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비시 성당. 동티모르 국민 대부분이 성당에 다닌다. 평일에는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성당에 가는 주일만큼은 멋을 낸다.
조경국
난민촌을 둘러보고 우리가 간 곳은 대성당이었다. 이곳은 동티모르에서 본 성당 중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
성당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당연히 문이 열려 있으리라고 생각했기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이래서야 어디 성당을 구경이나 할 수 있겠나,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려는데 성당 앞쪽의 쪽문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그는 성당을 둘러보는 우리를 쪽문으로 안내했다. 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성당 사무실이다. 낡은 타자기가 놓여 있고, 사무용 책상도 있다. 그 문을 통해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안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넓었다. 천 명이상이 한꺼번에 미사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규모라고나 할까. 너무 넓어서인지, 썰렁한 느낌이었다. 밖은 푹푹 찌고 있었지만 성당 안은 의외로 시원했다.
성당 안에는 오래 묵은 먼지 냄새가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실제로 성당 안 여기저기에는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그렇다고 사용하지 않고 굳게 닫아놓기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성당 안의 긴 의자들은 반들반들하게 닳아 있었던 것이다. 성당이 너무 넓어서 제대로 손질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 위의 벽에는 커다란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붙어 있었고, 왼쪽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놓여 있었다. 성당 안은 전체적으로 퇴락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위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올라가 보니 철문으로 가로 막힌 채 자물쇠가 물려 있었다. 하지만 그곳 말고 다른 곳에 올라가는 곳이 있었다. 다른 통로가 있는데 굳이 문을 잠근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렇게 올라간 2층에는 쓰다만 의자나 마루를 뜯은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먼지와 함께 쌓여 있었다.
성당 안에는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하다못해 신부님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했으나, 없었다.
이 성당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층의 색유리창이었다. 소년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그림이 새겨진 유리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색유리창에 머문 햇빛 때문에 그곳은 아름다운 조명처럼 빛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색유리창에는 조금도 낡거나 퇴락한 기운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밝고 싱싱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펄떡이는 듯한 생명력마저 느껴졌다.
동티모르를 돌아다니면서 성당은 참 많이 보았다. 지역마다 크고 작은 성당들이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성당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아마도 성당은 일요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만 문을 여는 것 같았다. 이곳 사람들은 일요일 아침마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성당에 간다고 했다.
이들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모습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성모 마리아 기념행사를 딜리 시내에서 하는 것은 보았다.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나름대로 신경 써서 옷을 차려 입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깜찍한 드레스에 고운 구두를 신고 있기도 했다. 미사를 드리는 분위기 역시 무척이나 경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