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쓴 겹말 손질 (45) 가까운 동지적 관계

[우리 말에 마음쓰기 471] ‘따르고 순종’과 ‘따르고 고분고분’

등록 2008.11.10 11:55수정 2008.11.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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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가까운 동지적 관계

 

..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며 전보다 훨씬 더 가까운 동지적 관계로 발전하였다 ..  《민주노총 화섬연맹 금강화섬노동조합-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다》(삶이보이는창,2006) 91쪽

 

 “서로의 생각을 충분(充分)히 공유(共有)하는”은 “서로서로 생각을 넉넉히 함께하는”이나 “서로서로 생각을 두루 함께하는”쯤으로 손봅니다. “시간을 가지며”는 앞말과 이어서 “함께하며”로 고쳐 주고요. ‘전(前)’은 ‘예전’으로 고치고, ‘발전(發展)하였다’는 ‘발돋움하였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 동지적(同志的) : 목적이나 뜻이 서로 같은 사람다운

 │   - 동지적 관계 / 동지적 우애 / 동지적 친근감을 보이며

 │

 ├ 가까운 동지적 관계로 발전하였다

 │→ 가까운 사이로 발돋움하였다

 │→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 가까워졌다

 └ …

 

 “가까운 관계”와 “동지적 관계”는 어떻게 다를까 생각해 봅니다. 아예 같은 말은 아닙니다만, ‘동지’가 되려면 ‘먼 사이’일 수 없습니다. ‘가까이 지내며’ 뜻이나 생각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실린 보기글을 살피니, “동지적 친근감”이라는 말이 보입니다. 가까울 수밖에 없는 동지이건만, “동지처럼 가깝다”는 뜻으로 “동지적 친근감” 같은 말을 쓰면 어찌 될는지요.

 

 같은 동무라 해도, “먼 어깨동무”와 “가까운 어깨동무”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어깨동무’라고 할 만한 사이라면 ‘가까운 사람’이어야 합니다. 가깝지 않고서야 함부로 ‘어깨동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 동지적 관계 → 동지 같은 사이 → 동지 사이 → 어깨동무

 ├ 동지적 우애 → 동지 같은 우애 → 동무 사랑 / 동지 사랑

 └ 동지적 친근감 → 동지 같은 살가움 / 동지처럼 가까움

 

 한자말 ‘동지’를 쓰고 싶다면, “동지 관계로 발전하였다”처럼 적든지 “동지가 되었다”처럼 적어야 알맞습니다. 굳이 한자말로 적어야 하지 않는다면,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나 “가까워졌다”로 적으면 됩니다.

 

 한자말을 쓰고 싶다고 한다면 알맞게 쓰도록 마음을 쏟아야 합니다. 한자말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할 때에도 마찬가지라, 알맞게 쓸 토박이말을 잘 추스르고 다독여야 합니다. 알맞지 않게 쓸 때에는, 한자를 좋아하든 토박이말을 좋아하든, 어느 때에나 말썽거리가 생겨납니다.

 

 

ㄴ. 따르고 순종하면서

 

.. 그 가운데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순종하면서 의롭게 살았던 소수의 의인들을 통해 하느님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신다 ..  《김지영-하느님 그리고 너와 나》(천주교서울대교구주교좌명동교회,2001) 35쪽

 

 “하느님의 뜻”은 “하느님 뜻”으로 고칩니다. ‘의(義)롭게’는 ‘바르게’나 ‘올바르게’로 손보고, “소수(少數)의 의인(義人)을 통(通)해”는 “몇몇 뜻있는 사람들한테”나 “몇몇 훌륭한 사람들을 바탕으로”쯤으로 손봅니다. ‘시작(始作)하신다’는 ‘펼치신다’나 ‘여신다’로 다듬어 줍니다.

 

 ┌ 순종(順從) : 순순히 따름

 │   - 순종이 미덕이던 시대는 지났다 / 명령에 순종하다 /

 │     선생님 말씀에 순종하다

 │

 ├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순종하면서

 │→ 하느님 뜻을 따르면서

 │→ 하느님 뜻을 고이 따르면서

 └ …

 

 ‘순종’이라는 한자말은 ‘따르다’를 뜻합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는 “따르고 따르면서”처럼 되네요. 일부러 “하느님 뜻을 따르고, 또 따르면서”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러 두 번 잇달아 쓰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면, 뒷말을 덜어내야 알맞습니다.

 

 한편, 사이에 꾸밈말을 넣어서 “고이 따르면서”라든지 “온몸으로 따르면서”처럼 적어도 어울립니다. “하느님 뜻을 받들고 따르면서”나 “하느님 뜻을 모시고 따르면서”처럼 적어도 괜찮습니다. 좀더 힘주어서 말하고 싶을 때에는, “하느님 뜻을 따르고 고분고분하면서”처럼 적어 봅니다. “하느님 뜻을 얌전히 받들고 따르면서”처럼 적거나, “하느님 뜻을 높이 섬기고 따르면서”처럼 적어도 되며, “하느님 뜻을 우러르고 따르면서”라든지 “하느님 뜻을 달게 따르면서”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 순종이 미덕이던 시대는 → 고분고분함이 아름다움이던 때는

 ├ 명령에 순종하다 → 명령에 말없이 따르다

 └ 선생님 말씀에 순종하다 → 선생님 말씀에 따르다 / 선생님 말씀에 고분고분하다

 

 따라야 할 뜻은 따르듯, 따라야 할 말은 알뜰히 따라 줍니다. 따르지 않을 뜻은 따르지 않아야 하듯, 따르지 말아야 할 얄궂은 말투는 고이 털어내어 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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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0 11:55ⓒ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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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중복표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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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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