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드라마의 '원조' <종합병원> 14년만의 개원

한국판 'ER' <종합병원> 시즌 2

등록 2008.11.19 10:44수정 2008.11.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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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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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의 원조가 돌아온다. 19일부터 첫 방송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종합병원2>(극본 최완규 외 / 연출 노도철)는 9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종합병원>의 후속편이다.

 

1994년부터 2년간 방송되었던 <종합병원>은 이재룡, 신은경, 전광렬, 박소현, 홍리나, 김지수, 전도연, 구본승 등이 주연을 맡아 종합병원 레지던트 의사들의 일과 사랑을 그려낸 한국판 <ER>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 보면 상상도 하기 힘들 만큼 호화 캐스팅이다. 이 작품을 통하여 배출된 스타들은 이후로도 대부분 장수하며 안방극장을 대표하는 정상급 배우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종합병원, 의학드라마의 시초

 

또한 이 작품이 국내 드라마 사(史)에서 가지는 의미는, 오늘날 안방극장의 흥행보증수표로 자리 잡은 '의학드라마'의 시초가 된 작품이자, 미국적인 '전문직 드라마'의 장르 개척에 하나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상징성이다. <종합병원> 이전에도 병원을 무대로 하거나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없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배경에 그친 반면, 이 드라마만큼 병원의 일상과 의사들의 세계를 전문적으로 그려낸 작품은 당시로써 최초였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병원 24의 생생한 풍경. 일반인은 잘 모르는 생소한 의학용어와 의사들 사이의 위계질서 문화. 히로인을 맡은 신은경의 중성적인 매력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특히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각기 독특한 캐릭터를 부여받은 여러 명의 출연진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끌고나가는 '캐릭터 앙상블'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은, <종합병원>이 오늘날 국내 드라마의 트렌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종합병원>의 성공 이후 <해바라기>, <의가형제>, <메디컬 센터>,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같은 작품들이 대거 쏟아지며 '전문직 드라마', 특히 의학드라마는 이제 안방극장의 새로운 인기 장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국내 드라마에서 그동안 성공한 전작의 '리메이크'를 표방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으나 완전한 시즌 2를 표방한 속편은 보기 드물었다. 여기에서 <종합병원2>는 최완규 작가가 다시 집필을 맡았을 뿐 아니라, 전편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어느 정도 이어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1편의 주인공이었던 이재룡이 2편에서는 조연으로 특별출연하며 14년 전의 레지던트에서 이제 베테랑 의사로 성장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해줄 전망이다. 류진은 1편에 출연했던 전광렬의 동생으로 출연하며, 전편의 오욱철을 연상시키는 '독사' 치프의 캐릭터는 류승수가 물려받아 후배들을 혹독하게 조련하지만 인간미를 갖춘 선배 의사의 모습을 재현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조경환, 심양홍 등 1편에 출연했던 조연들이 대거 다시 등장한다.

 

2편의 주인공은 차태현과 김정은이다. 차태현은 좌충우돌하는 사고뭉치 레지던트 1년차 최진상 역을 맡았고 김정은은 사법고시를 통과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레지던트 정하윤 역을 맡아 콤비를 이룬다. 두 배우는 97년 방영된 또 다른 의학드라마 <해바라기>에서 조연으로 출연하여 레지던트와 정신과 환자 역으로 함께 출연한 바 있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모 휴대폰 CF에서는 코믹한 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차태현·김정은은 둘 다 정극과  코미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이다. 전편의 로맨스가 주로 진중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아련한 순애보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면, 차태현-김정은 커플의 캐릭터는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 아옹다옹하는 가운데 애정이 싹트는 로맨틱 코미디의 색깔이 더해질 것임을 보여준다.

 

달라진 시대상과 줄어든 희소성을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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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에 <종합병원>의 등장은 당시로써는 보기 드문 참신한 기획이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등의 성공으로 의학드라마의 인기 공식들이 어느 정도 장르적으로 자리 잡은 데다, 이제는 정치-멜로-휴먼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되면서 소재와 표현 범위도 예전보다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1월 방영된 <하얀거탑>의 경우에는 이제 기존의 병원 드라마를 넘어 의사들간 병원 내 권력관계까지 생생히 묘사하며 의학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돌아온 <종합병원2>의 과제는 이처럼 예전보다 줄어든 희소성을 극복하면서 14년 전과는 또 달라진 21세기의 시대상을 얼마나 드라마에 설득력 있게 반영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인간미 넘치고 감성적인 인물들과, 철두철미하고 냉철하며 이성적인 인물들 간의 대비, 주인공들의 시련과 극복으로 이어지는 스테이지 클리어형 RPG 게임식 구성은 이미 기존 의학물이나 전문직 드라마에서 숱하게 보아온 것들이다.

 

94년 방송된 시즌1의 경우, 드라마 자체는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남자주인공을 둘러싼 3각-4각 관계로 치우치며 드라마가 멜로극으로 변질되었다는 아쉬움을 피할 수 없었다. 의학드라마로서 요구되는 리얼리티와 통속극의 흥행 요소 사이에서의 균형은 이번에도 <종합병원2>의 최대 과제다.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등 그간 시트콤에서 강점을 발휘해온 노도철 PD는 인간 내면의 다중적이고 은밀한 심리를 해학적으로 풀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연출자다. 약간은 파격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인물에 대한 따뜻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전작들은, <종합병원2>가 <뉴하트>와 같은 대중적인 노선을 추구하면서도 따뜻함이 살아있는 인간적인 의학드라마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

 

<종합병원2>의 성공 여부는, 그간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시즌제 드라마'의 정착 가능성을 가늠해본다는데도 의미가 있다. 미국의 ER이나 그레이 아나토미같은 작품처럼 전체적인 기본 무대와 캐릭터의 골격은 유지한 채,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옴니버스식 구성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종합병원2>가 이러한 선입견을 깨고 '의드 불패'와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개척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008.11.19 10:44ⓒ 2008 OhmyNews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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