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탁발순례단, 홍대 앞 클럽에 떴다

도법 스님, "젊은이들이 생명평화의 깃발을 들고 나설 수 있는 자리 되길"

등록 2008.11.17 13:33수정 2008.11.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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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탁발순례단 단장 도법스님 ⓒ 이경태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16일 저녁 8시 홍익대 앞 클럽에 떴다.

지난 9월 5일 서울에 입성해 강동구, 송파구, 성동구, 광진구, 성북구, 강북구 등 곳곳을 걷던 순례단은 이날 마포구 순례 일정을 마치고 안상수 교수(홍익대 시각디자인과) 등이 준비한 작은 생명평화잔치에 참여했다.

작은 생명평화잔치가 열린 클럽 '천년 묵은 저 빗소리 오백만원 줘도 안 바꾼다'(이하 오백)는 순례단과 알게 모르게 닮아있었다.

침묵 속에서 3만리 길을 걷고 8만여명을 만나며 이 땅 전체를 울렸던 순례단처럼 열 개도 채 되지 않는 백열등과 곳곳에 자리 잡은 작은 촛불은 은은하게 공간을 적셨고, 벽도 하나 없는 하나의 큰 공간은 너와 나의 생명이 다르지 않음을 몸소 보여 온 순례단의 모습과 같았다.

순례단장 도법 스님은 오백 안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70여명의 순례단원과 젊은이들에게 "이 자리가 단순히 순례단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로 머물지 않고 여러분과 같은 젊은이가 생명평화의 깃발을 들고 나서 그 불길이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자리로 승화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도법 스님은 "내 생명은 내 안에, 네 생명은 네 안에, 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탓에 지금의 극단적인 경쟁체제가 구조화되고 있다"며 "순례단이 5년 전부터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너 죽고 나 살자는 길은 잘못된 길이다, 이제부터라도 내 생명에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에 맞게 살아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꿀벌이 완전히 사라지면 식물이 수정이 안 돼 인류가 3~4년 내 위기를 맞이한다고 한다. 그처럼 온 우주는 하나의 그물로, 만 생명은 그 그물의 그물코로 자리하고 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듯 이는 진리고 구체적인 사실이다. 나이 든 이들은 이제 때가 묻어 진정 무엇이 가치 있는지 잘 모른다. 젊은이들이야말로 생명평화의 가치를 위해 나설 때다."


<야생초편지>의 저자, 황대권 생명평화결사 부위원장도 자신의 감옥생활을 담담히 털어놓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독재시절, 남산에서 60일 간 고문을 받고 13년 2개월을 1평짜리 독방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잘 찾아보니깐 친구들이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파리, 모기, 방바닥에 있는 바퀴벌레, 운동장에서 만나는 작은 풀부터 변기에서 기어 나오는 작은 구더기까지도. 모든 살아있는 것은 그 가치가 똑같다. 바퀴벌레와 내가 하나의 동반자이고,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그 때부터 했다. 생명평화운동은 종파나 신념을 떠나 누구나 자신을 위해 깊게 생각해봐야 할 가치이다."


모두의 생명이 하나라는 순례단의 말은 잔치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티베트 음악인 뺏빠의 공연 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그의 손짓에 맞춰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고, 인디밴드 '아나킨프로젝트'의 공연 때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어깨를 들썩이며 흥을 돋우었다. 누군가 일어서 춤사위를 벌일 때 곳곳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함께 어설프나마 엉덩이를 씰룩였다.

자정이 가까워져 오고 있지만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순례단은 17일 휴식 및 학습 시간을 보낸 후 용산구와 서대문구에서 순례를 계속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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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아나킨프로젝트'가 16일 홍대 앞 '오백'에서 열린 작은 생명평화잔치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이경태

#생명평화탁발순례 #도법스님 #생명평화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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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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