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대책을 염려한다

[주장] 효과는 미지수,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등록 2008.10.21 16:27수정 2008.10.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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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6.11 그리고 8.21에 이어 또 다시 부동산 시장대책을 내놓을 모양이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것은 투기지역 지정해제, 미분양 물량 사들이기, 공공택지 계약해지 등이다. 과연 꽁꽁 얼어붙은 시장이 이번 조치로 인하여 다시 움직일 것인지 효과가 의문이다. 또 이번 조치가 가져올 부작용도 우려스럽다.

 

투기지역 해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그 동안 부동산 버블을 일으켰던 진원지였다. 그나마 투기적 가수효가 이제 막 사라지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갖은 수단을 다 써도 투기적 가수요를 잠재우지 못하다 마지막 카드를 사용하고서야 겨우 진정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수단은 바로 LTV(Loan To Value ratio)와 함께 DTI(Debt To Income)이었다.

 

LTV는 부동산 담보인정비율이다. 현재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이 부동산의 담보인정비율을 60%로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특히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소재하는 부동산은 40%만 인정한다. 이 조치로 인하여 투기적 가수요가 상당히 억제된 것은 분명하다. 물론 내집마련을 위해서 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어려움을 겪게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매우 유효한 투기억제책이었다.

 

DTI는 대출자의 소득범위내 총부채 상환비율이다. 처음에는 투기지역내 6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살 경우 40%로 제한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모든 주택에 DTI를 적용하도록 확대시행 하였다. 말하자면 개인이 년간 대출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소득의 40%이내의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신규대출을 취급할 때 DTI를 계산하여 그 한도내에서만 대출을 해준다.

 

백약이 무효일 것 같던 부동산 시장이 드디어 잠잠해지고 서서히 하향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제 세계적 금융위기가 엄습하며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침체일로를 걷고 있기도 하다. 사실 다른 나라들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염려하는 시점에 그나마 한국이 견디고 있는 것은 이러한 규제의 영향도 크다.

 

그런데 지금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면 다시 부동산 담보비율이 40%에서 60%로 상향된다. 당장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니 투기광풍이 다시 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도 과도한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모처럼 하향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켤 가능성도 있다. 자산의 버블붕괴로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예를 볼 때 지금은 버블을 걷어내야할 때인 데 현실에 대한 대응치고는 반대되는 처방으로 보인다.

 

향후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나면 한국의 부동산은 또 다시 한번의 버블과 뒤 이어 버블붕괴로 인한 금융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선은 다급하게 보이는 상황이라도 정책의 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분양 주택의 환매조건부 매입

 

지난 수년간 한국의 건설사들은 부동산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투기적 과수요에 편승하여 마구잡이로 주택을 공급하였다. 비교적 안정적 수요가 보장되는 수도권에는 택지가 별로 공급될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수요가 있을 것같지 않은 지방에 과도한 차입을 해서 주택을 지었다.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 서둘러 사업승인을 받느라 바빴다.

 

장기적 수요예측이나 철저한 사업성의 분석이 없이 마구잡이로 떼 돈을 벌려고 달려들었다. 정부의 규제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미국에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문제가 발생하면서 점차 된서리를 맞기 시작하였다. 문제는 건설업자들의 과도한 욕심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그 들의 냉철하지 못한 사업계획과 사업성 분석의 허술함이 미분양 사태를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주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조치는 철저히 반시장적 조치이다. 지금의 집권세력이 자주 들먹이는 좌파정책의 정수이다. 사기업이 자신들의 잘못된 사업을 추진하다 문제가 발생한 것을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은 반드시 도덕적 해이를 수반한다.

 

또 수 많은 국민의 세금부담을 결과적으로 늘리는 일이기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에게는 아무런 구제조치도 하지 않고 도덕적 해이를 염려하던 정권이 건설업자들의 잘못된 행태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려 해서는 안될 일이다. 환매조건부라 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언제 경영실적이 개선되고 다시 환매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무도 원하지 않아서 수요가 없는 아파트를 결국 정부가 떠 안고 마는 결과이다.

 

미분양 아파트의 문제는 정부가 해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건설업자가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고 반값에 분양을 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그 손해는 업자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이고, 반값에도 팔리지 않는다면 거저라도 스스로 팔아서 해결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일이다. 건설회사를 구제해준다고 국내경기의 회복이 빨라질 가능성도 없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건설부문의 과잉투자는 언젠가 반드시 한번 붕괴를 경험하고 넘어갈 일이 아닌가? 너나없이 산간오지에라도 아파트만 지어서 분양하면 대박이라는 안일하고 대책없는 회사들을 살려서 무엇에 쓰겠는가? 그들이 적절히 퇴출되야 비로서 건실한 건설회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좋은 집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답은 역시 내버려 두는 데 있다. (Let it be!)

 

공공택지 공급계약 해지

 

이미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건설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라면 그다지 쓸만한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엉터리 사업성 예측에 기반하여 매입한 택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지금 건설사가 유동성의 위기를 맞지 않았다면 수요가 없는 엉뚱한 곳에 또 다시 고층 아파트를 지어서 미분양을 양산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역시 대부분은 건설사의 잘못된 경영의사결정에서 생겨난 문제이다. 그 것을 정부가 나서서 해소해줄 아무런 명분이 없다. 정부가 나서서 매입을 한다면 그 것은 국민의 부담으로 해결하는 것과 같다. 미분양 아파트 매입과 동일한 기준에서 도덕적 해이를 낳을 것이다. 쓸 데 없는 자산을 정부가 사들이는 결과다.

 

철저히 대상토지를 심사하여 집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지역이나 서민용 임대주택등의 용도에 맞는 경우로 한정해서 시행해야할 일이다. 아무도 살고 싶지 않아하는 장소에 택지를 조성하고 정부가 그 것을 사들여서 무엇에 쓰겠는가? 유용한 물건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잘못을 저지른 건설사가 안고 자폭하는 것이 옳다.

 

현재의 집권세력이 입버릇 처럼 떠들던 좌파정책을 특별한 변명도 없이 쉽게 뽑아드는 것은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정권에 반대하는 다수의 서민대중은 물론 정권과 한나라당을 철저히 지지하는 세력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들의 그간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시인하지도 않고 이렇게 반대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효과는 미지수, 부작용은 상수

 

이번에 이명박 정권이 발표하는 대책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투기지역을 해제한다고 당장 주택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건설사들에게 특혜성 지원을 하더라도 그들이 다시 수익성있는 사업을 찾아서 고용과 투자를 할 수는 없는 처지이다. 정권이 시장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서로 눈치만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재정만 쏟아붓고 효과를 못내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부작용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에 당장은 아니라도 점차 버블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서서히 잦아드는 버블을 유지하여 잠재적 부실을 안고 가야할 가능성도 높다. 경제주체들에게 더 이상은 도덕적 해이를 핑계로 인내하라고 요구할 명분이 없어진다. 각 주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여러부문에서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어진다.

 

특히 그동안 견실하게 유지돼 오던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국가신인도를 하락하게 만들고 더욱 극심한 위기론과 공포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모처럼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혼동스러운 메시지를 던질 때가 아니다. 차라리 그동안 과도했던 버블을 정리하고 가는 인내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옳다.

 

효과는 미지수이고, 부작용은 피할 수 없는 상수이다. 이런 정책을 지금 쏟아붓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제 시장이 서서히 위기를 극복하고 내성을 키우는 데 정부의 역량을 쏟아야 한다. 차라리 서민가계에 재정을 지출하여 직접 지원하는 것이 훨씬 유용한 일이다.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정책이라도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고 충분히 시중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번 정부의 대책은 그런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처방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10.21 16:2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부동산 대책 #투기지역 지정해제 #LTV #DTI #도덕적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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