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들 눈엔 광주나 부산이 시골?

[칼럼] 김승환 충북문화예술연구소 소장

등록 2008.12.01 15:04수정 2008.12.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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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은 광주나 부산을 시골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은 특수한 곳에 사는 별종(別種)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착각하는 것은 자유지만, 서울이 일제 식민지배의 대리공간이었던 것만은 분명하고 패권과 제국의 마름 노릇을 한 것만은 확실하다.

한마디로 경성이라고 불렸던 서울은 다른 지역을 지배하고 수탈하며 독점했던 반민족 반민중의 공간이었다. 물론 반대로 볼 수도 있다. 서울은 식민지배에 항거한 투쟁의 공간이었고 민족과 민중의 생존을 위한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서울 이외의 지역이 서울을 수탈하고 억압한 적은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한양, 경성, 서울은 다른 지역을 얕보고, 억압하며, 수탈한 적이 있고 지금도 그런 면이 없지 않다.   

터키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는 근대세속국가로 체제를 전환한 후에 수도를 앙카라로 옮겼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격렬하게 반대를 했지만,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체제를 위해서는 수도를 옮겨야 한다면서 아나톨리아 지방의 고원도시 앙카라로 천도를 감행했다.

그 결과 봉건 모순과 이슬람 근본주의의 도시 이스탄불은 수도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자그마한 고원의 지방이 수도의 지위를 얻었다. 터키는 세속국가의 길을 걸었고, 현대화를 이룩했으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국가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그의 정신을 기리고자 터키의 모든 도시에는 아타튀르크 거리라든가 그의 동상이나 그림이 수도 없이 많다. 그 후 이스탄불은 이스탄불대로, 앙카라는 앙카라대로 발전하여 두 도시가 터키의 중심이 되고 있음은 보는 바와 같다.

한국은 어땠던가? 서울의 집중과 독점을 조금이라도 해체하고자 수도이전을 공약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까지는 좋았다. 이 공약을 실천하려 하자 뜻밖에도 관습헌법이라는 기상천외한 법리적 해석으로 인하여 수도 이전(移轉)은 좌절되고 말았다.


이것은 곧 서울이 관습적인 수도이기 때문에 절대로 옮길 수 없는 신성한 정치공간이라는 뜻이다. 독점과 특권 위에 신성불가침성까지 가미되었으니, 그 어떤 체제나 방법으로도 천도(遷都)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법적으로는 그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법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지는 것도 아니다.

법보다 중요한 역사나 실존으로 보면 서울은 지역에 진 빚을 갚아야 하고, 다른 지역인들에게 진 빚도 갚아야 한다. 오늘의 서울은 비수도권의 자산과 인재를 독점해서 건설된 모순의 공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해서 국부의 70~80%가 서울에 집중되었겠는가. 단순히 경쟁해서 불평등관계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망언이다. 일본 역시 수도의 인구 집중이 극심하다고 하지만, 대학이나 기업의 경우 동경 집중도는 한국보다 현저히 미약하다.

이것은 단순한 예로써 서울의 독점, 특권의식, 집중, 우월성이 극도의 모순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규제완화라는 망국적 정책이 실현되려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서울과 서울시민들은 역사적 모순을 인정하고 그 모순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왜 반성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은 반성해야 할 주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재 있는 그대로 경쟁을 해서 열심히 살면 그뿐이라는 현실추수주의에 파묻혀, 서울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격으로 중국이나 일본과 경쟁을 해야 하니, 서울이 더 국제적이고 강력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뜻 보면 수도권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형식논리일 뿐이고 역사나 인간 문제로 보면 수도권은 더욱 강력하게 차별당하고 또 지방에 진 부채를 갚아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수도권규제완화는 망국적 정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의소리> '광주가 밝아오니' 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의소리> '광주가 밝아오니' 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시민의소리 #서울 #행정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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