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소가 웃을 일이다

아직도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독재정권이 그리운 것은 아닌지 궁금해

등록 2008.10.14 10:55수정 2008.10.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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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수정 문제는 좌편향을 우편향으로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좌도 우도 동의하는 가운데 정상화하겠다는 것." (9월 26일 이명박 대통령)

"북한 교과서를 베낀 것이나 마찬가지다." (10월 6일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중도로 옮겨오는 과정이다." (10월 6일 안병만 교과부 장관)

 

앞서 지난 5월과 7월에 김도연 전 교과부 장관이 "편향된 역사교육으로 청소년들이 반미·반시장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발언했고, 한승수 국무총리도 "부처별로 살펴보면 고쳐야 할 부분이 꽤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와 통일부까지 교과서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교과부는 "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a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최근 교과서의 좌편향문제로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역사교과서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최근 교과서의 좌편향문제로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역사교과서 ⓒ 금성출판사

▲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최근 교과서의 좌편향문제로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역사교과서 ⓒ 금성출판사

지금까지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문제에 대해 현정부의 실세들이 언급한 내용들이다. 물론 뉴라이트 연합의 '대안교과서'가 시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우익이 우리나라의 여론을 형성하는 지배세력이 되자 그동안 10년간의 민주당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색깔론과 이념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근·현대사 교과서(특히 금성출판사 출판)가 반미와 친북성향을 가진 교과서로 몰아붙이면서 교과서의 이념과 색깔론 논쟁의 불을 붙였다.

 

지나치게 친미적이고 반북적인 시각에 입각하여 집필된 뉴라이트 계열의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교과서 포럼)는 친일행위를 미화하거나 독재정권과 재벌경제정책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입장이나 관점은 이미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 이미 교과서에 반영되었었던 이념이나 사고이다. 이는 역사의 후퇴이고 역사교육이 10년 전이나 2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80년대 교과서가 준 쓰라린 추억,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80년대의 대부분의 교과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재정권을 미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역사교과서는 헌법으로서 전혀 가치가 없고 국민을 위한 헌법이 아니라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민주공화당을 위한 헌법인 '유신헌법'을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로 미화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헌법이라고 학생과 국민을 세뇌시켰던 쓰라린 추억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당시에 '유신헌법'이 최고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헌법학자들이나 정권담당자들이 지금의 뉴라이트나 정권실세들처럼 존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훌륭한 유신헌법'을 왜 두둔하거나 칭찬하는 사람이 왜 없는지 참으로 아리송하다. 만약에 박정희가 살아있다면 지금도 그 헌법이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미화할 사람이 있을까? 물론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령통치'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역사와 역사교육은 정권이나 정부의 이념에 좌우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독재정권에서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정도(正道)와 중도(中道)적인 측면에서 집필된 것이 현재의 교과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재의 교과서도 근현대사의 경우에는 좌익보다는 우익에 편향된 점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 정도의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민족통일이나 민족화합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오른쪽에서 한 발짝도 왼쪽으로 옮기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는 기형적인 사회이고 '보이지 않는 유령'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현 시점에서 마르크스 자본주의나 북한의 주체사상에 동조하면서 대한민국을 적화하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유령'을 자꾸 불러내는 세력이 오히려 대단히 의심스럽다. 그 유령으로 지배해왔던 그 옛날이 그리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역사 교과서와 교육, 역사 학자와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

 

a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지나치게 친미적이고 반북적인 교과서로 비난을 받고 있는 대안교과서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지나치게 친미적이고 반북적인 교과서로 비난을 받고 있는 대안교과서 ⓒ 교과서 포럼

▲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지나치게 친미적이고 반북적인 교과서로 비난을 받고 있는 대안교과서 ⓒ 교과서 포럼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은 역사학자와 역사교사에게 맡겨야 한다. 정치세력과 지배세력이 역사교육에 관여하면 이미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은 어렵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의 집권이 천년만년 계속될 것도 결코 아니고 우리나라의 정치도 이제는 정권교체가 일상화되고 정례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장기집권했던 시절은 말 그대로 '아 옛날이여!'가 되었다. 그 시절은 절대 되돌아오지 않는다. 설령 '그때 그 사람'이 다시 살아온다 해도 불가능하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한쪽 날개로 날 수는 결코 없다. 그리고 모든 만물은 서로 대칭을 이룬다. 균형과 견제만이 조직은 물론 사회와 국가를 긴장시키고 발전시킬 수가 있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무시하면 사회나 조직은 유지될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은 더욱 그렇다. 균형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역사서나 역사교육은 스스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이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두레)에 나오는 글을 음미해 보고자 한다. 

 

"'당신네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 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저렇게 멋있게 날 수 있는 것이오.' 인간보다 못한 금수의 하나인 새들조차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를 아울러 가지고 시원스럽게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우주와 생물의 생존의 원리가 아닐까? 8·15 이후 근 반세기 동안 이 나라는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악하다는 위대한 착각 속에 살아왔다. 이제는 생각이 조금은 진보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새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2008.10.14 10:55ⓒ 2008 OhmyNews
#교과서 좌편향문제 #뉴라이트연합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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