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제작비 7만원짜리 좀비영화 보실래요?

고등학생 감독 이경찬의 어설픈 UCC, <스쿨 오브 데드>

등록 2008.11.16 21:43수정 2008.11.1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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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보충수업을 마친 저녁식사 시간. 복도가 시끌시끌하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비명소리를 지르며 출구 방향으로 뛰고 그 뒤를 얼굴에 피가 흐르는 좀비가 따라간다. 그 장면은 캠코더로 촬영되고 있다.

이경찬. 그는 목천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다. 최근 자신이 대본은 물론, 출연, 연출, 촬영 및 편집까지 모든 것을 진행하면서 완성한 어설픈 좀비영화 <스쿨 오브 데드 School of Dead(부제: 좀비들의 습격)>의 감독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좀비영화 UCC(User Created Contents) 감독이다. 미래 영화감독의 꿈을 가지고 있는 자칭 '이 감독'.

한 달 전 쯤, 이 감독이 지나는 말로 좀비 UCC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귀담아 듣지 않았었는데 며칠 뒤 선생님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뜬금없이 서류 한 장을 가지고 교무실로 찾아왔다. 담임선생님과 생활지도 교사에게 영화 촬영 협조를 구하는 '영화 촬영 허가서'였다.

좀비 영화가 어두운 영화이기 때문에 밤에 촬영을 해야 하고, 영화에 폭죽도 사용되기 때문에 라이터를 사용할 상황이 있는데 안전을 고려해서 그때마다 잠시 빌려서 사용해도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안전에 문제가 되면 바로 촬영을 중단시켜도 된다면서. 거기다 선생님들 몇 분도 배우로 출연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좀비 영화를 찍기 위해 조명(아이들은 손전등을 그렇게 불렀다)도 구입하고 피 흘리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이것저것 분장 소품도 샀다고 했다. 무려 7만 원도 넘는 돈을 들였단다. 그러니 이번 영화는 총제작비 7만 원짜리 좀비영화 UCC인 것이다.

무서움을 코믹함으로 승화시킨 경찬이의 첫 작품

그 후로 며칠 동안 저녁시간만 되면 10여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번개처럼 식사를 마치고 교실과 복도, 계단, 운동장 등에서 비명을 지르는 듯 싶더니 이 감독이 주연한 영화 <스쿨 오브 데드>가 완성되었다고 했다.


이 감독의 담임 선생님도 다른 선생님도 좀비 영화에 흔쾌히 출연해주시고, 같은 반 아이들도 즐겁게 참여한 영화를 감상해보시라. 같이 촬영에 임한 교사들과 아이들 반응이 괜찮다. 무서움을 코믹으로 승화(?)시킨 작품쯤으로 평해볼 수 있다.

촬영인원 부족과 배우들의 잦은 교체로, 한 사람이 여러 역할로 나와야 했기 때문에 알리려했던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큰 문제점을 가진 UCC지만, 열악한 촬영상황이었고, 이 감독의 첫작품이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자.  미리 스토리를 알고 UCC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스토리를 먼저 제시하고 그 아래에 UCC 영상을 넣었다.


이 감독은 현재 야심차게 3편도 준비중이며, 학교 공부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서 기말고사 이후에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차기 3편은 영화의 화질, 장면전환 효과, 자막 등의 품질도 1, 2편보다 한층 향상시키기 위해 독학으로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공부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는 이 감독의 모습이 보기 좋다. 지금이야 어설픔과 유치함의 극치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래에 세계를 빛낼 위대한 영화감독이 '나는 고등학교 때 좀비영화 UCC로 영화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며 이 시기를 회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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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of dead 1편 ⓒ 이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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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of Dead 2편 ⓒ 이경찬



#스쿨오브데드 #목천고등학교 #이경찬 #좀비UCC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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