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한자말 덜기 (55) 차이

[우리 말에 마음쓰기 484] ‘큰 차이’, ‘하늘과 땅 차이’, ‘차이가 있다’ 다듬기

등록 2008.11.26 15:12수정 2008.11.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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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큰 차이를 나타내다

 

.. 또 다른 조사보고에 의하면 보사부 소속 중앙대책위 집계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  《송건호-현실과 이상》(정우사,1979) 259쪽

 

 “조사보고에 의(依)하면”은 “조사보고를 보면”이나 “조사보고에 따르면”으로 다듬습니다. “보사부 소속(所屬)”은 “보사부에 딸린”이나 “보사부에 있는”으로 손질합니다.

 

 ┌ 차이(差異) :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   - 성격 차이 / 능력 차이 / 세대의 차이 / 차이가 나다 /

 │     이것과 저것은 차이가 있다 / 그와 나는 견해 차이가 크다 /

 │     그곳을 떠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

 ├ 집계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 집계와 크게 다르다

 │→ 집계와 크게 벌어진다

 └ …

 

 국어사전에서 ‘다르다’ 풀이를 찾아보면 “같지 않다”고 적어 놓습니다. ‘차이’라는 한자말 뜻풀이를 찾아보면 “같지 아니하고 다름”이라고 적어 놓습니다. 그러니까 “같지 아니하고 같지 않음”으로 말풀이를 적은 셈입니다. 뜻같은말을 이렇게 겹으로 적어 놓아야 할 만큼, 한자말 ‘차이’는 토박이말 ‘다르다’하고는 다른 낱말일까 궁금합니다.

 

 ┌ 성격 차이 → 성격 다름 / 성격 벌어짐

 ├ 능력 차이 → 재주 다름 / 솜씨 벌어짐

 ├ 세대의 차이 → 나이대 다름 / 나이대 벌어짐

 ├ 차이가 나다 → 다르다

 ├ 차이가 있다 → 다르다

 ├ 견해 차이가 크다 → 생각이 크게 다르다

 ├ 큰 차이가 없었다 →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 서로 다른 문화를 이겨내고

 

 ‘차이’라는 낱말이 한자말이든 아니든 써야 한다면 얼마든지 써야 합니다. 알맞는 자리를 찾아서 넣어 주면 됩니다. 그러나 ‘차이’가 한자말이든 아니든 쓸 만한 까닭이 없다면 깨끗이 털어내야 합니다. 남김없이 덜어내야 합니다. 샅샅이 씻어내야 합니다.

 

 단출하게 말하면 그만인 자리에 구태여 집어넣을 까닭이 있겠습니까. 조촐하게 적으면 넉넉한 자리에 괜히 밀어넣을 까닭이 있겠습니까.

 

 우리한테는 우리한테 가장 알맞는 말 한 마디를 알뜰살뜰 쓰면서 푸지게 가꾸면 됩니다. 우리 삶을 밝히고 우리 생각을 북돋우며 우리 넋을 가다듬는 데에 밑거름이 되는 사랑스럽고 반가운 토박이말을 고이 돌보면 됩니다.

 

 

ㄴ. 하늘과 땅 차이다

 

.. 배제해야 할 대상, 범죄자 예비군으로서 취급받고 있는 재일조선인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  《신숙옥-재일조선인의 가슴속》(십년후,2003) 36쪽

 

 “배제(排除)해야 할 대상(對象)”은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나 “꺼려야 할 사람”이나 “없는 사람”으로 다듬고, “취급(取扱)받고 있는”은 “다뤄지고 있는”이나 “대접받고 있는”으로 다듬어 줍니다.

 

 ┌ 하늘과 땅 차이다

 │

 │→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 …

 

 “하늘과 땅의 차이다”라고 쓰지 않은 대목만으로도 반갑습니다. 토씨 ‘-의’를 함부로 붙이지 않았어요. 다만, 여기에서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차이(差異)’라는 한자말까지 덜어낼 수 있습니다.

 

 ┌ 하늘과 땅처럼 벌어진다

 ├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다

 └ …

 

 다르니 ‘다르다’고 말합니다. 같지 않아서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벌어지니까 ‘벌어진다’고 하며, 틍이 생기니 ‘틈이 생긴다’고 합니다. 우리 말은 있는 그대로 하는 말입니다. 꾸밈없이 주고받아야 말다운 말입니다. 너나없이 어깨동무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말, 즐거이 주고받을 말입니다.

 

 

ㄷ. 차이가 있다

 

.. 인간 이외의 포유류 울음소리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원숭이뿐만이 아니라 까치도 사는 지역마다 말이 다를 것이고, 뻐꾸기도 다를 것이며 고래도 다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전라도 우리 탯말》(소금나무,2006) 10쪽

 

 “인간(人間) 이외(以外)의 포유류(哺乳類)”는 “사람 아닌 젖먹이짐승”으로 다듬어 봅니다. ‘지역(地域)’은 ‘곳’으로 다듬어 줍니다. “있다는 사실(事實)이”는 “있음이”로 손보고, “다를 것이고”는 “다를 테고”나 “다르고”로 손봅니다.

 

 ┌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x)

 └ 뻐꾸기도 다를 것이며 고래도 다를 것이라고 (o)

 

 보기글을 보면 앞에서는 “차이가 있다”로 쓰지만, 바로 뒤부터는 세 차례 “다를 것”으로 씁니다.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이렇게 글쓴이 스스로 어떻게 말을 하면 훨씬 나은 줄을 아니까요. 알지만 느끼지 못할 뿐이니까요. ‘다르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다르다’를 어떻게 써야 알맞는 줄 모르는 사람은 참 많네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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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15:12ⓒ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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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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