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9)

― ‘스스로의 이기심’ 다듬기

등록 2008.10.29 10:43수정 2008.10.29 10:43
0
원고료로 응원

 

.. 사실 나 자신조차도 스스로의 이기심이나 욕심, 혹은 어떤 악마성이나 이중인격 같은 것을 모른 채로, 혹은 외면한 채로 살아왔다 ..  《조선희-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황금가지,2004) 7쪽

 

 ‘혹(或)은’은 ‘또는’으로 다듬고, “이중인격(二重人格) 같은 것을”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 따위를”이나 “두 마음 따위를”로 다듬어 줍니다. ‘외면(外面)한’은 ‘등돌린’이나 ‘모르는 척하는’이나 ‘덮어둔’으로 손질합니다.

 

 ┌ 스스로의 이기심

 │

 │→ 내 이기심 (x)

 │→ 이기심

 │→ 나만 생각하는 마음

 │→ 나만 아는 마음

 │→ 나만 사랑하는 마음

 └ …

 

 ‘이기심(利己心)’은 “나만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이기심”처럼 적으면 겹치기가 돼요. 이 자리에서는 “내 이기심”으로 다듬거나 “나만 생각하는 마음”으로 고쳐야 알맞습니다.

 

 나만 생각하는 마음이란, 나만 아는 마음입니다. 나는 아는 마음은 내 이웃이나 동무는 모르는 마음, 또는 눈길을 안 두는 마음이에요. 이런 마음으로는 내 이웃이나 동무를 사랑하기 어렵습니다. 좋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으레 나 하나만 사랑하거나 좋아하기 일쑤입니다. 내 한몸 사랑하고 아끼는 울타리를 넘어서기 힘듭니다.

 

 ┌ 좁은 마음

 ├ 막힌 마음보

 ├ 꾀죄죄한 마음씨

 ├ 답답한 마음밭

 ├ 꿍한 마음그릇

 └ …

 

 나만 아는 사람들, 또는 나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넓은 마음이 못 됩니다. 퍽 좁은 마음입니다. 때때로 막힌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막혔을 뿐 아니라 답답하거나 갑갑한 마음이기도 한데, 어느 때에는 여러모로 꾀죄죄해 보이곤 합니다. 못나 보인다고 할까요. 좁은 우물에 갇혀 있으니 늘 꿍한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꿍하고, 꽁하고, 꿍꿍 꽁꽁 툭탁툭탁 낑낑끙끙 제 밥그릇만 챙기려고 안달이기도 해요.

 

 ┌ 내 밥그릇만 챙기고

 └ 내 밥그릇 빈 줄만 알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 밥그릇만 아는 아이들한테는 제 밥그릇만 아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제 밥그릇만 아는 어른들은 또 당신들 어릴 적부터 둘레에 제 밥그릇만 아는 어른한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스스로 이런 울타리를 박차고 나올 법도 하지만, 스스로 깨닫거나 느끼거나 알아채면서 벗어던지지 못합니다. 이렇게 한 해 두 해 열 해 스무 해 길들고 익숙해지면서, 나중에는 버릇으로 굳습니다.

 

 꼭 우리들 말씨와 말투하고 닮았습니다. 아니, 한동아리입니다. 살갑게 말하고 글쓰는 아이들한테는 살갑게 말하고 글쓰는 어른들이 있듯, 얄궂게 말하고 글쓰는 아이들한테는 얄궂게 말하고 글쓰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아직 많이 어린 아이들이 ‘남자 = 바깥일, 여자 = 집안일’로 생각하는 까닭은, 어른들이 이렇게 몸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넌지시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퍽 어린 아이이면서 세상을 넓게 보는 눈길을 보여주는 아이들 또한, 이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이 세상을 넓게 보면서 껴안기 때문에, 자기 눈길을 가꾸고 키울 수 있습니다.

 

 ┌ 이웃을 헤아릴 줄 모르고

 └ 옆사람 밥그릇 빈 줄 모르고

 

 내 밥그릇을 넘어 이웃 밥그릇을 볼 줄 아는 눈매는 어릴 때부터 어버이와 이웃 어른이 길러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버이와 이웃 어른부터 자기들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돌아보고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말로만이 아닌 몸으로, 머리로만이 아닌 몸뚱이로 부대껴야 합니다.

 

 스스로 삶을 알차게 가꾸고, 스스로 일과 놀이를 아름답게 북돋우면, 말과 글도 저절로 이 흐름을 따라서 알차게 되고 아름답게 됩니다. 스스로 삶을 어영부영 내버리거나, 스스로 일과 놀이를 돈줄기 좇으며 붙잡으면, 말과 글도 저절로 이 흐름을 따라서 어영부영 대충대충이 되고, 바쁘다는 핑계와 힘들다는 핑계로 아무렇게나 함부로 쓰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29 10:43ⓒ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