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

―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가용과의 별거’ 다듬기

등록 2008.11.26 20:36수정 2008.11.2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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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와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그래서 적지만 오래갈 듯한 정치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김규항-B급 좌파》야간비행,2001) 148쪽

 

 “대화(對話) 속에서”는 ‘이야기하면서’로 손봅니다. ‘전(全)혀’는 ‘아주’나 ‘사뭇’으로 다듬습니다. ‘발견(發見)할’은 ‘찾을’이나 ‘찾아낼’이나 ‘엿볼’로 고쳐 줍니다.

 

 ┌ 범죄와의 전쟁 → 범죄와 싸우기

 ├ 대통령과의 대화 → 대통령과 얘기하기

 ├ 저자와의 대화 → 지은이와 얘기하기

 └ …

 

  노태우 옛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말하고, 김대중 옛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를 말합니다. 한 나라를 이끈다는 분들이 “(무엇)과의/와의 (무엇)”이라는 말투를 퍼뜨립니다.

 

 ┌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

 │→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 ‘그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 ‘그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 …

 

 좋은 이야기도, 반가운 이야기도, 훌륭한 이야기도, 멋진 이야기도, 아름다운 이야기도, 살가운 이야기도, 서로서로 나눌 수 있기를. 나와 네가, 그러니까 우리들이 나눌 수 있다면.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이고, 그들하고 주고받는 이야기입니다.

 

 

ㄴ. 자가용과의 별거

 

.. 자가용과의 별거 2년 5개월 … 지난 2년 5개월 동안의 ‘자가용과 헤어지기’ 연습은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바꿔 삶을 바꾸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실험이었다 ..  《정혜진-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녹색평론사,2007) 221, 223쪽

 

 ‘별거(別居)’는 ‘따로살기’로 고칠 말이지만, 이 자리에서는 ‘헤어지기’나 ‘거리두기’나 ‘멀리하기’로 고쳐 줍니다. “2년(二年) 5개월(五個月)”은 “두 해 다섯 달”이나 “이태하고 다섯 달”로 손보고, ‘명제(命題)’는 ‘뜻’이나 ‘생각’으로 손보며, ‘증명(證明)하는’은 ‘밝히는’이나 ‘알아보는’으로 손봅니다.

 

 ┌ 자가용과의 별거 (x)

 └ 자가용과 헤어지기 (o)

 

 보기글을 보면, 앞에서는 “자가용과의 별거”라고 적지만, 바로 뒤에서는 “자가용과 헤어지기”라고 적습니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합니다. 응? 이이는 앞에서는 얄궂게 적었는데, 곧바로 알맞게 고쳐 적잖아? 왜 이렇게 되었지? 처음부터 알맞게 잘 적을 수 있지 않았나? 처음에는 왜 얄궂은 말투를 그대로 적어 버렸을까?

 

 ┌ 자가용하고 갈라서기

 ├ 자가용을 떠나보내기

 ├ 자가용과 거리두기

 ├ 자가용 멀리하기

 ├ 자가용 안 타기

 ├ 자가용 버리기

 └ …

 

 생각 가지를 치면 말 가지도 치게 됩니다. 사랑 가지를 치면 믿음 가지가 이어지듯, 생각을 한 가지 두 가지 이어나가면서, 새말이 한 가지 두 가지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자기 말씨를 하나 둘 늘리게 되고, 같은 뜻과 생각을 조금씩 다른 느낌을 담아서 여러모로 나타내 볼 수 있는 길을 찾게 됩니다.

 

 먼저, “자가용과 헤어지기”에서 가지를 치면, “자가용을 떠나보내기”가 나옵니다. 또는 “자가용과 갈라서기”가 나옵니다. 자가용을 떠나보내거나 갈라선다고 한다면, ‘거리두기’나 ‘멀리하기’가 나옵니다. 자가용을 거리두기하거나 멀리하기를 하노라면, 저절로 “자가용 안 타기”가 됩니다. 하루이틀 자가용을 안 타며 살아가면, 굳이 자가용을 갖고 있을 까닭이 없다고 느끼면서 “자가용 버리기”로 나아갑니다.

 

 ┌ 자가용 없는 삶

 ├ 자가용 없는 홀가분한 삶

 ├ 자가용 없는 깨끗한 삶

 ├ 자가용 없는 신나는 삶

 └ …

 

 생각을 바꾸며 삶을 바꿉니다. 삶을 바꾸며 세상을 바꿉니다. 세상을 바꾸며 사람을 바꿉니다. 사람을 바꾸며 우리 삶터와 뭇 자연을 바꿉니다.

 

 바꾸는 삶이란 남 위에 올라서면서 내 한몸 느긋하게 하고자 누리던 여러 가지를 내놓는 일, 놓아버리는 일, 안 누리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왜 내가 몸바쳐야 하느냐고, 왜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하지 않아야 하느냐고 여길 수 있지만, 빈 껍데기를 누리는 일이 자기 몸을 빈 껍데기로 만들고 자기 마음마저 빈 껍데기로 만들고 있음을 깨닫는 날을 맞이하면, 이때부터는 스스럼없이 가벼운 몸과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워집니다.

 

 무거운 짐을 놓듯 무거운 말을 내려놓습니다. 남보다 더 많은 돈을 움켜쥐려 하지 않듯 남 앞에서 잘난 체하는 말을 내려놓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끈을 놓듯 지식자랑이 되고 지식뽐내기가 되는 말을 내려놓습니다.

 

 다 함께 어우러지는 말로 나아갑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스스럼없이 나누는 말로 꽃피웁니다. 배우거나 못 배우거나 어깨동무하면서 즐길 수 있는 말을 엮어 나갑니다. 마음을 품으면, 생각을 고치면, 삶을 추스르면, 하나하나 이루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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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20:36ⓒ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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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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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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