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학교 학생들, '선생님 무죄' 위해 촛불을 들다

경남 산청 간디학교 학생들, 최보경 교사 위한 촛불문화제 개최

등록 2008.10.25 15:37수정 2008.10.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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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서야 할 자리는 어디입니까? 간디학교 학생들이 만든 선생님을 향한 외침 ⓒ 배만호

▲ 선생님이 서야 할 자리는 어디입니까? 간디학교 학생들이 만든 선생님을 향한 외침 ⓒ 배만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선생님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제자들이 촛불을 들고 찬바람 부는 가을밤에 거리에 나섰다.

 

경남 산청군에 있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학생들은 24일 저녁 7시30분 경남 진주시 ‘차없는 거리’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에 앞서 진주시민을 대상으로 거리 선전전도 함께 하였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학교 역사과목 담당 최보경(34) 교사의 무죄를 주장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탄원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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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있어야 할 가방을 한쪽에 쌓아두고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는 간디학교 학생들 ⓒ 배만호

기숙사에 있어야 할 가방을 한쪽에 쌓아두고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는 간디학교 학생들 ⓒ 배만호

 

최 교사는 이적표현물을 만들어 유포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남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 2월 24일 그의 집과 학교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역사는 예술이다’ ‘4·3항쟁을 통해 본 해방과 분단’ 등 인터넷 카페에 올린 자료와 <역사배움책> 등 17건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전교조 산청지회장과 산청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교사는 “경찰이 제시한 증거물은 대부분 상급단체로부터 받은 자료이거나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용하는 부교재로 문제가 될 내용이 전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교조와 진보연합은 공안당국이 진보진영을 압박하기 위해 최 교사의 대외활동을 트집 잡아 표적수사를 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최 교사의 처지가 알려지면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하는 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그를 돕기 위한 운동이 잇따르고 있다. 간디학교 학생들은 선생님을 향한 마음으로 카페(BK LOVERs)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모은 후원금으로 지난달 27일에 이어 두 번째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가을비가 내린 뒤 부는 바람이 차가운데도 불구하고 재학생과 졸업생, 일반 시민 등이 참여한 촛불문화제는 경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없이 1시간 반가량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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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2학년에 휴학중인 박수빈 학생.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최보경 선생님의 탄원서를 받고 있다. ⓒ 배만호

간디학교 2학년에 휴학중인 박수빈 학생.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최보경 선생님의 탄원서를 받고 있다. ⓒ 배만호

 

대책위원회 교사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간디학교 남호섭 교사는 “기특하기도 하며, 학생들의 이런 모습에 자극을 받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제대로 교육을 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며 씁쓸한 소감을 말했다.

 

휴학생으로 참가한 박수빈 학생은 “제헌절이 뭔지도 몰랐는데, 최보경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통일교사로서 나라와 학생을 위한 것뿐이다. 국가에서 통일을 주장하면서 통일교사를 잡아간다는 것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셈이다. 오히려 국가에서 지원을 해 주어야 하는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잡아가다니 안타깝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최 교사는 1차 공판을 맞아 '판사님께 드리는 글'에서 “저는 역사교육이 인간의 삶을 다루는 영역이며, 보다 인간의 삶을 값지고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통행의 역사가 아니라 소통의 역사여야 합니다. 평화와 공존, 설득과 자유로운 비판의 역사가 되어야만 올바른 역사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고 말했다.

2008.10.25 15:37 ⓒ 2008 OhmyNews
#간디학교 #최보경 #국가보안법 #통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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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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