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를 피해 죽은 딸, 슬픈 전설 품은 섬

뱀을 닮은 섬 사량도, 등산과 낚시 등 즐길 수 있어

등록 2008.11.06 21:05수정 2008.11.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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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관광안내도 ⓒ 통영시청

사량도 관광안내도 ⓒ 통영시청

 

삼천포항이나 상족암, 통영으로 가는 해안도로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바로 앞에 있는 섬이 사량도다. 사량도는 육지와 가까운 섬이고 교통편이 좋아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오래전부터 사량도행 여행을 꿈꿨다. 그런데 사량도를 목적지로 정하고 남해안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태풍, 여객선 정기검사 등 배가 출항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들며 자꾸 엇박자를 놨다.

 

10월 26일, 드디어 사량도를 눈으로 확인하는 날이다. 여행 좋아하는 내가 눈앞에서 구경만 하다 늦게 찾은 섬이기에 설렘이 컸다. 전설만큼이나 경치가 빼어나다는 옥녀봉도 빨리 만나고 싶었다.

 

아침 8시, 사량도행 배가 삼천포 팔포수협냉동창고 앞에서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을 울린다. 바다위에 길게 무지개를 만든 창선대교, 높은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삼천포화력본부, 물살을 가르며 부지런히 오가는 고깃배들이 만든 풍경이 여유롭다. 먼발치로 보이는 고성의 공룡엑스포장도 새로운 풍경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뱃전으로 다가왔다 사라지는 풍경들을 감상하다 보니 40여분 거리의 사량도가 바로 눈앞이다. 사량도는 상도, 하도, 수우도로 나뉘는데 상도에서의 산행은 내지, 돈지, 진촌, 금평 중 한곳을 선택하면 된다. 배가 작은 어촌마을 내지항으로 천천히 들어서자 사량도의 산줄기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사량도는 통영시에 속하지만 고성이나 삼천포에서도 가까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간지점이다. 상도와 하도가 나란히 이마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다. 사량도라는 이름은 섬이 꼭 긴 뱀처럼 생겨 붙여졌다. 실제로 섬에 뱀이 많다고 한다.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많고, 등산과 낚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섬에 항상 활기가 넘친다. 여행 목적에 따라 찾는 곳도 다르다. 등산과 해수욕을 하려면 상도, 낚시를 하려면 하도를 찾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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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산행 안내도 ⓒ 사량수협

사량도 산행 안내도 ⓒ 사량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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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상도에 위치한 지리산(398m), 월암봉(400m), 가마봉(303m), 옥녀봉(261m)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는 약 6.5km 거리에 4시간 30분 정도면 산행을 할 수 있다. 멋있게 생긴 바위봉우리와 깎아지른 절벽, 그 사이로 이어지는 외줄·사다리·철계단, 산 아래로 보이는 다랭이 논과 작은 포구, 능선 좌우로 펼쳐지는 남해의 푸른 바다와 바다 저편으로 보이는 작은 섬들이 등산객을 산 위로 불러 모으고도 남을만한 풍경을 만들어 놨다.

 

등산 안내도를 살펴본 후 산행을 시작했다. 돈지리 방향으로 가다 리본이 많이 붙어있는 곳이 내지에서 지리산을 오르는 등산로 초입이다. 바다를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들면 초입부터 오르막길이 한참 이어져 땀이 난다.  

 

산마루에 올라서면 앞으로 들쭉날쭉한 산줄기가 이어지고 발 아래로 푸른 바다와 바닷가 마을이 나타난다. 높이가 200~400m에 불과한 산들이지만 산행코스나 암릉미가 육지의 높은 산에 전혀 뒤지지 않다는 것을 이곳에서 눈으로 확인한다.

 

사량도에서의 산행은 등반 내내 산줄기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풍광이 좋다. 다소 험해도 능선으로 산행을 하면 이어진 산줄기 때문에 신선이 된 기분이다. 위험한 곳은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좋은 구경거리는 능선에 올라야 보인다. 어느 산이든 만만하게 보면 사고가 난다. 조심조심 능선을 걷다보면 날씨가 맑으면 하동방향의 지리산이 보여 지리망산으로도 불리는 사량도의 지리산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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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지리산에서 달바위까지도 능선으로 연결된다. 달바위는 아찔한 절벽으로 이뤄져 대부분 우회로를 택해 그냥 지나친다. 달바위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과 짜릿한 스릴은 이곳에 오른 사람만 안다. 그래서 사량도 산행은 능선으로 종주산행을 해야 제 맛이 난다. 물론 신체 건강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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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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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봉 ⓒ 변종만

옥녀봉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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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달바위에서 가마봉을 거쳐 옥녀봉에 이르는 종주코스는 수직으로 된 20여m의 철계단, 밧줄, 로프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려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인간이 만든 구조물들이 군대의 유격코스를 방불케 하며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가마봉과 옥녀봉은 쌍둥이처럼 마주보고 있다. 사량도 산행에서 등산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가 가마봉에서 옥녀봉에 이르는 능선이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끽하기에 좋은 곳이지만 동네뒷산을 오르는 기분으로는 오르내릴 수 없다.

 

특히 옥녀봉은 옥녀의 한이 남아 있는 곳이라 부녀자나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옥녀봉 정상에서는 정상 표석 대신 돌탑이 맞이한다. 사량도를 대표하는 산이 지리산이라면 옥녀봉은 불모산보다 1미터 낮으면서도 애달픈 전설 때문에 더 유명해진 산이다.

 

아득한 옛날 사량도에 옥녀와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빼어난 옥녀의 미색에 아버지마저 욕심을 품게 되었다. 어느 날, 이성을 잃은 아버지가 딸에게 덤벼들었다. 아버지의 간절한 청을 들어줄 수 없자 옥녀는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며 소 울음소리를 내며 기어오르면 짐승으로 생각하고 몸을 허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이미 짐승이 된 아비는 소 울음소리를 내며 산봉우리까지 기어올랐고, 그 모습을 본 옥녀는 바다에 몸을 날려 죽었다. 그때부터 이 봉우리를 옥녀봉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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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철계단을 내려오면 옥녀봉 아래 능선의 숲속에 막걸리를 파는 간이매점이 있다. 이곳의 갈림길에서 산행을 마무리할 대항이나 금평까지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고운 모래가 있어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붐볐을 대항해수욕장에 사람이 없다. 대항포구의 모습을 구경한 후 마을버스를 타고 내지항으로 간다. 사량도에서의 이동은 친절하게 전화를 받는 마을버스 기사 때문에 생각보다 자유롭다.

 

사량도에 있는 포구들은 길게 이어진 산줄기가 감싸고 있어 포근하게 느껴진다. 내지항의 풍경을 구경하다 삼천포로 가는 배에 오른다. 뱃전에서 산행의 진가를 보여준 사량도가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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