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도 잘 해주면 그 마음을 알건만

[포토에세이] 옥상 고양이 가족(3)

등록 2008.10.20 14:35수정 2008.10.20 14:5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옥상고양이 '망설임' 한 마리 남은 고양이, 그가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옥상고양이 '망설임' 한 마리 남은 고양이, 그가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 김민수

▲ 옥상고양이 '망설임' 한 마리 남은 고양이, 그가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 김민수

 

도둑고양이가 옥상에 새끼를 낳은 것은 9월 말쯤, 새끼들과 첫 대면을 한 것은 10월 3일, 10월 11일 새끼고양이들의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10월 13일 밤, 밤새도록 어디선가 새끼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고 옥상에 올라가신 어머님이 "그렇게 잘해주었는데, 새끼들 다 데리고 가버리다니 독한 년…"하며 서운해하셨습니다.

 

언제고 가겠지 하시더니만, 그렇게 서운해 하실지는 몰랐습니다.

 

외출을 하는데 주차장 양지바른 곳에 어미 고양이가 햇살을 쬐고 앉아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야, 내 새끼들 어디로 옮겼니? 잘 살아라" 했지요. 빤히 쳐다보는 내가 무서웠는지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어미고양이, 그런데 한참만에 외출했다가 돌아왔는데 어디선가 새끼고양이 소리가 들립니다.

 

구석 틈에 끼어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새끼 고양이, 간신히 꺼내놓았더니만 놀랐는지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허허… 저 놈이'

 

'망설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놈입니다.

 

엄마따라 이사가는 길에 길을 놓친 것 같습니다. 엄마가 찾아갈 것을 기대하고 옥상문을 열어놓은 채 사나흘 밥을 주며 돌봐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미는 지금껏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서운해하시던 어머니는 아마 새끼중에서 제일 약한 놈을 하나 버린 모양이라며, 잘 키워서 내보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우유, 밥을 챙겨주셨습니다. 그렇게 새끼고양이를 돌본 지 일주일여 지났을 때 "이제 고양이가 졸졸 따라다닌다" 하십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거반 집고양이가 되다시피한 새끼고양이 '망설임'이 내게도 다가와서 재롱을 핍니다. 머리를 들이대며 쓰다듬어 달라하고, 야옹거리며 따라다닙니다.

 

'망설임'은 암놈이며, 무리에서 버림받은 것으로 추정됨.

 

a 망설임의 재롱 이제 사람이 가면 재롱을 피며 따라다닌다.

망설임의 재롱 이제 사람이 가면 재롱을 피며 따라다닌다. ⓒ 김민수

▲ 망설임의 재롱 이제 사람이 가면 재롱을 피며 따라다닌다. ⓒ 김민수

 

맨 처음에는 밤새도록 어미가 그립다고 울어대더니만 이제 울지도 않고, 주는 밥과 우유를 잘 먹습니다. 사람만 가면 숨더니만 이젠 사람이 가면 재롱을 피고, 내려올라치면 가지말라고 졸졸 따라옵니다.

 

덕분에 부모님은 재밋거리가 생겼습니다.

 

고양이도 키울만 하다며, 자기 스스로 나갈 때까지는 키우자고 하십니다. 무엇이 그를 정말 사랑하는 것인지는 좀도 고민하렵니다. 지금 부모님은 새끼고양이의 재롱을 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고 계시니까요.

 

일주일여, 지극정성 보살펴주니 그 마음을 안 것 같습니다.

 

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고양이, 그도 이렇게 보살펴주니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아는데 국민들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은 어찌된 일인지 미물만도 못한 행동을 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멍들게 합니다. 참 서글픈 일입니다.

 

쥐새끼들도 가난한 이들의 곳간은 피한다는 송성영 기자의 기사를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러니 '쥐새끼 같은'이라고 하면 '쥐'들이 서운할 판입니다.

 

국민들 덕분에 먹고살면서도 그것을 모르고, 국민들을 위해 사용하라고 준 힘을 자기들 부귀영화를 지키는데만 쓰고 있으니 미물만도 못한 인생들입니다. 그런 하류인생들이 이 나라의 지도잡네 하니 이 나라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것이 이상한 일이겠지요.

 

언젠가는 새끼고양이 '망설임'도 제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만 할 때면 세상으로 나갈 것입니다. 조금 서운하겠지만 그것이 그를 위하는 일이겠지요. 지금 당장 세상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약해서 보호하고 있지만, 설령 집고양이가 되어 계속 기르게 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를 내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은혜를 알고, 마음을 알아주는데 어찌 그를 내치겠습니까?

 

자기를 지켜 주려고 했음에도 물고 뜯고 할키고,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와 공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 공생하기 힘든 비리공직자들, 그들끼리만 이귀다툼하며 살 수 있는 공간 어디 없을까요?

2008.10.20 14:35ⓒ 2008 OhmyNews
#고양이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