓말로 바꾸더라도 ‘언제 오셔?’나 ‘오세요?’ 정도다.


우리나라 어린이 중에서 이럴 때 ‘아버지께서 언제 오시나요?’라고 말하는 어린이가 한 명이라도 있을까 싶다. 이런 문제를 출제한 까닭이 우리나라 어린이(사람)들이 모두 이런 말투를 써야 맞다고 하는 것일까?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죄다 틀린 말을 쓰고 있는 셈이 된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잘 쓰지 않는 말을 문제에 출제해 놓는 것은 기초학력 쓰기 평가문제로 알맞지 않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이것보다 더 심한 경우가 많이 나와 있다. 이것은 초등학교 국어 교육과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읽기 평가지 [14~15] 보기 글에는 문장쓰기 기본원칙에 맞지 않게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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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 읽기 평가지 14-15번 문항 보기글 문장에서 큰 따옴표(" ") 들여쓰기 원칙이 바르지 못하다. ⓒ 이부영


큰따옴표(“ ”) 속에 들어 있는 문장은 따옴표를 마칠 때까지 한 글자씩 들여 써야 하는데, 들여 쓰지 않았다. 같은 잘못을 [22~23] 보기 글에서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그 다음 읽기와 쓰기 평가지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문제를 풀기 위해 제시된 삽화다. 다음 쓰기와 읽기 평가지에 나온 삽화를 보면서 이상하거나 잘못된 곳을 찾아보자.
     
- 쓰기 평가지 28번 문항 보기 그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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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 쓰기 평가지 28번 문항 보기 그림 박이 터져 열린 모습이 바르게 나타나 있지 않다. ⓒ 이부영


 
- 쓰기 평가지 16번 문항 보기 그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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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 쓰기 평가지 16번 문항 보기 그림 앞구르기 모습이 바르지 못하게 나타나 있다. ⓒ 이부영


- 읽기 평가지 1번 문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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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평가 읽기 평가지 1번 문항 보기 그림 이슬 그림이 있을 수 없는 이슬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 이부영


쓰기 28번 문항에 나오는 보기 그림은 박을 터뜨리고 난 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박이 터져서 열려 있는 모습이 잘못 그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박 터뜨리기 할 때, 박 모양을 반쪽씩 맞대어 붙인 다음, 위에 있는 박을 대에 매달아 놓는다. 박이 터지면 아래쪽 박이 아래로 떨어져 나와서 열리게 되어 있지, 그림처럼 마주보고 열리게 되어 있지 않다.

우리 학교에서도 올 가을 운동회 때 1,2학년 어린이들이 박 터뜨리기를 했는데, 도무지 그림 모양처럼 박이 열리게 만들 수가 없다. 또 박 터뜨리기를 할 때는 대를 그림처럼 땅에 박아놓고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다. 대를 6학년 어린이나 교사가 대를 잡고 있다는 것은 1학년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쓰기 평가지 16번 문항 보기 그림은 어떤 장면일까? 이 그림만 보면 영락없이 엉성하게 절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구르기’하는 모습이란다. 앞구르기 모습인 것 같은데, 이런 모습으로 하는 앞구르기 모습은 바르지 않은 자세로, 이런 방법으로 구르면 앞으로 구를 수가 없고 옆으로 넘어지거나 구르더라도 목을 다칠 수 있어 위험하다. 그래서 이런 모습으로 앞구르기를 하는 아이가 있으면 교사가 바른 자세로 고쳐줘야 옳다.

읽기 평가지 1번 문항 보기 그림에 이슬을 그린 그림이 나오데, 이런 이슬이 자연 속에서 있을 수 있을까? 이슬 크기도 지나치게 크지만, 이렇게 큰 이슬이 위로 볼록한 잎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고 잎에 붙어 있는 것도 자연에서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이슬을 과장해서 나타냈다 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 모습을 ‘이슬’ 그림으로 제시하는 것은 국가수준 기초학력 평가지에서는 더욱 알맞지 않다. 보는 순간 단번에 인식하게 되는 시각적 이미지인 그림이 글씨보다 더 어린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므로,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정확하게 묘사해서 나타내야 한다.   

읽기 평가지 1번 문항과 2번 문항이 똑같이 ‘다음 낱말의 뜻에 알맞은 그림을 찾아 선으로 이으시오’하면서 보기에 낱말에 알맞다는 그림을 제시해 놓았는데, 컵에 담아놓은 정육면체 얼음조각 그림을 ‘얼음’이란 낱말과 잇게 해 놓았다. 그런데 이런 얼음 모습이 ‘얼음’이란 낱말 그림으로 가장 알맞은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역시 읽기 평가지 2번 문항에도 보면 ‘펄럭이다’ ‘출렁이다’, ‘잔잔하다’를 그림으로 제시해 놓았는데, 한 가지 낱말을 한 가지 그림으로 제시해 놓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한 낱말에 대한 특정한 그림을 각인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그래서 읽기 1번 문항과 2번 문항은 같은 낱말에 대해 특정한 모습을 고정시켜서, 다양한 모습을 생각하지 못하게 해 창의성을 죽이는 꼴이 된다.

그밖에 읽기와 쓰기 평가지에 똑같이 나타나는 문제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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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 읽기 평가지 8번 보기글과 문항 제시어에서 따옴표 표기가 적절하지 않다. ⓒ 이부영


읽기 평가지 8번 문항을 보면 ‘㉠신’과 같은 뜻으로 하는 제시어가 나온다. 그런데 이 제시어는 ㉠‘신’과 같은 뜻으로 또는 ㉠과 같은 뜻으로 해야 맞다. ㉠과 밑줄은 본문에서 주어진 내용이 아니라, 문제 풀이를 위해 출제자가 임의로 붙인 기호로 따옴표(‘ ’) 안에 넣어 써야 할 까닭이 없다. 다음 11번 문항을 보면 문제가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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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 읽기 평가 문항 11번 보기글과 문항 제시어에 따옴표 표기가 적절하지 않다. ⓒ 이부영


여기에서도 11번 문항 제시어에 ‘㉠~㉣’에서로 쓸 것이 아니라, 따옴표 없이 ㉠~㉣에서로 써야 맞다. 같은 잘못이 읽기 평가지에서는 네 군데(8번, 11번, 21번, 22번). 쓰기 평가지에서는 두 군데(12번, 14번) 나타나 있다.

또 하나, ‘국가수준’의 ‘기초 학력’을 평가하는 평가지라면 평가를 당하는 어린이를 배려하는 문제 출제가 필요하다. 읽기 평가지를 보면 보기 문장을 왼쪽 아래에 놓고 문제를 오른쪽 위에 배치해 놓은 곳이 세 곳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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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기초학력 읽기 평가지 16번 문항 11번 문항에서 '위 글'이라는 제시어는 위에 글이 없어 알맞지 않고, 평가를 받는 어린이를 배려해야하는 평가 문항 출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출제한 문제다. ⓒ 이부영


  
읽기 평가지 16번 문항에는 ‘위 글의 내용을~’하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왼쪽 아래 글의 내용을~’이다. 문제 출제할 때 보기 문장은 문제를 푸는 어린이를 배려해서 문제 바로 위에 제시해 놓는 게 원칙이다. 이런 문제가 출제된 것은 출제자가 평가 문항 출제의 원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출제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지면 사정으로 보기 문장을 위에 놓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문제 제시어에 ‘위 글’이 아닌 ‘앞 글’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실제로 위에 있지 않으면서 ‘위 글의~’로 시작하는 문항은 읽기 평가지에 세 군데나 들어 있다.

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려 있는 쓰기 수행형 채점 기준표를 보니, 더욱 국가수준 기초학력 쓰기 목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쓰기 평가 1번부터 5번, 9번과 10번까지는 ‘낱말을 정확하게’ 쓰게 해서 맞춤법이 틀리면 오답처리를 하면서 13번, 15번, 16번, 17번, 19번, 25번, 26번, 30번의 경우 같은 수행형 문제이면서 채점기준을 보면 ‘맞춤법(과 온점 표기 유무는)은 채점에 반영하지 않음.’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삶은(5번 문항 답)’같이 어린이들이 어려워하고 잘 못 쓰는 낱말은 정확히 써야 정답이고, ‘살랑살랑(29번 문항 답)’같은 낱말은 맞춤법이 틀려도 정답이란다. 그러니까 ‘사라사라’도 답이고 ‘시러시러’도 답이다. 국가 수준 ‘쓰기’ 평가에서 말이다. 말도 안 되는 ‘국가 수준’ 채점 기준이고, 쓰기 목표다.

지금까지는 일제고사로 치러진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 수학, 읽기, 쓰기 평가평가지를 살펴보았는데, 글을 올리는 매체와 지면의 한계로 눈에 띄는 형식적인 것만 다룰 수밖에 없었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가 이런 형식보다 국가 수준으로 규정하는 ‘기초학력’의 목표와 내용이다. 이번 평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국가 수준 기초학력의 목표와 내용에 대한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어서 국가수준 기초학력 평가 '기초 수학'과 '읽기' , '쓰기' 평가가 갖는 문제점에 대한 글과 초등교사로서 학부모님께 국가수준 기초학력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어서 국가수준 기초학력 평가 '기초 수학'과 '읽기' , '쓰기' 평가가 갖는 문제점에 대한 글과 초등교사로서 학부모님께 국가수준 기초학력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국가수준기초학력평가 #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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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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